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이 뛰놀던 시화호 대황야

화성 시화호 갯벌 종횡무진  
공룡이 뛰놀던 시화호 대황야

시화호 남안에는 갯벌을 간척한 거대한 황야가 있다. ‘송산그린시티’라는 신도시가 들어설 부지이지만 사업이 계속 연기되어 지금도 광활한 초원으로 남아 있다. 한때 섬이었던 곳이 육지 속의 언덕과 바위로 변했고, 신비로운 공룡알 화석지도 분포한다. 개발로 없어지기 전에, 이 땅에는 달리 없는 대황야를 경험하고 싶다면 이곳으로 가보자      

시화호 남안에는 과연 우리나라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광활하고 황량한 들판이 펼쳐져 있다. 하지만 개발이 예정되어 있는 ‘시한부 풍경’이다

 

위치 : 안산시~화성시 일원
출발지 : 대부도공원(안산시 단원구 대부북동 1848-457)
총거리 : 63km
코스 : 대부도공원-대송방조제-형도-송산면 갯벌-화성공룡알화석지-우음도 송산그린시티전망대-어도-마산수로-대송습지-대부도공원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기나긴 대송방조제, 시화호의 맑고 깨끗한 바닷물이 아침의 고요 속에 물안개를 가득 피우고, 대송습지에는 철새들의 비행으로 화려한 군무가 쉼 없이 펼쳐진다. 수십만 마리의 철새들이 날아드는 시화호주변 습지에 서면, 그 힘찬 생명의 기운이 온몸으로 전해져 온다. 
시화호의 거대 갯벌에는 벼과의 여러해살이 식물인 삘기(띠풀)가 수없이 드리워져 있다. 숨이 막힐 정도로 그 끝을 알 수 없는 갯벌에서의 무한정 라이딩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수도권 인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그야말로 상쾌, 장쾌한 광경이다.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언젠가는 다시 볼 수 없고 올 수도 없는, 기약할 수 없는 땅이기에 올해가 마지막이겠거니 자위하며 서둘러 겨울 라이딩을 떠난다.

대자연의 놀라운 재생력의 현장  
시화호는 경기도 시흥시, 안산시, 화성시에 둘러싸인 인공호수다. 시화방조제는 시흥시 정왕동 오이도와 안산시 대부동 방아머리를 잇는 총길이 12.7km 규모로 1987년에 착공하여 1994년에 완공되었다. 
시화호는 본래 간척지에 조성될 농지나 산업단지의 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담수호로 계획되었다. 시화방조제 건설 후 바닷물을 빼내고 담수호로 만들 예정이었으나 방조제 완공 후 주변 공장의 하수와 생활하수가 유입되면서 심각한 수질오염 문제가 발생해 ‘죽음의 호수’라고 불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는 시화호의 담수호 계획을 포기하고 2001년 시화호는 공식적으로 해수호로 인정받게 되었다. 그 후 관심 있는 시민들의 노력으로 시화호는 차차 죽음의 호수에서 벗어나 생명의 호수로 거듭나는 과정에 있다.
해수가 유통되면서 시화호는 자연의 놀라운 재생력을 보여주면서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수질이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갯벌과 바다생물들이 소생하게 되었고, 이들을 먹이로 하는 다양한 철새들이 시화호를 다시 찾게 되었다. 
이렇듯 되살아난 시화호는 인간에 의한 자연 파괴의 일면을 보여줌과 동시에 놀라운 자연의 자생력을 관찰할 수 있는 아주 좋은 현장이 되고 있다.
 

 

개발 전에만 유효한 ‘시한부 황야’  
2017년을 끝으로 3년만에 다시 시화호 갯벌을 찾았다. 2012년에 처음 온 이후 이번이 7번째 방문이 되는데, 올 때마다 과연 이곳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과 속상함이 교차하는 곳이다. 
시화호 남안에 위치한 화성시 송산면에는 눈으로 봐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광활한 갯벌이 있다. 갯벌이라고는 하지만 지금은 간척으로 단단한 땅으로 변모했고 개발되지 않은 곳은 황야로 남아 있다. 이 지역에는 ‘송산그린시티’가 계획되어 있지만 사업 진척이 지지부진해 여전히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다. 
광활한 갯벌에 계획된 ‘송산그린시티’의 개발면적은 분당신도시의 3배, 여의도의 10배에 달하는 거대 면적을 자랑한다. 애초에 수도권 최대면적의 신도시로 계획되었던 각종 기반시설이 줄줄이 미뤄지면서 아무것도 들어서지 않았다. 그러나 언젠가 개발이 시작되어 통행이 금지된다면 자전거에게는 대단히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사계절 다양한 풍경을 연출하는 시화호 갯벌은 사진 애호가로부터 사랑받는 곳이다. 그러나 찾아가기가 그리 쉽지 않다. 여러 갈래의 길이 있지만 대부도공원에서 대송방조제로 진입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현재는 여러 가지 이유로 차량 출입이 금지되어 있지만 자전거는 우회해서 통과할 수 있다. 
시화호 남단을 막은 대송방조제 안쪽은 대송습지로 논농사를 짓기 위한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조성되었는데, 이곳이 바로 철새들의 휴식처다. 큰고니, 큰기러기, 뿔논병아리 등 다양한 겨울철새들의 도래지이며, 국내에서 저어새가 가장 많이 찾아와 최근에는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어로 및 낚시행위와 차량통행이 금지되어 있다. 
시화호 내에는 거대한 송전탑이 시화호를 가로지른다. 100m를 넘는 철탑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시화호를 건너는 모습이 꼭 거인들이 경주를 하는 듯하다. 이 송전탑은 영흥도 한국남동발전(주)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시화호를 거쳐 안산과 시흥 지역으로 공급하는 송전탑인데, 시화호를 지키는 수문장 같다. 

육지가 된 섬들 
대송방조제를 달려 형도를 감고 돌아서면 광활한 갯벌이 시작된다. 바다 가운데 섬이었던 형도 역시 방조제 길과 이어져 육지가 됐다. 시화방조제가 완공되면서 너른 갯벌은 간척지가 됐다. 이때 송산면 일대의 몇몇 섬들은 육지가 되었는데, 형도·수섬·우음도·어섬 등이다. 바다를 잃은 갯벌은 시간이 흘러 단단해졌고, 그 위에 식물이 자라고 군데군데 나무들이 뿌리를 내렸다. 
봄이면 갈대와 띠풀이 자라나 거대한 초원이 펼쳐지며, 작은 바위섬들은 뭍의 언덕이 됐다. 눈앞에 펼쳐진 생소한 풍경은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했고 벌판에 홀로 서있는 나무는 사진 애호가들에게 최고의 모델이 됐다. 
시화호와 너른 갯벌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데, 바로 형도와 수섬, 그리고 우음도에 있는 송산그린시티 전망대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시화호 주변의 탁 트인 풍경을 조망할 수 있으며, 그 광경은 말로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장쾌하고 특별하다. 
수섬을 지나 광활하게 펼쳐진 삘기 밭길을 달리다 보면,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풀밭 한가운데 저 멀리 암석위로 각시당 초소가 보인다. 각시당 초소는 시화호가 생기기 전에 밀물과 썰물이 드나들면서 보였다 안 보였다 했던 암초였다. 한때 각시당에 있던 군 초소가 철수하면서 지금처럼 초라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1억년 전 공룡이 뛰놀던 곳 
송산면 고정리 일대에 분포하는 ‘공룡알 화석지’는 시화호 간척지의 육지화에 따른 생태계와 지질변화를 조사하던 중 발견되었다.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 제414호’로 지정되었다. 
방문센터에 들어서면 그동안 발굴된 공룡알 화석과 공룡의 서식 환경을 보여주는 모형 등 각종 전시물을 갖춰놓았다. 방문센터 옆은 평택시흥고속도로가 지나고 부근에는 송산그린시티 공사가 진행 중이라 하마터면 영원히 땅 속에 묻힐 뻔한 소중한 유물이 아닐 수 없다.
공룡알 화석지는 가까이 다가가 살펴볼 수 있다. 곳곳에 설치된 안내판을 따라 우거진 삘기밭 길을 헤치다 보면 까마득한 옛날, 공룡이 뛰어다니던 시절 속으로 들어서는 것 같다. 1억 년 전 육지였던 땅이 바다가 되었다가 다시 육지로 바뀐 셈인데, 헤아릴 수 없는 긴 세월을 도무지 가늠하기가 어려워서 기분이 이상해진다. 

송산그린시티 전망대의 놀라운 조망 
우음도의 해발 100m 언덕 위에 세워진 송산그린시티전망대에 올라서면 송산그린시티 사업 예정지구와 철새 도래지, 공룡알 화석지, 시화호 주변 지역을 관망할 수 있으며, 간척지 너머 서해바다에 펼쳐지는 낙조도 감상할 수 있다. 끝도 없이 펼쳐진 들판과 갈대 그리고 왕따나무가 만들어내는 황홀한 일출과 일몰은 전문 사진작가마저 유혹하는 풍광이다. 
화성시 송산면 갯벌이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 영화에서나 보았던 아프리카의 대초원을 빼닮은 경치가 이 땅에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기에 이곳은 나에게 각별한 땅이었다. 갯벌에 넓게 분포한 띠풀은 다년생 식물로 잡초라고 하기엔 어울리지 않게 꽃차례가 우아하다. 은백색 꽃이 산들바람에 흔들릴 때면 한 폭의 그림 같다. 
봄이면 아직 염분이 빠지지 않은 간척지에 띠풀이 자라고. 여름이면 바람 부는 벌판에 초록이 녹아내린다. 가을, 겨울이면 황금빛 드넓은 벌판은 아득히 낭만적이며, 광활한 벌판에 홀로 서 있는 버드나무는 고독의 상징이 된다. 이 이국적인 풍경에 사로잡혀 사시사철 사람들이 몰려와 사진을 찍는다. 
인공으로 만든 땅이 세월이 흐르면서 다시 자연이 되었다.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재생능력을 가진 자연의 힘은 이렇듯 위대하다. 아득한 황금빛 초원은 봄이 되면 갈대가 바람에 휘날리는 눈부신 초록의 초지로 변한다. 개발이 안 된 대평원의 풍광을 경험하고 싶다면, 올해까지는 유효할 듯 싶다. 더 늦기 전에 꼭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Tip
코스 중에 식당이나 가게가 없으므로 든든한 행동식을 준비해야 한다. 비 온 후에는 일부 구간에 질퍽이는 뻘밭이 생기므로 한동안 맑은 날씨를 택해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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