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경관의 절정

송림과 백사장 천국 안면도, 철새의 지상낙원 천수만
서해안 경관의 절정

 

안면도와 천수만은 서해안 최고의 절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북으로 긴 안면도에는 무려 14개의 해변이 줄지어 있고 그윽한 운치의 해송림과 어우러져 안면도만의 경관을 완성한다. 대부분의 백사장은 라이딩이 가능할 정도로 단단하다. 안면도가 품고 있는 호수 같은 바다 천수만도 매혹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거대한 간척지와 인공호수가 생겨나 철새들의 낙원이면서 대하와 새조개 등 먹거리도 풍성하다    

 

이번에는 충남 태안에 속한 안면도를 중심으로 천수만 주변을 둘러보는 먹벙 라이딩이다. 겨울이 되면 아름다운 낙조와 해변 라이딩을 위해 즐겨 찾는 곳이다. 먼저 안면도를 소개한다. 

절경의 해변과 해송숲 즐비한 안면도
안면도는 우리나라에서 6번째로 큰 섬이다. 행정구역상 섬의 북부와 중부는 안면읍, 섬의 남부는 고남면에 속한다. 동쪽으로는 천수만이 있고 서쪽은 서해와 접한다. 섬의 북쪽은 안면대교와 안면연육교로 태안군 본토와 연결되어 있다.
안면도는 남북 24km, 동서 5km로 원래는 길쭉한 반도였다. 천수만에서 경기만으로 가려면 한참을 돌아가야 해서 고려~조선 약 500년 간 태안반도 서부를 가로지르는 운하를 개통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기술 부족으로 번번이 실패했다. 차선책으로 안면도(당시는 반도)를 중간에서 절단하는 공사를 추진해 1638년 시온리와 창기리 사이의 운하건설이 완료되면서 비로소 안면도는 섬이 되었다. 안면도는 그렇게 인공섬으로 있다가 1970년에 안면연륙교가, 1997년에는 안면대교가 완공되면서 다시 연륙되었다.
안면도(安眠島)의 유래를 보면 글자 그대로 ‘편안하게 잔다’는 뜻이다. 울창한 해송숲이 우거진 최적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어 이런 지명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안면도는 국내에서 유일한 ‘해안국립공원’으로 해안선 곳곳마다 절경을 이뤄 태안군은 ‘태안해변길’이라는 트레킹 코스를 만들었다.
안면도는 북쪽에서부터 남쪽 끝까지 수많은 해변이 줄지어 있다. 백사장 해변을 시작으로 상봉 · 기지포 · 안면 · 두여 · 밧개 · 두여기 · 방포 · 꽃지 · 샛별 · 운여 · 장삼포 · 장돌 · 바람아래 등 해변이 14개나 된다. 모든 해변에는 안면도의 상징인 해송이 방풍림을 이루고 있어 해수욕과 함께 산림욕을 즐기기에 최적이다.

번화한 백사장포구가 기점   
태안군에는 많은 걷기 코스가 있는데 안면도에는 ‘태안해변길’ 중에서 노을길(5코스), 샛별길(6코스), 바람길(7코스)이 개설되어 있다. 겨울여행 특성상 날도 춥고 해가 짧은 이유로 태안해변길 제5코스인 노을길 위주의 라이딩을 계획했다. 이 코스는 조수간만의 차에 따라 송림과 해변을 번갈아 가면서 라이딩 할 수 있다.
출발과 도착은 백사장포구다. 포구 인근에 백사장항과 드르니항을 잇는 길이 250m의 해상인도교 ‘대하랑꽃게랑’ 다리가 개설되어 있어 안면도의 랜드마크 구실을 한다. 양안의 드르니항과 백사장항에서는 달팽이관 모양의 나선으로 빙글빙글 오르게 되어 있다. 다리 위에서는 포구의 경치와 넓은 바다가 탁 트인다.  
안면도에서 가장 어업이 성한 곳이 백사장포구다. 이곳은 대하잡이 배의 집어장으로 자연산 대하를 맛볼 수 있다. 포구에는 횟집들이 바다를 에워싸듯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앞으로 작은 어선들이 줄줄이 매달려 있다.
백사장포구에는 싱싱한 회와 건어물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수산시장과 횟집, 숙박업소, 편의시설 등이 모여 있어 출발과 도착지로 적격이다.

석양, 이보다 더 아름다운 곳이 있으랴
백사장해변에서 출발해 꽃지해변까지 이어지는 노을길 제5코스는 편도 12km이다. 이 구간은 해변길과 송림길 그리고 나지막한 산길을 포함하며, 자전거로 무난히 통과할 수 있다. 코스를 벗어나 색다른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 넓은 백사장을 달려 볼 수도 있다.  
백사장해변의 끝없이 펼쳐진 은빛 모래사장은 자전거를 타고 가도 될 만큼 단단하여 꽃지해변까지 대부분 라이딩이 가능하다. 띄엄띄엄 짧은 산길로 우회해야 하지만 쉽게 백사장에 진입할 수 있다. 해변과 해변을 잇는 산길 코스에는 아기자기한 소나무 숲이 있고 두여전망대와 방포전망대에 올라서면 아스라이 펼쳐진 긴긴 해변들과 서해안 망망 바다를 보면서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두여해변과 밧개해변 사이에 있는 두여전망대에서는 아름다운 해안습곡을 관찰할 수 있다. 대규모 지각운동에 의해 압력을 받아 변성 및 변형으로 여러 단층이 물결 모양으로 휘어져서 마치 제주도에 온 듯한 묘한 기분이 든다.
‘노을길’ 코스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석양이 아름다운 곳으로, 특히 길이 끝나는 꽃지해변의 석양은 태안에서 꼭 봐야 할 장관이다. ‘승언장군’ 전설이 서려있는 할미·할아비바위가 있는 꽃지해변은 ‘서해안3대낙조’ 중 하나로 전국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낙조 명소로 알려져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연중 찾아오는 곳이다.
특히 방포항과 꽃지해변을 연결하는 꽃다리에서 바라보는 해넘이의 장관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젊은 연인들은 할미·할아비 바위 사이로 지는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변치 않는 사랑을 약속한다.
안면도에서 가장 긴 꽃지해변은 물이 깨끗하고, 고운 모래의 긴 백사장을 에워싼 해송이 아름다움을 한층 가미시켜 주고 있다. 
 

 

천수만을 경내로 삼은 암자 
77번 국도를 달려 천수만이 바라보이는 안면읍 정당리의 안면암을 찾았다. 안면암은 대한불교조계종 금산사의 말사로 사찰의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으나 안면도를 방문한 여행자들이 꼭 들렀다 가는 필수 코스가 되었다. 그 이유는 사찰 앞쪽으로 펼쳐진 바다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안면암은 천수만 풍경이 수려한 해변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안면암 앞에 여우섬이라는 두 개의 섬이 있는데 이 섬까지 부교(浮橋)가 설치되어 있어 물이 들어오면 뜨는 부교를 건너 여우섬으로 갈 수 있는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부표 위에 목재를 덧대어 만든 다리 위를 흔들흔들 아슬아슬하게 걸어 여우섬까지 가게 된다. 물이 빠지면 부교를 건너는 묘미는 덜해도 갯벌에 사는 다양한 생물을 관찰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두 여우섬 사이에는 부상탑(浮上塔)이 있는데 이름 그대로 밀물이 밀려오면 바다 위로 떠오른다.
바다에서 바라보는 안면암은 또 다르다. 여우섬을 천천히 돌아본 뒤 만나는 안면암은 지극히 이국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3층의 건축미도 독특하다. 
안면암은 아름다운 경관과 절에서 바라보는 천수만 일출이 빼어나 안면도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았다. 

천수만의 신화 
천수만을 가로지르는 ‘서산방조제’를 건너 간월도로 달리는 길은 올 때마다 상쾌하다. 시원스레 펼쳐진 천수만과 간척지 안쪽의 부남호와 간월호에서 날아오르는 철새들의 군무를 한없이 볼 수 있다.
이곳을 달릴 때마다 현대그룹의 고 정주영 회장이 생각나는 건 당연하다. 국민의 배를 불릴 수 있도록 약 11km에 이르는 거대한 천수만 바다를 막아 엄청난 농지를 간척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정주영 공법’을 탄생시킨 비화는 유명하다.
태안 · 서산 · 홍성을 잇는 간척으로 생겨난 광활한 농경지의 수원지가 되는 부남호와 간월호는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로 다양한 철새 떼의 군무를 볼 수 있다. 
오래전 부남호와 간월호 양안의 제방길을 달리면서 보았던 철새들의 군무와 농경지를 자유롭게 뛰어 다니던 고라니, 그리고 천년사찰 부석사가 있는 도비산 전망대에서 보았던 광활한 대지의 아름다움은 결코 잊을 수 없다.  

 

단절과 연결을 무한반복하는 섬  
간월암(看月庵)은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리의 작은 섬에 있는 암자다. 섬 위에 암자가 있는 게 아니라 암자가 곧 섬이고 섬이 곧 암자다. 간월암 부근은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 100선’에 선정될 만큼 아름답게 펼쳐진 자연환경과 오랜 세월 바닷바람을 맞아온 암자가 어우러진다. 서산9경 중 제3경이기도 하다.
간월암은 밀물 때는 섬이다가 썰물 때는 육지와 연결되는 희귀한 현상을 볼 수 있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왕사였던 무학대사가 창건한 암자로 전해지는데, 무학이 이곳에서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 하여 ‘간월암’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간월도가 유명한 이유가 여럿 있겠지만, 주변의 섬들과 어우러진 낙조가 그야말로 절경이다. 한 폭의 그림 같은 노을진 풍경과 바다 위로 달이 떠올랐을 때의 경치도 빼어나다. 대웅전 앞뜰에 서면 탁 트인 천수만이 눈앞에 펼쳐지고 물살을 하얗게 가르며 나가는 어선들 또한 좋은 볼거리다.
흔치 않은 풍경을 자랑하는 간월암이지만 물때를 잘 파악해야 들어갈 수 있다.  

 

대하와 새조개 축제로 유명한 홍성 남당항
‘서산A지구 방조제’ 끝에 이르면 홍성군 서부면 궁리다. 이곳에서 천수만을 따라 남당항까지 자전거길이 개설되어 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 단풍이 물들기 전 남당항에는 찬바람에 실하게 살이 오르고 짭조름한 맛이 일품인 대하와 전어가 넘쳐나고, 겨울이면 새조개와 굴이 풍성하다. 남당항은 가을에 ‘대하축제’가 열리고, 겨울에는 ‘새조개축제’가 열리는 항구로 유명하다.
남당항은 천수만의 보고로 대하, 우럭, 새조개, 꽃게, 새우 등 사시사철 싱싱한 수산물이 있고, 주변에는 많은 횟집이 있어 홍성은 몰라도 남당항은 안다고 할 정도다. 특히 천수만 최고 별미인 새조개가 미식가들을 유혹한다. 지리적으로 남북으로 길게 뻗은 안면도가 큰 바다를 막아줘 천수만은 언제나 잔잔하고 평온하다. 그래서 대하와 새조개의 서식지이자 산란지가 된다.
새조개는 새부리를 닮은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담백하고 감칠맛이 뛰어나 겨울철의 별미다. 싱싱한 회와 매콤한 양념무침, 샤브샤브 등 새조개를 재료로 한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지만, 매년 잡히는 수확량에 따라 가격 변동폭이 큰 편으로 대체로 비싼 편이다. 새조개 축제가 열리면 시식회 코너를 비롯하여 풍물놀이와 공연, 노래자랑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다양하게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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