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와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봄은 자전거 타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겨울동안 추위와 미끄러운 노면 때문에 라이딩을 못하고 인도어 트레이너로 만족해야 했던 나날들을 보상받기라도 하려는 듯 날씨가 풀리자 야외에는 자전거가 눈에 띄게 늘었다. 하지만 아름다워야할 봄에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으니 바로 황사와 미세먼지다. 두 불청객이 전국을 뒤덮는 날에 집에서 즐길만한 자전거 콘텐츠들을 소개한다
글˙사진 유병훈 기자

 


아침 일찍 라이딩을 나가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아침을 먹으며 흘려듣고 있던 기상캐스터의 목소리에서 한 마디가 비수처럼 날아와 달팽이관에 꽂힌다. “오늘 미세먼지 농도는 200마이크로그램으로 전국 대부분 지역이 매우 나쁨 단계를 보이겠습니다.”
불길한 마음으로 창문 커튼을 걷어내자 이미 밖은 황사와 미세먼지로 뿌옇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자. 우리에겐 집에서도 즐길 수 있는 자전거 콘텐츠들이 있으니까! 이럴 때 즐길 수 있는, 자전거를 소재로 한 도서와 영상을 소개한다. 우선 경건한 자세로 임하기 위해 저지를 갖춰 입고 다음으로 넘어가자.


내마음속의 자전거
<내 마음속의 자전거>는 3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자전거점 ‘아오바 자전거포’와 그 주변의 인물들에게 일어나는 일화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보여주는 일본 만화다. 자극적이지 않고 소소한 웃음이나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속에 자전거가 어떠한 형태로든 등장하며 자전거와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과장되지 않게 표현한다.
특이한 자전거나 정비관련 내용도 많아서 다양한 자전거를 알 수 있고 정비 지식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마음이 푸근해지는 내용으로 읽다보면 힐링이 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일본에서는 <내마음속의 자전거>에 이어 2기 <아오바 자전거포>, 3기 <아오바 자전거포에 어서오세요>도 출간되었지만 국내에서는 <내마음속의 자전거>가 13권까지 책으로 출간되었고, 14권부터 20권까지는 e북으로 나왔다. 현재 종이로 된 책은 절판되어 e북으로만 볼 수 있다. 

 

 


겁쟁이 페달
<겁쟁이 페달>은 국내 동호인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자전거 만화다. 전국체전을 배경으로 고등학교 사이클부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데, 등장인물들 마다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어서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다.
<내마음속의 자전거>와는 달리 과장된 표현이 많고 현실적이지 못한 설정도 있지만 만화이기에 오히려 재미를 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오타쿠에서 점차 자전거 선수로 발전해나가는 주인공 오노다 사카미치에게 감정이입을 하며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자전거를 타고 싶어 몸이 근질거린다. 일본과 국내에서 모두 높은 인기를 얻은 <겁쟁이 페달>은 TV애니메이션과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고 다양한 상품들도 많아서 만화책을 읽은 후에도 소비할 거리가 많다. 자전거 타기에 자극이 필요한 독자에게 추천한다.

 

 


윈드브레이커
국내에 픽시 열풍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는 웹툰이 있다. 바로 네이버에 연재되는 <윈드브레이커>가 그 주인공. 스트리트 라이딩을 즐기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 <윈드브레이커>는 자전거를 소재로 한 학원물로 자전거 라이딩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의 학교생활과 우정, 연애 등 청소년 시기에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윈드브레이커>에 주로 등장하는 자전거는 픽스드기어 바이크로 만화의 인기에 힘입어 여러 브랜드에서 라인업에 없던 픽시를 부활시키기도 했고 실제로 판매량도 급증했다. 국내법상 허용되지 않는 부분이 만화에 등장해 비판적인 여론도 많이 있으나 다양한 자전거 장르에 관심을 갖게 한다는 측면도 있다. 자전거 만화가 거의 없는 현실에서 국산 자전거 만화의 등장은 많은 자전거 팬들에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네이버 웹툰을 통해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

 

 


오버드라이브
<오버드라이브>는 겁쟁이 페달과 비슷하게 고교생들의 자전거 레이스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운동치인 고교 1학년 시노자키 미코토가 우연히 자전거를 접하게 되며 레이스에 대한 열정과 꿈을 키워 나가는 성장 드라마다. 자전거 만화가 많지 않아 <겁쟁이 페달>과 많이 비교하게 되는데 <겁쟁이 페달>에 비해 좀 더 진지하고 현실적인 그림체와 내용을 보여준다.
<겁쟁이 페달>이 주인공 오노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변 인물들에게도 많은 포커스를 주는 것과 비교해 <오버드라이브>는 주인공인 시노자키 미코토가 노력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기자가 읽기에는 다소 지루한 느낌이 있었지만 취향에 따라서 <겁쟁이 페달>보다 더 재미있어 하는 사람들도 있다. 26부작의 TV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다. 만화책은 총 17권으로 완결.

 

 


ODDS(오즈)
<오즈>는 고교 로드레이스계에서 전국 2위의 성적을 내던 린타로가 가족을 잃고 아버지는 식물인간 상태가 되자 돈을 벌기 위해 경륜선수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만화다. 경륜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린타로가 단지 돈을 벌기 위해 경륜선수라는 목표를 가지고 훈련을 하고 경륜에 대해 배워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 독자도 경륜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다.
기자도 이 책을 읽으면서 경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경륜의 룰이나 선수들의 생활에 대해 현실성 있게 다뤘다. 일본 경륜 선수들의 평균 연봉이 1억원에 가깝고 그랑프리 우승상금이 10억원이라는 사실에서 일본과 함께 세계에서 경륜을 시행하는 단 두 나라인 한국 경륜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생긴다. 전 10권으로 완결.

 

 


내 파란 세이버
<내 파란 세이버>는 우리나라 최초의 자전거 만화다. 책으로 출간된 국내 만화로는 아마 유일하지 않나 싶다. 박흥용 화백의 작품으로 2년 반의 인터뷰를 거쳐 만들어진 작품이라 사이클 선수들의 내용을 정말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시대적 배경은 70년부터 80년대 중반으로 그 시절 우리나라의 아픈 시대적 배경을 만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본 만화를 보면 문화적으로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시대적 배경 때문에 몰입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나라 내용이기 때문에 공감대도 잘 형성된다.
주인공 대한이의 성장드라마는 일본 만화의 히어로 같은 느낌은 덜하지만 독자에게는 더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시대상황에 따라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보여주는 부분도 흥미롭고, 경륜이 불법이던 시절의 내용을 담고 있어 경륜이 합법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신선하게 느껴진다. 2001년에 10권으로 발간되었다가 2007년 애장판 5권으로 다시 나왔다.

 

 


스피드 도둑
<스피드 도둑>은 1992년에서 1995년까지 연재된 만화로 이번에 소개하는 만화 중에 가장 오래되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언덕만 보면 눈이 뒤집혀 오르막을 올라가는 노노무라 테루라는 주인공이 일본 최대의 자전거 레이스 ‘투르 드 오키나와’에 출전해 최대의 난코스인 언덕구간을 정복하며 일본 최고의 선수들을 제치고 종합우승을 차지한다는 내용이다.
주인공이 워낙 오르막에 특화되어 있고 업힐에 대한 내용을 많이 다루다보니 읽다보면 마치 독자도 꼭 오르막을 올라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처음엔 그림체가 조금 촌스럽다고 생각해 보기가 꺼려졌지만 읽다보니 몰입도가 상당했다. 총 18권으로 완결이다. 일본에서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노리린
<노리린>은 본격적으로 로드바이크에 입문하는 동호인에 관한 이야기다. 운전면허를 정지당한 주인공 노리가 회사까지 다닐 교통수단으로 로드바이크를 선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로드바이크를 타는 많은 독자들이 그러하듯이 자신에게 꼭 맞는 로드바이크를 완성하기 위해 프레임과 부품 선택을 고민하고 친구들과 라이딩을 떠나며, 동호인 대회에 출전하는 등 우리와 매우 흡사해 친숙하고 공감이 간다.
자전거라는 탈것을 무시하던 사람에서 점차 자전거의 매력에 빠져드는 노리를 보고 있으면 이미 자전거라는 취미를 가지고 있는 나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른 만화들과는 다르게 일반인이 자전거를 타면서 삶의 패턴이나 생각이 달라지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박진감이 넘치거나 열정이 끓어 오르는 느낌은 없지만 자전거라는 매력적인 탈것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자 하는 작가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아쉽게도 국내에 정식 출간되지는 않아서 종이책이나 e북으로 만나볼 수는 없지만 인터넷에서 번역본을 찾아 볼 수 있다.

 

 


롱라이더스
<롱라이더스>는 미소녀 자전거 만화다. 지금까지의 자전거 만화들이 진지하고 열정이 폭발하며 감동을 주는 내용이었다면 <롱라이더스>는 좀 더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만화다. 우선 그림체부터 앞에서 소개한 만화들과는 사뭇 다르다. 이 만화는 특이하게 실제로 존재하는 자전거 동호회인 롱라이더스의 활동기록 ‘Long Riders’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만화는 란도너스나 브레베와 같은 비경쟁 라이딩을 주제로 삼고 있다.
실제 동호인들의 활동기록을 바탕으로 한만큼 언젠가 한 번씩 겪어봤음직한 일들을 소재로 삼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시커먼 사내놈들만 나오던 자전거만화에 미소녀들이 나온다는 것 자체로 반응은 매우 뜨겁다. 본지와 긴밀한 관계에 있는 일본의 사이클전문지 <사이클 스포츠>에서는 2016년 11월호에 <롱라이더스>를 다룬 특집기사를 내기도 했었다. 만화책은 물론 라디오 방송과 TV판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고 있다. 국내 정식 출간은 되어있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번역본을 볼 수 있다.

 

 


수달 자전거포
<수달 자전거포>는 이번에 소개하는 자전거 콘텐츠 중 유일하게 등장 캐릭터가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다. 수달 자전거포라는 제목처럼 수달이 운영하는 자전거 가게에서 벌어지는 일화로 내용을 꾸려간다. 어찌 보면 동물판 <내마음속의 자전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단순히 캐릭터들을 동물로 만들어버린 것이 아니라 등장하는 동물들의 특징을 살려서 잘 알지 못하던 동물에 대해서 알아가는 기회도 된다.
  읽다보면 작가가 혹시 동물애호가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특이한 동물이 나오고 알지 못했던 동물들의 특징을 알 수 있다. 만약 동물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기자는 처음에 동물이 자전거를 탄다는 설정이 너무 어색하고 특이한 그림체에 읽을지 말지 고민했지만 한번 읽기 시작하니 멈출 수가 없었다. 현재 4권까지 발매되었지만 국내에 정식 출간은 안됐다. 역시나 인터넷을 통해 번역본을 읽을 수 있다.

 

 


만화책을 보다가 이제는 더 이상 손가락 까닥하기도 귀찮아졌다. 하지만 우리의 자전거 사랑은 끝이 없으니 이번엔 자전거 관련 영상을 보자! 편안하게 누워서 자전거 영상을 볼 수 있도록 VR을 준비하면 더 좋다. 이미지 트레이닝이 실제로 근육을 발달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듯이 우리는 누워서 영상을 보지만 실제론 트레이닝중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투르 드 프랑스: 기적의 레이스
<투르 드 프랑스: 기적의 레이스>는 프랑스에서 만든 코미디 영화다. 왕년에 페달 좀 밟으며 사이클리스트를 꿈꿨지만 현실은 판매원으로 일하며 투르 드 프랑스를 그저 관전만 하고 있는 프랑수아. 사이클이라면 질색을 하는 아내와 아들과의 가족여행을 앞둔 어느 날, 회사에서는 프랑수아에게 투르 드 프랑스에서 회사 프로모션 차량의 운전을 제안하고 프랑수아는 흔쾌히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 소식을 들은 아내와 아들은 집을 나가고 설상가상으로 떠나는 아내를 잡으려다 프로모션 행사를 망쳐버린 프랑수아는 해고까지 당한다. 졸지에 가족과 직장을 잃어버린 프랑수아는 매일 선수들보다 하루 전에 코스를 미리 달리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투르 드 프랑스를 시작한다. 투르 드 프랑스가 어떤 대회인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재미없게 볼지도 모르지만 자전거를 좋아하고 매년 투르 드 프랑스를 보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볼만한 영화다.

 

 


뚜르: 내생애 최고의 49일
<뚜르: 내생애 최고의 49일>은 사이클리스트라면 필수 관람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영화다. 이 영화는 고(故) 이윤혁 씨의 투르 드 프랑스 코스 완주를 담은 다큐멘터리 작품인데 동료 기자와 함께 보고 둘 다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이윤혁 씨는 말기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생애 최대 좌절의 순간 세계 최고의 자전거 대회 ‘투르 드 프랑스’ 완주를 꿈꾼다. 그리고 2009년 프랑스로 떠나 투르 드 프랑스의 21스테이지, 총 3500㎞를 모두 완주해낸다. 영화는 그 여름 이윤혁 씨의 여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연출 영화로는 표현할 수 없는 다큐영화만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메신저
일본 영화 <메신저>는 기자가 중학생 때 봤던 영화로 1999년에 개봉한 상당히 오래된 작품이다. 그 시절에는 아직 기자가 자전거에 대한 관심도 많지 않았고 단지 초난강이 나오는 영화라기에 재미삼아 봤던 것 같다. 그 시절 초난강은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가벼운 이미지였기 때문에 가볍게 봤던 것인데 실제 영화 자체도 재밌었지만 실없는 영화는 아니었다.
여자 주인공인 이이지마 나오코가 자전거 퀵서비스 배달원을 골절시키는 자동차 사고를 내고 대신 자전거 퀵서비스를 해주기로 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처음에는 자전거 택배일을 업신여기던 나오코와 초난강(쿠사나기 츠요시)이 사사건건 다투지만 점차 일에 흥미를 느끼고 회사가 활기를 띤다. 그리고 후반부엔 오토바이 택배회사와 벌이는 경쟁도 볼만하다. 갈수록 대기 오염이 심해지는 도시에서 대안으로 제시할만한 자전거 택배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다.

 

 


프리미엄 러쉬
<프리미엄 러쉬>는 고정기어 노브레이크로 뉴욕을 누비는 미국의 바이크 메신저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자전거가 소재로 등장하고 영화전반에 걸쳐 자전거는 주인공 와일리의 교통수단이 되지만 실제로 영화는 액션 범죄 스릴러다.
어느날 와일리는 여자친구 바네사의 룸메이트인 니마로부터 의뢰를 받는데, 중국에 있는 니마의 어린 아들을 밀항시킬 티켓이 들어있는 봉투를 차이나타운으로 배달하는 일이다. 영화는 이 티켓을 배달하는 도중 비리경찰과 와일리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박진감 넘치게 보여준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자전거를 타고 도망 다니는 와일리 역을 맡은 조셉 고든 레빗의 자전거 스킬이 자덕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자전거를 소재로 한 영화중에 단순히 자전거에만 포커스를 맞춘 것이 아니라 범죄 스릴러 영화 속에 자전거가 녹아들어 있다는 점에서 자전거에 관심 없는 일반인들도 재밌게 볼 수 있어 이성 친구와 함께 보기 좋다.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은 애니메이션 영화다. 세계 3대 자전거 레이스 중 하나인 스페인의 부엘타 아 에스파냐(Vuelta a Espana)가 진행되고 있는 안달루시아 지방을 배경으로 한다. 페페는 사이클 선수로 부엘타에 출전해 안달루시아 지방을 지나게 되고 마침 그곳에서는 페페의 전 애인이자 형의 신부인 카르멘 안달루시아와 형의 결혼식이 치러진다.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 특유의 느낌이 많이 나는 이 애니메이션은 흥행을 하지는 못했지만 칸 국제영화제에도 초청을 받았던 작품으로 사실성 있는 묘사와 안정감 있는 스토리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특히나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고 묘사하는 수준이 매우 뛰어나고 풍경도 대단히 사실적이다. 1시간이 안 되는 짧은 상영시간이 조금 아쉽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바쁜 와중에도 잠시 시간을 내서 보기에 적당하다.

 

 


체이싱 레전드(Chasing Legend)
2010년에 제작된 <체이싱 레전드>는 영화라기보다 적절한 음악과 설명이 가미된 스포츠 다큐멘터리다. 2009년 투르 드 프랑스에 참가한 HTC 콜롬비아팀을 대회기간 동안 밀착 취재하며 만들어낸 이 다큐는 21일간의 투르 드 프랑스를 93분에 함축하여 보여준다.
단순히 투르 드 프랑스를 압축, 요약해 놓은 영상이라면 이렇게 인기가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영상은 투르 드 프랑스를 잘 모르는 사람이 처음 본다고 해도 이 대회가 어떠한 대회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선수들의 인터뷰를 통해 프로투어팀과 선수들에 대해 알아갈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적절하게 삽입된 음악과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해설 그리고 편집의 신이 해낸 듯한 영상편집은 다큐멘터리인 이 영상을 마치 연출을 통해 만들어낸 영화처럼 느껴지게 한다.
<체이싱 레전드>를 보고나면 누구나 마크 카벤디시의 팬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을 정도로 영상이 매력적이다. 극한 상황에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며 라이딩 도중에도 서로의 안전까지 배려하고 팀의 승리를 위해 협력하는 모습을 보면 투르 드 프랑스가, 더 나아가 로드레이스라는 스포츠가 얼마나 재미있고 대단한 스포츠인지 깨닫게 된다.

 

 


자전거과학
자전거를 탈 수 없는 시간 동안 자전거에 관해서 공부하고 싶다면 <자전거과학>이라는 책을 추천한다. 자전거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한 책이다. 뒤에 나올 내용들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서술한 기본 입문으로 시작해 견고함과 안정성, 자전거의 소재, 동력의 전달, 공기역학, 인간의 요인까지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자전거를 좀 더 진지하게 알아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그림과 그래프를 많이 삽입해서 평소 과학에 흥미가 별로 없더라도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내용이 부실하지는 않다. 많은 자료 조사를 통해 충실하게 채워진 페이지는 배움의 즐거움까지 더해준다.

 

 


자전거의 거의 모든 것
본지 김병훈 발행인이 저술한 <자전거의 거의 모든 것>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도서다. 자전거과학이 자전거에 대하여 과학적으로 접근하며 자전거의 성능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있다면 <자전거의 거의 모든 것>은 자전거의 장점과 활용법, 정비, 여행길, 출퇴근, 운반법, 타는법, 자세, 역사 등 자전거에 대한 정말 거의 모든 것을 총망라하며 실제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필요해할 만한 내용들과 더불어 지식 축적의 기쁨도 누릴 수 있게 해준다. 더불어 책에는 본지에서 제작한 5대강 및 수도권 자전거도로 지도도 포함되어 있어 자전거여행을 떠날 때 계획을 세우는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언제나 자전거 관련 콘텐츠에 목말라 있던 기자인데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자전거와 관련된 콘텐츠가 생각보다는 많았다. 기자는 이미 다 본 것들이라 새로운 콘텐츠를 또 찾아야 하겠지만 만약 이중에 아직 못 본 것들이 있다면 황사와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친 날 집에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고 생각하며 즐겨보는 건 어떨까.
올해는 비와 강소라가 주연을 맡은 대한민국 최초의 자전거 선수에 관한 영화 ‘엄복동’도 개봉할 예정이라 상당한 기대가 된다. 점차 자전거 관련 콘텐츠가 늘어간다는 것은 그만큼 자전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져 간다는 걸 의미하기에 자전거 문화 발전과 확대를 꿈꾸는 기자로서는 매우 기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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