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둔 한 남자의 후회 없는 도전

  
2017년 초입부터 ‘사이클리스트라면 필수 관람’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영화가 개봉한다. 바로 고(故) 이윤혁 씨의 투르 드 프랑스 코스 완주를 담은 <뚜르:내 생에 최고의 49일>이다. 이윤혁 씨는 말기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009년 프랑스로 떠나 투르 드 프랑스의 21스테이지, 총 3500㎞를 모두 완주해낸다. 영화는 그 여름 이윤혁 씨의 여정을 그려내고 있다 
   

2006년, 주인공 이윤혁은 시한부 말기암 판정을 받는다. 불과 23세의 나이에. 그는 체대생이었다. 또한 학사장교 보직으로는 ‘보병’을 마다하지 않을 만큼 체력에 자신 있었다. 그랬던 그가 말기암이라는 청천벽력 앞에 어떠한 상실감을 느꼈을지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그는 암에 대한 정보를 찾던 중, 전설적인 사이클리스트였던 랜스 암스트롱의 이야기에 자극을 받아, 암과 사투중임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고환암을 극복하고 TDF를 몇 차례나 제패한 랜스 암스트롱의 이야기가 그에게 어떤 영감을 줬는지는 그저 추측만 해볼 뿐이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로 인해 윤혁은 희망을 갈구하기 시작했고, 2009년 프랑스행을 결정하게 된다.
  
10명이 함께한 한달간의 여정 

프랑스에서의 여정은 녹록치 않았다. 한사람을 위해 뭉친 10인의 일행이 머나먼 타지에서 오로지 두바퀴만 바라보며 3500㎞를 달리는 것은, 기존에 한 마음이었던 팀조차 균열에 빠뜨리기 쉬운 일이다. 하물며 윤혁을 위해 모이기 바로 직전까지 서로 일면식조차 없던 사람들이기에 그 여정은 시작부터 갖은 잡음과 트러블로 얼룩진다. 


하지만 하루에 한 코스씩, 한달여가 흐르고, 그들은 묵묵히 완주를 위해 달리는 윤혁의 뒷모습을 통해 서로 교감하게 된다. 지금 누구보다도 힘든, 그 땀으로 젖은 저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죽음이라는 그림자가 성큼성큼 내게 다가오는 것이 눈앞에 선한데, 우리는 과연 그 압제적 공포 앞에서 나의 꿈을 위해 반항의 외침을 목놓아 지를 수 있을까. 


그 역시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목전에서 윤혁은 마치 죽음조차 빗겨갈 것만 같은 철인의 모습으로 투르 드 프랑스의 마지막인 개선문을 돌파한다. 씩씩하게 군가를 부르기도, 거친 욕지기를 내뱉기도 하면서. 그렇게 죽음에 저항하며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친다. 


“업힐을 오를 때, 내가 살아 있는 거 같아. 살아있는 걸 느껴.” 극중 윤혁은 이렇게 말한다. 투르 코스 완주를 통해 자신의 삶을 마지막으로 온전히, 온몸으로 느끼고자 했던 윤혁의 그 마음이 전달되는 대목이다.

윤혁은 랜스 암스트롱을 좋아했다. 시사회에서 기자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윤혁 씨가 그토록 좋아했던 랜스 암스트롱의 도핑 스캔들이 윤혁 씨 사후에 불거졌다. 암스트롱은 현재 모든 기록을 박탈당한 상태다. 이런 일을 윤혁 씨가 생전에 알았다면 무슨 말을 했을 것 같나?” 

그러자 윤학병 미캐닉은 주저 없이 답했다. 

“윤혁이가 그걸 생전에 알게 되었어도 ‘알게 뭐야, 상관없어’ 라고 이야기했을 것 같다. 그만큼 랜스 암스트롱은 윤혁에게는 영웅이었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준 것도 사실이지 않나.” 

참고로 그가 생전에 커뮤니티에서 사용했던 닉네임조차 ‘랜스혁’이었다.

 

임정하 감독(좌)과 윤학병 미캐닉


영화의 후반부는 윤혁이 짙은 안개를 뚫고 다운힐 하는 장면으로 마무리 된다. 다운힐은 늘 그렇듯이, 힘든 업힐 후의 꿀 같은 보상이다. 하지만 쾌속으로 내려가야 할 다운힐에서 안개라는 존재는 매우 위험한 존재다. 한치 앞을 분간하기 어렵기에 조심스레 내려가야 하고, 행여 코스를 이탈하기라도 한다면 당장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그런 안개 속에서의 다운힐로 마무리된 마지막 신은, 윤혁이 한창 질주하듯 살아야 하는 그 젊은 시기에 암이라는 안개속에 가려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갈팡질팡 하는 모습을 투영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혁은 꿋꿋이 내려가기를 멈추지 않는다.
  
영화는 2017년 1월 개봉 예정이며 상세한 날짜는 미정이다. 

감독 : 임정하, 전일우, 박형준, 김향래
출연 : 이윤혁
제작 : 프로덕션 미디어길, 영화사 북극곰
제공/배급 : 리틀빅픽처스

 

글·최웅섭 기자
사진·최웅섭 기자, 필앤플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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