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산 전망대 봉우리(405m)에서 바라본 와룡산(801m)
각산 전망대 봉우리(405m)에서 바라본 와룡산(801m)

각산 초입에서 그동안 지나온 해안선을 돌아본다. 근접한 포구는 광포항 

편안한 전망대 쉼터 같은 사천누리원 자연장지. 손바닥만한 오석이 비명(碑銘)이다. 사천만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누리원을 통과해 계속 가면 임도는 각산 줄기를 따라 꾸준히 고도를 높여간다. 저 아래로 사천만이 한눈에 들어오고 와룡산도 허리춤 시선으로 다가선다. 누리원에서 5.5km 가면 이윽고 정상능선의 송신탑(팔각정)에 이른다. 이곳이 해발 390m이니 정상 턱밑이다. 팔각정 뒤로는 좁은 등산로인데 170m만 가면 산불감시초소와 전망대(405m)가 나온다. 3m 더 높은 정상은 여기서 서쪽으로 400m 거리에 있다. 봉수대가 있는 정상은 사천바다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명소가 되었다. 봉수대 정상은 케이블카를 이용해 따로 가보기를 권하며, 여기서는 이곳 전망대를 최종 목적지로 삼는다. 산 이름에 뿔(角)이 들어간 것은 산체가 엎드린 용을 닮았고 정상은 그 뿔에 해당한 데서 유래했다. 실제로 산체는 용이 크게 허리를 굽힌 듯, 말굽모양을 이룬다.

가끔씩 조망이 트이고 노면도 좋은 각산 임도. 단풍이 짙게 물들었다

각산 허리춤에서 바라본 와룡산과 남양동 일원. 오른쪽 첨봉은 천왕봉(625m)

봉수대 전망대도 조망이 대단하지만 동쪽이 조금 가리는데, 이곳 전망대는 서쪽이 일부 가리는 대신 동남쪽이 훤히 트여 삼천포항과 남해, 다도해 조망이 일품이다. 발밑으로는 바다를 건너는 케이블카가 콩알만 하고 그 뒤로 창선도와 남해도의 산들이 중첩된다. 삼천포항은 신구 두 항구로 분리되었고 화력발전소 굴뚝 뒤로는 사량도가 흐릿하다.

일몰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인데, 어린 소년이 혼자 전망대에서 망원경을 보고 있다. “이 시간에 여길 혼자 오다니 용감하구나”하고 감탄했더니 소년은 자전거로 나타난 내가 놀라운 듯 입을 다물지 못한다.

각산 전망대 동남쪽 조망. 삼천포항 뒤로 삼천포화력발전소, 사량도가 펼쳐진다

전망대 남쪽으로는 창선도로 이어지는 삼천포대교-초양대교-늑도대교-창선대교가 차례로 보이고, 각산 봉수대에서 초양도를 오가는 케이블카가 점처럼 바다 위에 떠 있다. 맨 뒷산은 창선도 최고봉인 대방산(468m) 

해질녘에 혼자 산을 오른, 용감한 소년이 막 하산하고 있다

5.5km 업힐은 신나는 다운힐 구간으로 돌변한다. 조망이 트여 고도감도 좋다

하산 도중 해는 사천만 수면으로 훌쩍 다가섰다. 황금빛으로 물든 바다가 황홀하다 

각산을 내려오는 도중 만추의 짧은 해가 멀리 서산에 기운다. 다운힐은 10분이면 족하고, 산 아래 남양동부터는 편안한 자전거도로를 타고 복귀하니 걱정이 없다. 사천시는 시 남북을 종단하는, 시외버스터미널~봉남동 간 20km에 달하는 자전거도로를 조성해 놓았다. 놀랍게도 기존 둑길이나 농로를 적당히 활용한 것이 아니라 1990년에 폐선된 삼천포선 철도를 기본으로 내륙쪽 와룡산 자락 바로 아래를 지나는 자전거길을 만든 것이다. 덕분에 길은 거의 직선이고 기복도 별로 없다. 신벽동 지석묘를 지날 즈음 사천만 저편으로 해가 넘어간다.

자전거길은 이용자가 별로 없는 듯, 사용감보다는 세월감이 더 크다. 앞뒤로 불을 켜고 텅 빈 들길을 달리는데 저 앞으로 두런두런 얘기 소리가 들린다. 저녁식사를 마친 마을 노인들이 함께 산책을 나선 듯 남자는 앞서고 여자는 뒤를 따르며 이야기꽃이 한창이다. 그러고 보니 지나온 시골마을에서도 빈 집을 본 적이 없다. 산과 바다는 물론 공업과 농업, 도시와 농촌 그리고 노소(老少)가 공존하는 특별한 곳이다.

옛 삼천포선 철길을 활용한 자전거도로 

신벽동 지석묘. 받침돌이 낮은 바둑판식 고인돌로 주변에도 다수가 발견되어 청동기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았음을 알 수 있다

사천만 일몰. 해가 지는데 저 조각구름은 오늘 밤 어디서 자려고 

이미 해는 졌는데 잠시 쉬어간들 어떠리

 

tip

코스 중간중간에 식당과 편의점이 있다. 각산이 처음이라면 라이딩과 별도로 사천바다케이블카를 추천한다. 삼천포대교 중간지점인 초양도에서 바다를 건너 각산 봉수대 아래까지 장장 2.43km를 이어져 바다와 산악 경관 모두 일품이다. 송신탑에서 산불감시초소와 전망대가 있는 동봉까지 170m는 길이 험해 도보를 권장하며, 전망대에서 봉수대는 400m 거리다.

 

* 코스 지도와 고도표, gpx 파일은 자전거생활투어(www.bltour.net)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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