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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전거 타는 재미로 사는 ‘자백님’의 사고수습 내막  
무엇도 그의 라이딩을 말릴 수 없다


그동안 ‘예스맨의 이바이크 스토리’를 연재해온 벨로스타 예민수 대표가 이달부터는 ‘예스맨의 이바이크 에세이’라는 테마로 좀 더 가볍고 흥미로운 전기자전거 이야기를 풀어낸다. 첫회는 전기자전거를 타다가 자동차와 충돌사고를 당했지만 사람도 자전거도 멀쩡했던 ‘자백님’(카페 닉네임)의 이야기다. 그는 전기자전거만 12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부인은 대당 50만원짜리라고 알고 있다는데…

 

 

금요일 오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벨로스타 대표님이시죠? XX경찰서입니다. 관내에서 전기자전거와 자동차가 사고가 났는데 전기자전거 운전자가 면허증이 없는 무면허 상태입니다. 그런데 본인의 전기자전거는 인증된 제품으로 일반자전거에 분류된다고 하는데 무슨 이야기입니까? 제가 알기로는 전기자전거는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면허증이 있어야 운행할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 라이더(카페 닉네임: 자백님)가 타고 있는 전기자전거는 행안부 홈페이지에서 확인이 가능하며, 일반자전거로 분류된 합법적인 전기자전거로 면허가 필요 없습니다.”
“아…. 그래요? 근거 자료를 보내줄 수 있습니까?”
경찰이 전기자전거법이 시행된 지 9개월이나 지난 12월에도 전기자전거법을 모르다니….
“행안부에서 운영하는 자전거 행복나눔( www.bike.go.kr) 홈페이지에 자전거로 인증된 전기자전거 목록에 사진과 함께 올라가 있습니다. 그 자전거는 목록 중에 00번째 있는 인증된 전기자전거입니다. 여기에 등록된 전기자전거(2018년 12월 말 기준 100개 차종)는 일반 자전거의 지위를 누릴 수 있고 만 13세 이상이면 면허증 없이 탈 수 있습니다.”
무면허로 의심되어 가해자가 될 뻔 했던 교통사고 상황이 전화 한 통화로 일반자전거로 인정받고 싱겁게 끝나버렸다.


운전면허증이 없는 사연
자백님이 올해 3월초에 전기자전거를 살 때 필자와 인증 관련 상담을 하고 전기자전거의 인증사항을 꼼꼼히 따져서 자전거도로 통행이 가능하고 일반도로에서 면허증 없이 탈 수 있는 합법적인 전기자전거를 산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전기자전거 마니아인 그는 대한민국 성인들이라면 대부분 가지고 있는 운전면허증이 없었다.
필자가 아는 대한민국 성인 남성 기준 무면허의 90% 이상이 음주운전으로 취소된 경우인데 나머지 10%에 해당하는 예외상황이었다. 오랜 외국 생활을 마치고 국내로 들어와서 정신없이 바쁘다 보니 면허증 갱신기간을 놓쳐 어렵게 취득했던 미국 면허증이 물거품이 된 것이다.
워낙 바빠서 국내에서 면허증을 다시 딸 시간도 없고 집에는 운전하는 아내의 차가 따로 있었다. 차보다 더 유용한 운송수단 전기자전거가 있었기에 운전면허증이 없어도 큰 불편이 없었다. 전기자전거가 생계형 교통수단이 된 그에게 하나둘 늘어난 전기자전거는 식구 수를 훌쩍 넘어 10대가 넘었다. 하지만 그의 아내가 알고 있는 전기자전거는 대당 50만 원(?)이 넘지 않는 생계형 운송수단이다.
교통사고가 난 다음날 자백님이 필자를 찾아왔다. 필자와 상담하고 정식 인증된 자전거를 산 덕분에 교통사고가 잘 해결되어 저녁 한턱을 내겠다고 온 것이다. 그날 저녁식사 중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새해 첫글에 소개한다.
 


자동차 사고로 하늘을 날았는데 멀쩡
횡단보도에서 인증된 전기자전거를 타고 건너다가 무섭게 달려온 자동차와 사고가 났는데 자전거보다 자동차가 더 많이 파손됐고 충돌 후 슈퍼맨처럼 날아서 떨어지는 짧은 순간에 머릿속에서는 아련한 첫사랑의 여인이나 가족들, 회사 걱정이 아니라… 더 이상 이 재미있는 전기자전거를 탈 수 없을 것 같다, 이제 무슨 낙으로 사나…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한다. 잠시 잃었던 정신을 차리고 살살 몸을 움직여 보니 아무 이상이 없었다.
사고 운전자가 119 구급차까지 불렀는데 아무리 봐도 몸에 이상이 없다고 털고 일어나는 바람에 구급차를 돌려보내고 다시 그 전기자전거로 20km 이상 업무를 보러 다녔고, 그 다음날은 30km를 전기자전거 타고 필자를 만나러 왔다.
사고 자동차가 상당한 견적이 나온 큰 사고인데 자전거도 사람도 응급실 갈 상황은 아니고 일반진료가 안 되는 주말이라 병원도 가지 않았다. 필자와 식사 중에도 사고 낸 운전자가 문자를 보내왔다. 빨리 병원부터 가보시라고…. 사고 난 다음 날 이렇게 멀쩡히 같이 밥을 먹고 있었기에 후유증을 걱정하던 필자도 걱정을 덜었다.
보통 교통사고가 나면 당시에는 몰라도 근육이 풀리는 다음날 여러 곳이 문제가 된 경우를 많이 봐왔다. 그런데 다음날 이렇게 멀쩡하게 식사하러 자전거를 타고 왔다면 몸에는 이상이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모르니 월요일에는 꼭 병원을 가보라고 이야기했다. 병원 안 가고 버티면 사고운전자가 더 불안하다. 그 정도의 사고면 1년 미만의 새 자전거라 전손 보험으로 처리하고 새 자전거 한 대 뽑는 것이 어떠냐고 했더니, 허허허… 웃고 만다.
“몸도 문제 없고 자전거도 무사히 잘 굴러서 자전거를 계속 탈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여기서 더 바라면 안 되지요?”

 

경춘선 ITX 청춘열차에는 앞뒤로 4대씩 별도의 자전거 칸이 있다
왼쪽부터 필자, GPS님, 자백님
산악라이딩 시작도 전에 멀쩡한 뒷바퀴의 바람이 도망가고 없다. 익숙한 솜씨로 튜브리스 타이어를 손보는 자백님
강촌~춘천 간 임도

 

조금도 다치지 않은 비밀 
어떻게 차가 찌그러지고 몸이 슈퍼맨처럼 하늘을 날았는데 멀쩡할까? 횡단보도 위에서 설마 차가 멈추겠지 하고 달렸고 차는 설마 자전거가 멈추겠지 하고 그냥 달린 상황이었다. 자전거가 차량의 운전석 측면과 부딪히면서 자전거와 라이더의 몸이 분리되었다. 전기자전거는 20kg 수준의 무게로 충돌면이 타이어여서 완충이 되어 자전거도 고장 난 곳이 없었다. 그런데 몸이 날아서 차량 반대편으로 떨어졌는데 어떻게 멀쩡할까? 낙법을 배운 유도선수도 아니고 일에 치여서 사는 운동부족인 중년의 나이인데?
이유는 다음 날 필자를 만나러 올 때 입고 온 그의 갑옷, 든든한 헬멧과 보호장구에 비밀이 있었다. 해외에서 주문한 가죽점퍼는 요소요소에 몸을 보호하는 보호대가 내장되어 있었다. 오토바이나 산악자전거를 타는 마니아들이 입는 보호대가 내장된 튼튼한 가죽점퍼였다. 그날 필자도 같은 제품을 바로 해외에 주문했다.
미국계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그는 미국인 사장 말고는 가장 높은 중역이다. 차가 없어도 당장 큰 불편이 없고 면허증이 없는 그에게 전기자전거는 신세계이자 편리한 교통수단이었다. 전기자전거에 입문한 지 2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쳐 가면서 구입한 모델만 12대나 되었다. 그중 일부는 회사 직원들에게 저렴하게 분양해서 사내 전기자전거 동호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렇게 분양을 하고도 아직도 그에게는 전기자전거 수집가로 불릴 만큼 많은 자전거가 남아 있고 또 다른 자전거를 고르고 있다.
출퇴근 거리가 왕복 50km여서 출퇴근 전용으로만 사용하는 전기자전거만 2대이다. 이유는 자전거 한 대가 고장 나면 당장 출근길이 막히는 상황이라 만약의 사고를 대비해서 자전거도로를 마음 놓고 달릴 수 있는 합법적인 전기자전거를 선택한 덕분에 잘 해결된 것이다.



일중독에서 해방되다 
자백님의 전기자전거 사랑은 남다르다. 주중에 눈비 오는 날 빼면 거의 매일 자출을 하고 있고 심지어 폭우가 아니면 비 예보가 있는 날에도 자출을 멈추지 않는다. 주말에는 산악용 전기자전거로 자연과 함께하는 산악라이딩이라는 취미생활이 하나 더 생겼다. 이렇게 즐거운 라이딩을 계속하려면 건강해야 하고 다치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남들이 보면 자전거 타는 사람치고 너무 과하다 할 정도로 보호장구를 갖추고 타고 있다.
가끔 아파트 승강기에서 만나는 동네 주민들은 배달 온 라이더로 오해하고 이 추위에 고생이 많다고 격려하기도 한단다. “저는 자전거로 즐겁게 출퇴근 하는데요?” 하고 싶지만 거울에 비친 모습은 누가 봐도 ‘배달의 기수’여서 웃음으로 답을 해주고 있다.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의 기준은 빨리 달리는 사람이 아니라 사고 없이 오래 타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이 즐거움을 오래오래 유지하기 위해 조금 과하다 싶은 보호대와 장비를 갖추고 안전 라이딩을 하고 있다.
전기자전거를 타면서 월화수목금금금 이었던 그의 생활에 변화가 생겼다. 일중독이었던 그에게도 손꼽아 기다리는 주말이 생겼다. 이제는 주중에 미리 주말계획을 세우고 차표부터 예매하는 일이 많아졌다.

 

함께 라이딩 간 전기자전거들
라이딩 마지막에 막다른 길이 나온다. 물길을 건너면 마을이 나오고 임도라이딩이 끝난다

 

1년에 2만4000km 주행
그에게 전기자전거는 삶의 즐거움이다. 일에 몰두하면 건강을 챙기기 어려운데 출퇴근 라이딩만 하면 별도의 시간을 내지 않아도 운동과 생활의 활력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자전거는 일반자전거보다 환경적인 제약을 덜 받는다. 봄가을이면 더없이 좋은 라이딩이 되고 한여름의 무더위도 한겨울의 칼바람도 부담이 적다. 그는 전기자전거에도 가혹한 혹한의 날씨에도 겨울 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발열조끼와 패딩, 발열장갑, 든든한 보호대가 내장된 가죽점퍼와 든든한 신발을 갖춘 그에게 혹한의 추위는 장애물이 아니다. 다소 무게가 늘어나지만, 전기자전거는 이런 무게를 극복할 수 있다. 주중에는 50km 거리를 출퇴근하고 업무용으로도 수시로 이용한다. 주말에는 즐거운 레저용으로 산을 찾아 전국을 점프하면서 전기자전거와의 밀애에 빠져 있다.
2018년 1년 동안의 주행거리가 2만4000km, 2년이면 지구 한 바퀴 이상을 달리게 된다. 웬만한 자동차의 운행거리보다 더 긴 거리를 전기자전거로 달렸다.



더블 펑크 이벤트
주말 영하 12도 혹한의 날씨에 자백님을 비롯한 카페 회원님과 같이 강원도 임도를 다녀왔다.
그런데 자백님의 자전거가 임도에 진입하기도 전에 뒷바퀴의 바람이 빠져 버렸다. 튜브리스라 펑크 날 상황도 아닌데…. 강추위에 낮아진 타이어 압력과 실런트 성능이 떨어져 코너링에서 비드가 밀려나 바람이 빠져나간 것이었다. 그는 익숙한 솜씨로 실런트를 주입하고 열심히 펌프질해서 혹한기 힐링 라이딩을 할 수 있었다. 그의 가방에는 일반 라이더들이 가지고 다니지 않는 장비들이 들어있다. 덕분에 같이 라이딩하는 회원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런데 이날 그의 이벤트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임도 라이딩을 마치고 식당에서 닭갈비를 잘 먹고 나오는데 곱게 주차해둔 그의 자전거 앞바퀴가 아스팔트와 납작하게 붙어서 밀애를 즐기고 있었다.
이런…. 예약한 기차 시간도 촉박하고 처음 시작된 뒷바퀴 이벤트에서 실런트를 모두 사용해서 이번에는 작은 펌프로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춘천역까지 ‘끌바’를 해야 했다. 펑크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어 선택한 튜브리스였는데 앞뒤 바퀴 돌아가면서 혼자서 더블 펑크 이벤트를 만들었다.
“튜브리스 포기하고 그냥 튜브로 넘어오시죠?”
“집에 가서 천천히 고쳐봐야지요…. 내일은 다른 자전거로 출근할 거라 수리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라이딩 중간에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엔 자전거 부자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와 미소가 넘쳐난다. 주말이라 지하철을 이용해서 끌바로 집에 가는 것이 대수롭지 않은 듯했다. 내일 당장 자전거를 탈 수 없게 되면 정신적 공황이 올 것을 알기에 미리 여러 대를 소유한 이유가 이해갔다. 하지만 너무 많은 자전거는 세심하게 관리하기 힘들어서 관리부실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래서 일부를 정리하고 5대만 남기기로 했다.
한정된 시간과 예산으로 제대로 된 정비를 꼼꼼히 하려면 자전거 숫자를 줄일 필요가 있다. 결국 타다 보면 손에 가는 자전거는 많지 않다. 자주 타지 않는 자전거는 줄이는 것이 맞다. 

 

춘천 공지천에 있는 우미닭갈비
앞바퀴가 펑크 난 자전거로 청춘열차에서 내리는 자백님
저녁식사 후에 또다시 만난 이벤트, 앞 튜브리스 타이어 공기 탈출사건

 


50만원이라고 믿는 아내가 실수하지 않기를 
그의 작은 소원이라면, 가족 숫자보다 많아져 전기자전거 천국이 된 그의 집에서 어느날 아내가 남아도는 50만원짜리(?) 전기자전거를 60만원에 팔아 돈 벌었다는 소리를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전기자전거는 50만 원도 안 하는 생계형 교통수단이라고 아내가 영원히 알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세월이 흘러 일을 놓고 시간의 자유를 얻게 되면 전기자전거는 그가 생을 마감할 때까지 날로 약해져 가는 다리근육을 도와 이동과 여행을 함께하는 즐거운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그때까지 그의 아내는 고급차 값 이상 전기자전거에 투자한 것을 모르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도 톡방에서 자백님이 노크한다. 이번 주에는 어느 산으로 가볼까요? 주말 라이딩을 위한 차표 예약만으로도 이미 마음은 산을 누비고 있기에 주말을 기다리는 일주일 동안 그의 얼굴에는 항상 미소가 함께한다. 

 

임도라이딩을 마치고 춘천시내로 들어가는 의암호 호반의 석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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