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에는 풀을 뜯는 소떼가, 산에는 고찰과 벚꽃의 향연이

초원에는 풀을 뜯는 소떼가, 산에는 고찰과 벚꽃의 향연이
서산 한우목장과 일락산 임도

한우 3000마리를 키우는 서산 한우목장은 능선과 골짜기를 따라 초지가 조성되어 한층 이국적이고 목가적이다. 목장 가운데 조성된 용유지(용비지)는 주변 경관과 숲이 비쳐 몽환적인 비경을 연출한다. 목장길은 전염병 예방을 위해 출입금지 구간이 많으나 외부에서 보아도 경관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봄 산속으로 들면 개심사와 문수사 같은 고찰이 터질 듯한 벛꽃의 도열에 침잠하고 있다 

부드럽고 둔중하게 구비치는 능선을 감싸고 초지가 조성되어 한층 입체적이고 특별한 느낌을 주는 서산 한우목장
마치 천상으로 이어지는 듯 능선을 따라 구불대는 목장길은 곡선미가 아름다워 목가풍을 더해준다

 

꽃 피는 봄이 오면 우리는 서산 한우목장에 가봐야 한다. 봄이 오면 생각나는 건 꽃놀이, 많은 꽃놀이 중에서도 당연 벚꽃이겠다. 전국에 피는 벚꽃이 아름답지 않은 곳이 어디 있겠냐만 서산의 벚꽃은 더 특별하다.
광활한 초지가 시원스런 풍광을 선사하는 서산 한우목장은 서산9경 중 제8경으로 꼽힐 정도로 특별하다. 봄철이면 아름다운 능선의 초지를 따라 벚꽃이 만개하여 낭만이 넘치고 그 광경은 이미 유명세를 타 매년 4월 초에서 중순경에는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꽃분홍 향연으로 풍요로움을 더한다.
올 봄을 대비해 단풍이 울긋불긋 물들어 가는 지난 가을, 미리 서산 한우목장을 찾았다. 구릉 사이로 얽혀있는 초지길은 축사와 목초지를 연결하고 있어 다소 복잡하고, 개방로와 폐쇄로가 구분되어 있어 사전 답사를 위한 성격이다. 

한우 3000마리 보유한 국내최대 한우목장
서산 한우목장의 정식명칭은 ‘농협경제지주한우개량사업소’다. 1969년 삼화축산으로 설립되어 삼화농장, 서산목장, 한우개량사업소로 불리며 지금까지 50년의 역사를 지닌 국가 소유의 목장이다.
목장의 전체 면적은 1117ha(348만평)로 초지 665ha, 임야 452ha이며, 약 3000마리의 한우를 보유하고 있다. 목장 규모로 친다면 대관령 삼양목장(600만평)의 절반이 조금 넘지만, 한우만 전문으로 키우는 국가 소유의 목장으로는 국내최대 규모다.
이곳은 우리나라 고유의 유전자원인 한우를 개량하기 위해 유전적으로 우수한 씨수소를 선발하고, 우량 씨수소로부터 인공수정용 냉동정액을 생산하여 양축농가의 소득증대 기여에 목적을 두고 있다.
잠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서산 한우개량사업소의 모태는 삼화목장이다. 박정희 정권 2인자였던 김종필 전 총리가 1969년 삼화축산주식회사를 설립하여 상당수가 국유지였던 이 일대를 수년에 걸쳐 개간해 목장을 만들었다. 그래서 ‘김종필목장’이라는 별칭으로도 익숙하다.
목장 안에는 지금까지도 김 전 총리가 머물던 별장이 남아 있다. 또 인공저수지인 용비지(龍飛池)도 있다. 편백나무, 자작나무, 메타세쿼이어, 벚나무 등이 저수지를 감싸 풍경이 아름답기로 소문나 있다. 김 전 총리는 이 목장에 올 때마다 헬리콥터를 이용, 별장에 머물다 가곤 했다고 한다. 그러다 박정희 대통령 서거 후 신군부가 들어서면서 주인도 바뀌게 된다. 신군부는 김 전 총리를 부정축재자로 지목하여, 1979년 기증형식으로 몰수한 삼화목장을 국가로 귀속시킨다. 현재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위탁을 받아 농협중앙회가 관리하고 있다. 

서산9경 중 4경을 보는 코스   
서산한우목장은 서산시 운산면 태봉리, 용현리, 신창리, 거성리 일대에 걸쳐있으며, 서해안고속도로와 647번 지방도가 지나가고, 서쪽은 평야지대이며 동쪽은 상왕산과 일락산이 남쪽 가야산으로 이어진다.
주변 명소로는 명종대왕태실, 개심사, 해미읍성, 일락사, 국립용현자연휴양림, 서산마애삼존불상이 있다. 서산시가 자랑하는 서산9경 중에서 4경이 코스 안에 포함되어 있다. 1경(해미읍성), 2경(서산마애여래삼존불상), 4경(개심사), 8경(서산한우목장)이 그것이다.  
라이딩은 운산면소재지에서 시작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교통이 불편하여 자가용으로 접근하는 것이 수월하며, 인근 용장천이 흐르는 운산교 아래 둔치에 주차하면 된다. 

구릉 사이로 구비치는 목장길
서산 한우목장은 하루 온종일 돌아 다녀도 질리지 않는 곳이다. 구릉 사이로 워낙 다양한 길이 있고 달릴 때마다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희뿌연 안개 속에 구릉 위를 향해 지그재그 휘돌아 오르는 구비길은 마치 천국으로 이어진 듯 몽환적이다. 길은 직선보다 물 흐르듯 곡선으로 흘러야 멋있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과 두둥실 떠가는 구름, 울긋불긋 오색 찬연한 단풍의 향연, 드넓은 초지 위에 평화롭게 풀을 뜯는 누런 소떼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하고 자못 이국적다.
아름답기로 소문난 이곳은 TV 한우광고의 배경이기도 하다. 특히 초지능선을 따라 벚나무가 늘어선 풍경은 누구라도 카메라를 들고 싶게 할 만큼 아름다워 PC나 핸드폰의 배경화면으로 제격이다.
이 땅에 사계절이 있다는 건 대단한 축복이다. 전국이 다 그렇지만 초지가 많아 봄·여름·가을·겨울 철마다 다양한 풍광을 볼 수 있는 건 서산 한우목장만의 매력이다. 특히 봄철이면 초지 능선을 따라 벚꽃이 만개하여 낭만이 넘칠 것이다.
벚꽃이 한창인 어느 봄날, 바람이 스치면 이곳에서 꽃비를 맞으며 거닐고 싶다. 탁 트인 초원과 푸르디푸른 하늘, 자연이 선사하는 맑은 기운과 차원이 다른 운치를 이곳 한우목장에서 만끽해보자.

낮은 산자락에 조성된 목장은 1117ha(348만평)로 규모가 굉장하다. 목장 내에 마을이 드문드문 있어서 출입이 비교적 자유롭다
고지대에서 바라본 용유지(용비지). 주변으로 단풍이 예쁘게 들었다
부드러운 구릉과 숲에 둘러싸인 용유지

 

아름다운 저수지, 용유지
서산의 가볼 만한 곳으로 개심사와 해미읍성을 많이 추천하지만 아는 사람만 아는 비경이 용유지다. 한우목장 한가운데 자리한 용유지(용비지)는 연중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단풍으로 곱게 물든 산이 덩어리째 호수에 잠겼다. 호수에 반영된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물든 풍경을 마주하니 내 가슴도 순수의 빛깔로 물드는 것 같다. 알록달록 화려하게 치장한 단풍이 수면에 반사되는 광경, 그 산뜻한 데칼코마니의 비경은 잊을 수 없는 각인이다. 해마다 4월 중순이면 용유지에는 지상낙원을 닮은 또 다른 진풍경이 펼쳐진다.
용유지는 ‘용비지’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봄이면 봄, 겨울이면 겨울, 사계절 모두 아름답다. 특히 봄이 되면 산벚꽃이 피고, 주변 풍광이 저수지에 반영되어 더 아름다운 곳으로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다.
용유지는 인공적으로 만든 저수지로 주변에 광활한 구릉의 풀밭을 따라 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광경은 지극히 목가적이다. 벚나무, 진달래, 개나리 등 봄을 알리는 전령사처럼 화려한 꽃나무를 비롯하여 메타세쿼이어, 편백나무, 자작나무와 단풍나무가 저수지를 에워싸고 있다. 특히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어 나무는 초록빛 풀발과 어우러져 보기에 참 좋다.
4월은 나무에 생기가 돌고 연초록 새순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오는 시기다. 용유지에 뿌리를 내린 버드나무도 한 해를 준비하기 위해 한창 물을 머금고 준비 중일 것이다. 

벚꽃길 아름다운 문수사, 마음을 씻는 개심사
문수사에서 개심사 가는 길에 있는 초원은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유유자적하기에 딱 좋다. 한우목장은 가축병으로부터 한우를 보호하기 위해 일부 구간은 출입을 금하고 있지만, 워낙 규모가 커 주위에서 봐도 그 아름다움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문수사는 어마어마한 왕벚꽃과 겹벚꽃을 볼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벚꽃이 커서 나무 밑에서 올려다보면 꼭 팝콘이 터지는 듯하다. 사찰로 가는 길 양옆으로 하늘을 뒤덮은 왕벚꽃이 꽃터널을 이룬다.
개심사는 왕벚꽃도 아름다운 곳이지만, 국내에서 유일하게 청벚꽃을 볼 수 있다. 충남이 자랑하는 4대 사찰 중의 하나로 654년(백제 의자왕 14년) 혜감국사가 창건해 1350년(고려 충정왕 2년)에 처능대사가 중수했다고 전한다.
사찰을 중심으로 우거진 숲과 기암괴석 그리고 봄에는 주변이 온통 벚꽃으로 만발해 마치 속세의 시름을 잊은 신선경에 와 있는 듯하다.
아름다운 산길과 계곡, 그리고 나무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돌계단을 따라 오르면 서산 제4경 개심사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일주문을 지나 숲속의 오솔길 초입에는 ‘마음을 씻는 골짜기, 마음을 여는 절’이라는 뜻의 ‘세심동 개심사(洗心洞 開心寺)’라는 글귀가 반긴다.
개심사는 그렇게 큰 절은 아니지만, 아담한 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마음을 여는 절 개심사에서 아름다운 풍광을 만끽하며 속세의 시름을 잠시 잊어보는 건 어떨까? 

라이딩 재미 넘치는  일락산 임도
일락산(521m)은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와 해미면 황락리의 경계에 걸쳐 있는 산이다. 해미읍성에서 황락저수지 방향으로 가면 일락산으로 가는 두 개의 임도가 개설되어 있고 모두 용현계곡에서 만나 국립용현자연휴양림으로 향한다. 
푸른 하늘, 단풍으로 곱게 물든 임도를 따라 오르면 일락사 푯말이 보인다. 감시초소에서 일락사를 경유해 능선 정상부까지는 2.3km의 짧은 구간이지만 한우목장에서 힘을 많이 써서 그런지 제법 힘들게 느껴진다.
굽이굽이 능선 정상부에 이르면 ‘사잇고개’라는 이정표와 솟대가 세워져 있다.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다. 용현계곡으로 내려가는 긴 임도는 묵은 가슴도 뻥 뚫릴 듯한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다운힐이다.  

봄이면 더욱 찬란해질 목가풍 속으로 
서산한우개량사업소는 축산업 보호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곳이다. 따라서 구제역 같은 전염병이 돌면 인근 마을까지 이동이 엄격하게 관리된다. 평소에도 공식적으로는 출입금지 구역이지만, 암묵적으로 용인되고 있다.
봄이 오면 생각나는 꽃놀이 중 최고는 역시 화사한 벚꽃이다. 전국에 피는 벚꽃이 다 아름답지만 서산의 벚꽃은 특별하다. 깨끗한 자연에서 건강하게 자란 한우는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풍경이다. 뻥 뚫린 하늘 아래 평화롭게 풀을 뜯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알프스에 온 듯 이국적인 느낌마저 든다.
아름다운 서산 한우목장의 봄, 4월이 어서 오기를 간절히 기다려진다. 

키 큰 메타세쿼이어가 삼각형으로 쭉쭉 뻗어 알프스의 기슭처럼 이국적인 풍광. 용유지 하단부로 가는 우회로 구간이다
방목중인 소떼
일락산 임도로 진입하면 나타나는 일락사 이정표. 일락사는 골짜기 끝 밝은 터에 남향하고 있지만 고풍스런 맛은 떨어진다
낙엽이 깊게 깔린 일락산 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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