간월재는 억새 만발 인파도 만발

간월재 억새밭이 만발했다. 뒤는 신불산 
간월재 억새밭이 만발했다. 뒤는 신불산 

예전에 비해 크게 축소되었지만 그래도 사자평 억새밭은 대단하다. 다만 이 높고 깊은 산중에서 산책로와 전망대, 쉼터가 곳곳에 조성되어 너무 인공적인 것이 흠이랄까. 맞은편으로 향로산(979m)이 곧추 솟았다 

사자평에서 바라본 간월재. 고갯마루 주변으로 일부러 깎아낸 듯 억새밭이 민듯하고, 중간에 우뚝한 돌탑이 어렴풋하다

샘물상회에서 배내고개까지는 그냥 장쾌하고 신나는, 궁극의 다운힐이다. 이제는 간월재(900m)를 오를 차례다. 사자평에 비해 높이가 낮고 길도 좋은 편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나섰는데 내려올 때 크게 고생할 줄이야.

배내골을 따라 3.7km 신나게 다운힐 하면 해발 370m까지 떨어지고 왼쪽으로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 방면 임도가 나온다. 예전에는 자동차로 휴양림까지 진입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걸어서 진입해야 한다. 자연휴양림 시설은 파래소폭포를 중심으로 상단과 하단 지역으로 구분되며 남단 역시 폭포 하류에 자동차를 두고 걸어가야 하는, 자동차 없는 심심산골 분위기가 특징이다.

샘물상회에서 배내고개까지는 노면이 좋고 조망도 장쾌한 5.5km 다운힐이다. 오른쪽 근경은 능동산(983m), 맨 뒤는 고헌산(1034m) 

능동산을 돌아나가면 영남알프스 최고봉인 가지산(1241m)이 웅자를 드러낸다   

배내고개 도착 전에 남쪽으로 바라본 배내골. 오른쪽 멀리 양산 토곡산(855m) 인근 배태고개까지 16km에 달하는, 깊고 긴 직선 골짜기다. 정면의 봉우리는 간월산 서릉의 973m봉 

배내고개에서 바라본 북쪽 조망. 아래는 석남사 입구 행정마을이고, 정면 왼쪽으로는 운문령(640m), 가운데는 문복산(1014m) 방면   

휴양림 진입로는 간월재로 가는 최단코스이기도 해서 등산객이 더러 있다. 길은 임도 수준으로 좁은데 보행자가 많은 이유로 차량 통행을 막은 것 같다. 최단코스라고는 해도 초반에 640m나 되는 고개를 올라야 해서 편안한 길은 아니다.

휴양림 상류 계곡 해발 740m 지점에는 기해박해(1839) 이후 천주교 교인들이 숨어 살며 토기와 목기를 만들거나 숯을 구워 생계를 유지한 죽림굴이 있다. 지금은 임도 바로 옆이지만 옛날에는 계곡에서 한참 올라간 산비탈이어서 외부에서는 찾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굴 입구는 넓지 않으나 안쪽에 상당히 넓은 공간이 있어 150명 정도가 지낼 수 있었다고 한다. 굴 아래 조망바위에서 내려다보면 골짜기 끝이 보이지 않는 첩첩산중으로 옛날에는 정말 깊은 산중이었을 것이다.

19세기 천주교 박해를 피해 교인들이 숨어살았다는 죽림굴. 해발 740m 비탈에 자리해 찾기 어렵고, 입구 안쪽에는 더 넓은 공간이 있다

 

죽림굴 앞에서 내려다본 첩첩산중. 오른쪽 멀리 사자평 억새밭을 품은 재약산이 보인다

간월재에서도 사자평이 마주 보인다. 맨뒤에 재약산과 천황산이 나란하고 재약산 왼쪽 아래에 사자평 억새밭 일부가 보인다 

간월재에서 바라본 동쪽 울산 방면 조망. 바로 아래 등억온천단지에서 임도를 따라 오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거 난감하게 됐는 걸….’ 간월재에 다가서며 탄식을 흘렸다. 평일 오후 늦은 시간인데 간월재는 시장통처럼 인산인해다. 알고 보니 ‘간월재 억새축제’ 기간이라 몰려든 사람들이다. 어디서 출발하든 2시간 정도를 걸어야 하는 먼 길이지만 마치 산책하듯 운동화에 가벼운 차림으로 나온 사람들도 많다. 해발 900m나 되는 간월재는 이미 동네 뒷산이 되었나 보다. 고갯마루 쉼터는 빈자리가 없고, 간월재의 상징인 돌탑은 사진 줄이 장사진이다. 문제는 하산이다. 배내고개에서 가까운 사슴농장 방면 하산로는 오르내리는 사람들로 가득해 출퇴근 시간 골목길 같다. 간월재에서 사슴농장까지는 6.5km로 10여분이면 충분할 거리가 두 배 이상인 30분이나 걸렸다.

산을 내려섰다고는 해도 사슴농장은 해발 600m나 되고 배내고개까지는 1.5km여서 금방이다. 어느덧 태양은 천황산 능선으로 훌쩍 다가서 있고 햇살에는 기력이 없다. 돌아보는 작별인사에는 아쉬움이 어리고, 멀지 않은 미래에 또 다시 저 산상고원을 찾을 것을 기약한다.

다시 돌아온 배내고개 주차장. 뒤쪽으로 주암계곡이 험상궂고 그 뒤로 천황산은 고개를 숨겼다. 조만간 저 길을 다시 가리라  

 

tip

배내고개 정상에도 주차공간이 있으나 공간이 넓지 않아서 배내골 쪽으로 약간 내려간 공영주차장을 추천한다(무료). 코스 일원에는 샘물상회를 제외하면 식당이나 가게가 없고, 석남사 입구 덕현리나 궁근정리까지 가야 한다. 샘물상회~사자평 구간은 산악 베테랑에게만 추천하며, 안전을 위해 도보로 다녀올 것을 권장한다.

글/사진 김병훈 발행인

 

* 코스 지도와 고도표, gpx 파일은 자전거생활투어(www.bltour.net)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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