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전기자전거를 골라야 하나?

어떤 전기자전거를 골라야 하나? 
운명처럼 연결될 수도 있다, 내게 꼭 맞는 전기자전거 찾기!

수많은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내게 맞는 전기자전거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운명처럼 단 10분간의 시승으로 그런 자전거를 만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갈피를 못잡고 허우적대기 쉽다. 대책이 없다면 최근에 인기가 높고 중고 값이 높은 모델을 중고로 구입해 전기자전거에 익숙해지면서 내게 맞는 모델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선은 어떤 장르를 택할 것이냐를 정해야 하고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예산과 주행거리이다.

전기자전거가 주력인 필자 회사에서는 로드와 로드 라이더는 찬밥이다. 로드 타이어에 필요한 100psi 이상의 고압 펌프도 없다. 실제로 필자 회사에서 전동 로드를 시제품으로 만들어 국내 전시회에 선보였더니 정작 로드를 타는 라이더들은 관심이 없고 MTB나 미니벨로 타는 라이더들이 전동 로드에 도전해 보고 싶어 했다. 대체로 로드 라이더들은 전기자전거가 관심 밖이고 오히려 배척하는 경우가 많다. 로드보다 속도가 안 나고 운동도 안 되는 무거운 전기자전거를 왜 타는지 묻는 질문에 필자는 웃고 만다.
혼잣말로 “니들도 나이 들어봐라, 다리 엔진의 성능은 영원한 것이 아니란다. 언젠가는 그 엔진도 낡고 고장 나면 전기자전거의 필요성을 알게 되리라!”하고 만다. 그런데 그때는 이미 늦다. 건강할 때 아껴서 사용해야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무릎 연골이다. 

 

필자 소유의 전동 MTB, 전동 리컴번트, 전동 미니벨로

 

여성 로드 라이더가 전동 브롬톤을 입양한 사연 
시즌 중에는 무휴로 운영되는 필자의 샵에 비교적 한가한 일요일 오후, 여성 로드 라이더가 찾아왔다. 라이딩 나갈 때 다양한 간식을 넣을 가방을 찾는데, 배낭 대신 삼각 프레임 속에 달만 한 가방이 있는지 물었다. 다행히 전기자전거용 배터리 장착을 위한 다양한 가방이 준비되어 있어 로드라고 문전박대(?) 당하지 않고 들어올 수 있었다. 로드 프레임에 맞는 가방을 찾아 장착하는 동안 필자의 권유로 그녀는 생애 처음 전기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달리는 신세계를 경험하고 와서는 “유레카!”를 외쳤다.
학교와 작업실 사이 짧은 거리를 자주 왔다 갔다 해야 하고 오르막도 있어서 일반 자전거로는 여름철에 힘들 것 같아 화장이 지워지지 않는 마땅한 이동수단을 찾던 중이라고 했다. 전기자전거를 경험하고는 본인에게 꼭 필요한 이동수단을 찾게 된 것이다.
그녀에게 필요한 전기자전거는 10km 내외의 단거리용으로, 가볍고 부피가 작은 것을 원했다. 시승해본 신제품 전동 미니벨로는 비교적 가벼운 19kg대의 풀서스펜션에 중앙구동 모터가 달린 모델로 감동의 첫 라이딩이 되기는 했지만 여성이 간편하게 사용할 휴대성에서는 예선 탈락이었다. 더 가볍고 작으며 휴대성이 좋은 자전거를 원했는데 바로 눈앞에 테스트 중인 필자의 ‘전동 브롬톤’을 보고는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아! 브롬톤이다. 이것도 전기자전거인가요?”
“네, 전기자전거 맞습니다만 판매용이 아니라 제 개인 자전거입니다.”
“한번 타볼 수 있을까요?”
필자의 자전거를 빌려 한강으로 시승을 다녀와서는 다음날 어머니와 함께 다시 찾아와 늦게까지 전 가족의 ‘전기자전거 생활’을 위한 긴 상담을 마치고 전동 브롬톤을 입양해 갔다.
많은 전기자전거 라이더들은 초보에서 몇 번의 기기 변경을 해야 맘에 드는 전기자전거를 찾는데, 필자와의 인연으로 전기자전거를 처음 타본 지 10분 만에 본인의 용도에 딱 맞는 전기자전거를 운명처럼 만난 것이다.

완벽한 접이식 브롬톤과 전동의 만남 
그 전동 브롬톤은 필자와의 인연으로 10년 전에 전기자전거에 입문한 지인의 자전거로, 기종 선택부터 제작단계까지 소소한 튜닝내용까지 알고 있는 모델이었다. 그러다 몇 달 타고 용도에 맞지 않아 내놓자 필자 회사 직원이 아내를 위해 장만했다가 접어서 장식품으로 공간만 차지하고 있어 처분하기 위해 회사로 가져온 것을 얼떨결에 필자가 인수했다.
필자는 올해부터 한 장르의 자전거를 한 대 이상은 소유하지 않기로 결심한 터였는데 오전에 브롬톤을 입양해 가서 기존에 타던 미니벨로가 남아 있었다. 기이하게도 그날 저녁 40년이 넘은 아주 오랜 친구가 찾아와 한강에서 시승을 해보고는 절묘한 타이밍에 그 미니벨로마저 입양해갔다.
전동 브롬톤은 필자의 손에 들어와 한 달 남짓 소소한 업그레이드를 마친 상태였고, 한눈에 반해 꼭 필요한 용도로 유용하게 사용할 새 주인을 따라갔다. 필자와 브롬톤의 짧은 인연은 여기까지였다. 마침 필자 회사에서 미니벨로형 전기자전거가 출시되어 더 정들기 전에 처리를 고심하고 있었다. 가끔 SNS에는 필자의 자전거를 입양하기 위해 줄을 선 지인들도 있지만 처분을 결심한 타이밍에 꼭 필요한 사람이 입양해 가는 것도 인연이라 브롬톤의 아쉽고 짧은 인연은 여기서 마침표를 찍었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자전거가 있지만, 양산 자전거 중에 동일 휠베이스(앞뒤 바퀴 축간거리)로 가장 작게 접히는 자전거는 브롬톤이 최고다. 영국 감성에 최고의 휴대성을 살린 디자인과 크롬몰리 소재의 튼튼함이 장점이다. 필자를 포함해 많은 라이더들이 하나쯤 가지고 싶은 위시리스트에 손꼽히는 모델로, 필자 주변에는 브롬톤을 한두대는 물론 최고 5대를 소유한 라이더도 있었다.
그런데 브롬톤의 치명적인 약점이 몇 가지 있다. 너무 비싼 가격과, 무거운 부품으로 주행성능이 좋지 않다. 무게와 주행성능은 투자만 하면 개선이 가능하다. 경량 부품으로 업그레이드하면 스펙 상 무게를 반 가까이 줄일 수도 있지만 경차 한 대 값을 투자해야 한다. 반면, 모터와 배터리를 달아 전기자전거로 변신하면 얼마 들지 않고 간단히 해결된다.
10여 년 전부터 전동 브롬톤에 대한 자료는 해외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었고 국내에서도 가볍고 작은 전륜 허브모터가 많이 장착되고 있다.
전 세계 자전거 트렌드가 바뀌어도 절대로 전기자전거를 내놓지 않을 것 같았던 브롬톤도 전기자전거 같지 않은 전동 브롬톤을 2017년 유로바이크에서 선보였다. 본지 17년 11월호 칼럼에 필자가 소개했다. 모터와 배터리의 무게 5kg 정도가 더해지지만 작게 접히면서 편하게 멀리 갈 수 있는 전기자전거가 된 것이다. 3천유로(약 400만원)가 넘는 가격만 빼고는 이보다 더 작을 수 없는 브롬톤의 감성을 유지하면서 전기자전거의 편의성까지 갖춘 최고의 선택일 수도 있다.

 

2017년 유로바이크에서 선보인 전동 브롬톤
전륜 허브 모터를 사용하는 전동 브롬톤
전동 탠덤
전동 브롬톤의 배터리 가방과 접은 모습
필자와 대마도까지 함께했던 생활형 전동 미니벨로


“전기자전거, 참 고르기 어렵네~”
전기자전거는 이동수단인 동시에 레저와 운동기구로도 사용이 가능한 다목적 제품이다.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자전거의 장르가 달라지기에 용도가 확실해야 선택이 쉽다. 다목적으로 사용하려면 중간합의점을 찾아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용도별로 여러 대의 자전거를 소유해야 한다. 장고 끝에 악수가 안 되게 하려면 남의 이야기나 판매사의 광고문구보다는 정확히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전기자전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도 자신이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상태라면 장점만 강조하는 판매사의 광고나 알바들의 추천 정보로는 꼭 맞는 전기자전거를 찾기는 어렵다.
예를 들면, 장거리 출퇴근이나 국토종주 같은 장거리 라이딩이 목적인 라이더에게 바퀴가 작은 미니벨로를 추천하거나, 전기자전거를 들고 계단으로 3층을 올라가야 하는 여성 라이더에게 무거운 전기자전거나 덩치 큰 자전거를 권하면 나중에 원망의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
그런데 이말 저말 듣고 검색을 해보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오히려 선택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 필자가 권하는 내게 맞는 전기자전거 찾는 방법을 소개한다.

고르기 힘들 때는 인기 중고모델로 시작을 
세상에는 다양한 전기자전거가 있다. 국내에도 다양한 전기자전거가 봇물 터지듯이 출시되고 있어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최대한 많은 전기자전거를 시승해보기를 권한다. 다리품 팔아서 10가지 정도만 시승해보면 일반인의 시각에서도 세상에 ‘저렴하고 가볍고 멀리 가고 디자인까지 멋진 전기자전거는 없다’는 진리를 터득할 수 있다. 편안함을 위해서 희생해야 하는 것들이 있어, 필요한 조건을 충족하면서 다른 한두 가지를 포기하는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내면 선택이 쉬워진다. 예를 들면 가벼운 것을 추구하면 저렴한 가격이나 긴 주행거리를 포기하면 가능해진다.
2019년 기준으로 100만 원 이하의 전기자전거로 10kg 미만의 무게에 한번 충전해서 200km 이상 주행을 바란다면 10년 이상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전기자전거도 자전거라 가격은 성능과 비례하고 무게와 반비례하는 불변의 진리를 피할 수 없다.
도저히 고를 수가 없다면, 시중에서 가장 인기 있고 중고 값이 좋은 모델을 중고로 사서 전기자전거와 친해지고 난 다음 내게 어떤 전기자전거가 맞는지를 찾아내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인기 있는 중고 전기자전거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다시 팔 때도 제값을 받고 빠른 판매가 가능하다. 중고가격이 검색이 안 되는 자전거는 일단 피하는 것이 좋다.

 

필자와 아쉬웠던 인연의 전동 브롬톤

 

장르 선택 후 모터와 구동방식 맞춰야 
내게 맞는 전기자전거를 찾기 위해서 필자와 함께 고민한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그중에는 이미 본인이 결정을 해서 최선의 선택인지 자문을 구해오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백지 상태에서 상담을 시작한다.
처음 전기자전거를 시작할 때는 페달을 밟으면 자동충전이 되고 가볍고 멀리 가면서 저렴한, 세상에 없는 전기자전거를 원한다. 불가능한 몇 가지 조건을 이해시키고 나서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모델이나 동력방식을 상담해 준다.
라이더가 먼저 결정해야 하는 것은 미니벨로, MTB, 생활형 등 어떤 장르의 전기자전거를 선택할 것인가이다. 주행 습관이나 몸무게 등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해서 모터의 출력과 구동 방식을 선택하면 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예산과 원하는 주행거리이다. 예산이 결국 자전거의 무게와 성능을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 전기자전거는 투자한 만큼 가벼워지지만, 기본적으로 배터리와 모터의 무게가 더해지기에 아무리 많이 투자해도 새털처럼 마냥 가벼워질 수는 없다.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있다. 이 간단한 진리를 무시하면 결국 전기자전거를 영원히 타지 못하고 신제품을 기다리기만 하다가 좋은 시절 다 간다. 아니면 충동구매로 잘못 골라서 사고 되파는 시행착오로 금전적인 손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엄청난 수업료를 내야 한다. 인연이 된다면 단 한 번의 시승으로 본인에게 꼭 필요한 전기자전거를 찾을 수 있다.

‘무릎 연골 수명 늘리는 방법’
좋은 시절 다 가기 전에 빨리 전기자전거와 친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 주변 고학년 형님들의 한결같은 이야기가 좀 더 일찍 전기자전거를 만났다면 이 행복을 좀 더 일찍 누렸을 것이라고 아쉬워한다.
필자는 전기자전거가 운동이 안 된다고 반문하는 고학년 형님들에게 이야기한다. 무릎의 연골은 수명이 정해져 있어 건강할 때 아껴서 사용해야 오래오래 갈 수 있는데 건강하다고 무리하게 사용하면 그만큼 수명을 단축하게 된다. 살살 강도를 조절해서 전기자전거를 타는 것이 가장 좋은 ‘무릎 연골 수명 늘리는 방법’이라고 이야기하고 이는 전문가들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전기자전거를 경험하고 그 즐거움에 빠지고 나면 어느날 장르가 다른 여러 대의 전기자전거가 집과 사무실은 물론 자동차 트렁크까지 장악해 있어 놀라게 된다. 이제는 업이 되어 버린 필자의 경우 최고 10대 가까이 다른 장르의 전기자전거를 소유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정작 손이 쉽게 가는 전기자전거는 장르별로 한 대씩이다. 지금은 장르별로 한 대씩만 남겨서 4대를 보유하고 있다.
필자 주변에는 늘어나는 자전거 때문에 늘어나는 아내의 잔소리에 시달리다 자전거를 보관할 창고를 임대한 회원도 있다. 아내의 잔소리나 간섭받을 일 없는 화려한 싱글의 경우 거실이나 방을 전기자전거 전시관으로 활용하는 바람에 “전기자전거와 결혼할거냐?”라는 부모님의 잔소리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이는 모 회원의 경우로, 필자는 전기자전거 숫자를 줄여야 아내를 맞이할 공간이 생긴다고, 결혼하려면 자전거 숫자를 줄이라고 충고한다.
장르별로 가장 잘 맞고 자주 타게 되는 한 대씩을 남기고 잘 타지 않는 자전거는 최대한 빨리 잘 활용할 수 있는 다른 주인을 찾아주는 것을 추천한다. 전기자전거와 너무 깊은 사랑에 빠진 경우 전기자전거와 결혼한다고 할까봐 살짝 걱정되기도 한다. 그만큼 전기자전거가 라이더에게 주는 행복과 만족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왜? 유독 필자 주변에만 이런 라이더들이 많은 것일까? 그 이유를 필자도 알 수가 없다. 

 

유로바이크 알톤 부스. 국내 최다판매량을 자랑하는 알톤의 전기자전거들
전기자전거는 다양하게 시승해봐야 장단점을 알수 있다. 유로바이크 시승장
서울자전거 대행진에 참여한 필자의 자전거 유바이크 22
서울자전거대행진에 참여한 전동 리컴번트 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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