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ian Sioen × Ridley 리들리 홍보대사 벨기에 뮤지션 Sioen 시오엔

“자전거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한국에서도 활성화되길 바란다”

 

한국을 방문한 젊은 외국인들에게 서울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을 골라보라고 하면, 경복궁이나 광화문 등 한국의 전통을 느낄 수 있는 장소보다 홍대나 이태원 같은 유흥가를 꼽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밤은 새벽이 오기 직전까지도 유난히 밝고 빛난다. 홍대는 그런 한국의 밤을 대표하는 곳 중 하나다. 그런 홍대를 노래한 아티스트가 있다. 멀리 벨기에에서도 홍대를 노래할 정도로 한국에 푹 빠져버린 아티스트, 바로 시오엔(Sioen)이다. 그는 벨기에 브랜드 리들리의 홍보대사이기도 하다
글·사진 최웅섭 팀장

앞으로 탈 자전거를 피팅하기 위해 사뭇 진지한 모습으로 안장 위에 올라있는 시오엔. MTB 클릿만 사용하던 그는 로드 클릿 페달이 처음이라고 이야기했지만, 걱정은 전혀 하지 말라며 주위를 안심시켰다

 

시오엔은 벨기에의 싱어송라이터로 국내에서는 2002년 기네스 팰트로와 다니엘 헤니가 출연한 모 CF에 삽입된 곡 <Cruisin’>으로 유명하다. 벨기에 현지에서는 물론 유럽에서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그가 한국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3월 10일 서울 압구정동에 자리한 ‘Around3000’에서 그를 직접 만나볼 기회가 생겼다. 시오엔은 벨기에의 아티스트이면서 노련한 사이클리스트이기도 하다. 벨기에의 유명 자전거 브랜드인 리들리는 이런 이유로 시오엔을 리들리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리들리는 마침 한국 방문 일정이 있던 시오엔에게 리들리의 한국 공급처인 HK코퍼레이션을 통해 한국 사이클리스트들과 교류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것. 벨기에의 대표적 친한파 뮤지션이자 자전거를 사랑해 마지않는 시오엔에게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Around3000에서 기자들과 대면한 시오엔은 환하게 웃으면서 서툰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그는 “매주 카카오톡을 통해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시오엔

 

홍대를 사랑해 ‘홍대’를 노래하다 

― 한국에서 음악 방면으로는 일각에서 잘 알려져 있다. 한국과의 인연은 어떻게 맺게 되었는가?
“2010년대 들어 SNS를 통해 나의 음악이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몰랐지만, 그 일을 계기로 2012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당시 한국 방문은 굉장히 인상 깊었고, 특히 홍대에서의 경험이 즐거웠다. 지인의 가게인 벨기에 초콜릿 전문점을 방문하려고 홍대에 가게 되었는데, 홍대의 분위기에 매료되었다. 그때 홍대의 어느 한 커피숍에서 영감을 받아 나오게 된 곡이 ‘Hongdae(홍대)’다.
‘Hongdae’는 (벨기에에서) 다소 생소한 지명이기도 하고 먼 극동의 도시를 노래했다는 점에서 벨기에에서도 관심을 받았다. 그럴 때면 한국에서의 경험을 소개하곤 한다.”

&#8204;HK코퍼레이션에서 제공한 리들리의 조각모를 쓰고 포즈를 취했다

 

― 자전거를 통해 한국 사이클리스트들에게 소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리들리와 벨기에의 자전거 문화에 대해 소개한다면?
“리들리는 벨기에를 대표하는 자전거 메이커다. 주력 모델로는 노아와 헬리움이 있다. 1997년에 설립된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성능이 우수해서, 벨기에의 월드투어 팀 로또수달에서 운용하고 있는 팀카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리들리의 디자인과 강성을 높이 평가하는 편이다. 나는 특히 업힐에 자신 있는 편인데, 벨기에에서 타고 있는 리들리 헬리움은 디자인과 강성, 거기에 승차감까지 만족스럽다. 과거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자전거를 빌려서 타곤 했지만, 이번 HK코퍼레이션과의 배려로 이번에는 내 자전거와 같은 헬리움 모델을 빌려 탈 수 있었다.
벨기에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 두 가지를 꼽는다면 첫 번째는 축구, 두 번째는 자전거를 들 수 있다. 그만큼 벨기에는 자전거 문화가 발달되어 있고, 어딜 가나 자전거를 쉽게 볼 수 있다. 과거 ‘식인종’으로 명성을 떨쳤던 에디 먹스, 디스크 브레이크가 장착된 로드바이크를 타고 최초 우승을 따낸 톰 부넨 등 쟁쟁한 선수들이 벨기에 출신이기도 하다. 아기가 걸음마를 떼기도 전에 자전거를 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3개월간 한국에서 사용할 자전거 용품을 고르고 있는 시오엔. 특유의 익살스러움이 주변 분위기마저 밝게 만든다

 

― 매번 한국을 올 때마다 자전거를 탔다면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코스는 어디였나?
“사실 과거 한국에서 라이딩을 할 때는 바쁜 스케줄로 멀리 나가지 못해 서울 근교 밖에 돌지 못했다. 또 코스를 일일이 체크하지 않아 이름은 잘 모르지만, 앞으로 타고 싶은 코스는 있다. 바로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라이딩이다. 한국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인 ‘비정상회담’으로 유명한 벨기에인 줄리안과 함께 하기로 했다. 원한다면 함께 타도 좋다.”


― 자전거를 즐기는 뮤지션은 한국에는 그다지 흔하지 않다. 자전거와 음악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하나?
“둘 다 중독성이 강해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것 같다. 또 자전거로 여행하는 것은 음악의 서사성과 비슷한 느낌이 있기도 하고, 약간 현실도피적인 느낌도 있다.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압박을 받을 때 음악을 듣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훌훌 털어버리면 한결 나아지지 않나. 그런 면에서 한국도 많은 뮤지션들이 라이딩을 즐겼으면 좋겠다. 벨기에에서는 뮤지션으로만 이루어진 팀도 있고, 나는 동네 주민들과도 자주 탄다. 한국인 아티스트인 성기완과도 라이딩을 함께 한 경험이 있다. 그는 빠르지는 않지만 자전거를 즐길 줄 안다.”

 

― 리들리의 홍보대사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벨기에에서는 7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는 암투병 환자들을 위한 자선 라이딩 행사가 있다. 매년 5월에 열리는데, 4일안에 1000㎞를 완주해야 하는 라이딩이다. 암투병을 후원하는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기회가 닿아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 매주 50~100㎞를 자전거로 달려서 무리 없이 완주할 수 있었다.
벨기에 같이 자전거타기가 활발한 국가들에서는 이렇게 자전거를 활용해 사회에 이바지하는 프로젝트가 많다. 한국에서도 자전거를 타는 인구가 많아지고 사이클링에 대한 인기가 높아져 사회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 사이클링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

&#8204;평소 나이로 퀸타나 선수를 좋아한다는 시오엔. 자신의 이름과 퀸타나의 이름을 조합해 저지에 새겼다.
이딩을 떠나기 전 HK코퍼레이션의 직원들과
&#8204;자전거를 번쩍 들고서
&#8204;라이딩을 위해 가볍게 몸을 풀고 있다. 아직 빕숏만 입기에는 쌀쌀한 날씨였지만 여유로운 시오엔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시오엔은 HK코퍼레이션의 직원들과 함께 라이딩을 떠났다. 그는 휴가 겸 방문한 한국에서 6월까지 머물 예정이며, 그동안 본업인 음악활동과 동시에 활발한 라이딩을 즐길 계획이라고 한다.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오늘밤은 홍대에서 파티가 있으니 놀러오라”며 들뜬 모습으로 이야기하는 그를 보니 ‘이 사람, 홍대를 정말 엄청나게 좋아하긴 하나보다’ 싶다. 다른 스케줄 때문에 거절하긴 했지만, 그와 함께라면 홍대는 평소보다 훨씬 더 익사이팅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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