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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간의 중국 자가격리 일지중국은 해외입국자들을 어떻게 관리할까

중국은 해외입국자들을 어떻게 관리할까 
14일간의 중국 자가격리 일지

기자는 3월 3일 인천에서 북경으로 입국했다. 현재 중국 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가 해외에서 역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모든 입국자에게 14일간 지정장소에서 머무르며 자가격리시키고  있다. 지역마다 격리장소와 방법에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기자는 집에서 2주간을 보냈다

 

작년 중국 우한에서 처음 시작된 우한폐렴(이하 코로나19)이 발원지를 벗어나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감염병 최고등급인 팬데믹을 선언했으나 이미 유럽을 포함해 여러 나라에서 하루가 다르게 확진자와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내 가장 피해가 큰 우한과 후베이성에서는 확진자가 급격히 줄고 치료자가 많아져 코로나19의 종식이 가까웠다는 소식이 연일 보도되고 있으나 신뢰하기는 어렵다.

이번 일기는 기자가 중국에 14일간 격리대상이 되어 작성한 기록이다. 


2020년 3월 3일 - 북경 도착, 엄중한 분위기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자주 이용하던 천진공항이 아닌 북경공항으로 입국했다. 천진행 항공편이 대부분 없어지고 남은 항공편의 가격이 3배 이상 올라 어쩔 수 없이 북경행을 택했다. 아침 일찍 공항버스를 이용해 공항으로 향하는 중 방진복으로 전신을 무장한 사람이 버스에 오르길래 체온검사를 하는 줄 알았으나 한국 확진자가 급증하자 위험을 느낀 평범한 중국인의 일상복이었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니 해외로 유출되는 마스크를 막기 위해 수하물로는 마스크를 붙일 수 없고 한 명당 50장만 기내로 휴대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몇몇 중국인들이 캐리어를 열어 마스크를 옮겨 담는데 구하기 어렵다는 KF94 등급의 마스크가 쏟아진다. 
항공 노선이 줄어들어 자리는 만석이다. 만약 이 중에 한 명이라도 발열이 있거나 확진자가 나오면 기자는 그대로 중국정부가 지정하는 장소에 격리된다. 비행 중 스튜어디스가 비접촉식 체온계로 승객을 검사한다. 기자 바로 뒤에 앉은 일가족 중 한 여성의 체온이 높게 측정되었는지 몇 번을 재측정한다. 순간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걱정이 스친다. 그중 가장 섬뜩한 이야기만 떠오르는데 한참 우한에서 병상이 부족하자 가망성 없는 환자들을 사망처리 후 그대로 시체백에 넣어 소각한다는, 사실인지 루머인지 모를 이야기다. 조금 뒤 측정하니 다행히 정상체온으로 나왔다.
평소 입국에 걸리는 시간이 30분 정도였다면 이번에는 1시간이 넘게 걸렸다. 먼저 중국내 거주지와 지인의 연락처, 대구와 경북 방문 이력이 있는지를 체크하는 서류를 작성하고 한국, 이탈리아, 이란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을 따로 분류해 입국심사가 진행되었다.
북경 기차역과 지하철은 항상 엄청난 인파가 모이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많은 사람을 구경하기가 어려웠다. 집에 도착하니 평소 열려있던 정문이 굳게 잠겨있다. 경비원이 나와 체온을 측정하고 개인의 출입정보가 자동으로 기록되는 스마트폰 앱을 등록하라고 한다. 절차에 따라 가입하려 하니 여권번호로는 가입이 안 된다. 내심 거부당해 집에 못 들어가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을 때 주민자치회 담당자가 등장해 미리 연락을 받았다며 수속을 도와주고 내일 경찰관이 방문할 예정이라고 알려준다.

한 달 넘게 비운 집을 대충 정리하고 긴 하루를 마무리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평소였다면 사람들로 가득했을 장소가 한산하다

 

격리 1일차   
“중국보다 위험한 한국사람을 이곳에 둘 수 없다” 
아침 9시쯤 일어나 집 정리 중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한국으로 따지면 동대표쯤 되는 주민자치회 담당자라고 본인을 소개한 사람이 기자의 컨디션을 물어본다. 그러고는 매일 전화해 확인한다고 알려준다. 곧이어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경찰관 두 명이 도착해있다.
여행자를 포함한 모든 중국 입국자들은 관할 지역파출소에 머무르는 위치를 신고해야 하는 ‘주숙등기’를 해야한다. 단체관광을 오거나 자유 여행객들은 일정 등급 이상의 호텔에 숙박하면 자동으로 해결되기 때문에 잘 모르거나 번거로워 신고를 안 하는 경우가 태반이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지금은 절차대로 움직이고 있는 듯하다. 
경찰관의 메신저를 추가하고 매일 아침 9시, 오후 3시에 체온을 측정해 알려달라고 한다. 체온계가 없다고 하니 주민자치회에 이야기해 하나 가져다준다고 한다. 그러면서 주숙등기를 위해 기자의 여권과 집 계약서를 달라고 요구한다. 해외에서 여권을 누구에게 맡긴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므로 언제쯤 돌려받을 수 있느냐고 물으니 오늘 중으로 돌려준단다. 마지막으로 경찰관은 집밖으로 한발자국이라도 나오면 그날부터 다시 격리가 시작되니 집에만 머무르라고 하며 돌아간다.
경찰관이 돌아서자마자 옆집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주민의 목소리가 들린다. 경찰관에게 무슨 상황이며 격리자의 국적을 묻는다. 한국이라고 경찰관이 대답하자 주민은 격앙된 목소리로 중국보다 위험한 한국사람을 이곳에 둘 수 없다고 대놓고 항의한다. 경찰관이 정부의 방침에 따라 안전하게 관리되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키니 그제서야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들어간다. 대화를 듣다보니 미안함과 억울함이 공존한다. 중국과 가장 근접해 있으면서도 잘 대처하다가 신천지로 인해 한 번에 전세가 역전되었다. 국격이 떨어짐은 물론이고 중국정부는 자국민의 관심을 돌릴 수 있는 아주 좋은 카드를 얻은 셈이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음료수와 물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생존을 위해 마트에서 배송을 시키려 해도 물건을 어떻게 받아야 할지 난감하다. 방주인에게 물어보니 아파트 관리업체 직원이 격리자를 위해 아파트 입구부터 집까지 배달해준단다. 우선 점심배달을 부탁했는데 일 처리가 매끄럽지 못하다. 12시에 도착한 밥은 40분이나 지나 다 식은 뒤에 받을 수 있었다. 심지어 관리자는 6시에 퇴근해 이후에는 물건 전달받기가 어렵다고 한다. 지극히 중국적인 일 처리 시스템이다. 비상식량으로 가져온 라면을 저녁으로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격리 2일차   
체온계를 문 앞에 도망(?)가다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가보니 주민자치회에서 체온계를 문 앞에 놓고 도망(?)갔다. 체온계를 사용해 매일 2번 경찰관에게 체온을 보고해야 한다. 온도계를 살펴보니 어릴 적 많이 보던 수은체온계다. 한국은 다량의 수은이 포함된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미나마타협약에 의해 지금은 대부분 전자온도계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역시 중국은 중국. 여전히 가장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체온계를 받자마자 소독 후 체온을 측정해 보았다. 처음 측정 온도는 35.8도로 이상해 재측정해보니 36.2로 나온다. 급하게 집주인에게 근처 약국에서 전자체온계 구매를 부탁했으나 한국과 동일하게 오프라인 약국에서는 마스크와 체온계를 구매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물론 온라인으로 구매는 가능하나 지급받은 온도계를 사용하기로 한다. 
어느 정도 집안 정리가 끝나고 앞으로 남은 기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해본다. 다행히 외부와 연락을 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은 아니고 인터넷을 통해 무료함을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든다. 문제는 식사다. 매번 배달음식을 먹는 방법도 있으나 감염된 배달원이 음식에 일부러 침을 뱉어 2차 감염된 사례가 있다 보니 매번 운에 맡기기에는 걱정이 앞선다. 최대한 스스로 요리를 하는 편이 안전할 것 같아 유튜브를 통해 요리사가 되어본다. 참고로 중국에서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구글 등 특정 앱과 인터넷 페이지의 사용이 불가능하다. 중국정부가 해외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루트들을 차단한 것인데 만약 사용하고 싶다면 중국IP가 아닌 해외IP로 우회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해야만 접속이 가능하다. 과연 21세기 언제까지 이런 정부의 통제가 가능할까 의구심이 들지만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오늘도 별다른 증상은 없고 저녁 시간에 맞춰 실내에서 간단한 운동 후 잠자리에 든다.


격리 3일차   
공기가 깨끗해진 이유
오전 9시 아침부터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잠을 깼다. 주민자치회 대표가 체온과 컨디션을 물어보고는 별일 없다고 하자 몸조심하고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을 달라며 전화를 끊는다. 서둘러 체온을 체크해보니 36.3도가 나와 메신저로 경찰에 보고하고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된다. 여전히 창문 너머 하늘은 푸르고 맑으며 거리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작년 이맘때쯤 자전거를 타면 미세먼지로 인해 굉장히 고통스러웠던 걸로 기억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중국의 공장들이 멈추니 최근 양국 모두 깨끗한 공기를 한껏 마실 수 있게 됐다. 국내 요인보다는 외부요인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확실하다.
샤워하고 습관적으로 뉴스를 통해 한국의 상황을 살펴본다. 한국에서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이는 듯 보이나 여전히 위험하다는 주장에 모두가 입을 모은다. 중국의 뉴스 1면 역시 코로나19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매체의 성향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희망을 갖도록 하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해외뉴스는 한국 관련 기사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신천지 대표의 사진과 관련 내용이 빼곡하다. 한국 군인이 방역에 동원된 소식, 일본이 갑작스럽게 입국을 제한한 이야기 등의 기사가 이어져있다. 다소 놀라운 점은 댓글에서 중국 누리꾼들이 일방적으로 한국을 비난하기보다는 한국의 좋은 정책에 대해 칭찬하고 힘내라는 응원의 내용이 있었다는 점이다.
 오후에는 업무를 보고 오랜만에 책을 꺼내 커피 한잔을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격리 4일차   
사람이 안 보인다 
아침 일찍 주민자치회 대표의 전화를 받고 일어났다. 하루일과의 시작은 체온을 체크하고 경찰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한 후 잠시 스트레칭을 하고 샤워를 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니 딱히 특별한 일이라고 할 게 없다.
대부분의 시간은 독서와 영화감상으로 보낸다. 오늘부터 새롭게 추가된 일이라고는 볕 좋은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지나다니는 사람을 구경하는 것이다. 10분 정도 지켜보아도 지나는 사람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가끔 자동차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만 들릴 뿐 인기척이 없다.

 

격리 5일차   
한인 거주지의 참담한 실정 
오랜만에 현지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대형쇼핑몰에 입점해 식당을 운영 중인데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손해가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물론 요식업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특히 식자재의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데 체감으로는 10배 정도 된다고 한다. 중국에서 바이러스가 절정에 이르던 2월에는 쇼핑몰 자체가 폐쇄되어 영업을 못 했고, 3월에 접어들면서 일부 원하는 매장만 영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영업을 위해 까다로운 몇 가지 조건을 지켜야 했는데 첫번째 단체인원은 받지 못하고, 매장 내 테이블을 띄워서 최대한 손님이 겹치지 않도록 해야 하는 등 제한이 많다고 한다. 만약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업주에게 무거운 벌금이 부과된다고 한다.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기자의 거주지역에는 외국인이 없다보니 중국인과 동일한 처우(?)를 받는 반면, 한인 밀집 지역은 다르다고 한다. 자가격리 중인 집 대문에 빨간색 봉인지를 붙여 관리하거나 심한 경우 문이 열리면 알람이 울리는 경보기를 설치한다고 한다. 얼마 전 중국정부가 단체회식을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식당에서 한국인들이 단체로 회식을 하다 주민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적발되어 업주와 손님 모두 벌금 처분을 받았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곧 얼굴을 보자는 약속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밀린 드라마를 시청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격리 6일차  
집주인이 보낸 뜻밖의 친절 
한국 날씨와는 다르게 천진에는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천진 특유의 음침하고 회색빛 풍경을 감상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6일차에 접어드니 딱히 할 일이 없다. 샤워를 하고 뉴스를 본다. 뉴스에서는 이탈리아와 이란에서 감염자의 숫자가 예사롭지 않다. 곧 한국보다 상황이 더 악화할 거라는 느낌이 든다. 뉴스를 보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방주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걱정되어 먹을거리를 사 왔다고 경비실에 맡겨놓고 갈 테니 관리사무소에 연락해 받으라고 한다. 중국에서 도움을 받아본 경험은 많으나 생각지도 못한 도움을 받으니 굉장히 놀랍고 고맙다. 그러면서 집주인은 이제 열흘정도 남았으니 조금 답답하더라도 잘 견디고 참으라 한다. 집의 온도가 높은지 눈에서 땀이 조금 나려했지만 진심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곧 배달이 왔는데 어쩜 이렇게 초등학생 입맛을 지닌 기자의 취향을 잘 맞췄는지 꼭 필요한 것들이 들었다. 사진에 보이는 빨간색 큰 상자에는 호두와 땅콩 같은 견과류를 통해 영양분 섭취를 골고루 하라는 집주인의 쪽지도 같이 들어있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례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자가격리 대상 일가족이 처음에는 주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았으나 이내 주변 이웃들이 치킨이나 먹을거리, 필요한 용품들을 대문 손잡이에 걸어놓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놓았다는 일화다.
오후가 되자 비는 그치고 젖었던 땅이 말라간다. 사람을 볼 수 있을까 싶어 창문 너머로 지켜보았으나 역시 행인은 보이지 않는다. 커피 한 잔과 책을 읽으며 하루를 마감한다.

 

격리 7일차  
입국자의 행적을 파악하는 방법 
벌써 격리 1주일을 맞이했다. 발열이나 기침, 근육통 등 코로나바이러스의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걱정이 있다면 점점 살이 붙어 ‘확찐자’가 되어간다는 점이다. 확찐자는 격리 기간에 체중이 늘어난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최신 인터넷에서 유행 중이다. 기자도 확찐자 대열에 합류했다.
오늘도 하루의 시작은 뉴스 시청이다. 국내도 문제지만 이탈리아와 이란의 상황이 굉장히 좋지 않다. 뉴스를 보며 이 사태가 빨리 진정되길 바라본다. 
점심시간이 지나 지인에게서 전화 한 통이 왔다. 지인은 기자가 북경을 통해 천진에 들어왔을 때 어떻게 경찰이 행적을 파악했는지 물어보았다. 입국부터 중국 내 연락처와 중국 지인의 연락처를 적은 서류를 제출했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 없어 왜 그러는지 자세한 내용을 물어보았다. 지인의 둘째 아들이 곧 한국에서 오는데 본가로 들어오면 일가족이 모두 격리대상이 되므로 관련된 내용을 누구에게 물어볼지 몰라서 연락했다고 한다. 아쉽게도 기자는 지인에게 만족할 만한 답변을 주지 못했다.
전화를 끊고 담당 경찰관을 통해 중국 입국자들의 행적이 어떻게 파악되는지 들을 수 있었다. 입국시 제출하는 서류의 주소지는 모두 전산에 등록되며 지역을 기준으로 우선 동사무소에 연락이 간다고 한다. 동시에 동사무소 담당 직원은 관할 파출소로 연락을 하고 파출소에서는 주민자치회와 연락을 통해 격리대상자가 정확한 시간에 들어왔는지 별다른 징후는 없는지에 대해 보고받고 다음 날 방문한다고 한다. 만약 기자가 천진으로 입국할 경우 주민자치회에서 운용중인 차량으로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한 뒤 집까지 데려오는 정책도 시행중이라 한다.
이런 정책을 보면 코로나19가 중국 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고 나름 세부적으로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작은 노력들이 만들어낸 결과인지 천진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의 확진자수는 많이 감소하고 있다. 물론 기자는 중국정부가 발표하는 숫자는 절대로 믿지 않는다.
오늘도 커피와 독서를 통해 무료함을 달래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격리 8일차  
현금이 필요 없다  
1주일이 넘어가면 반미치광이가 되어 거울에 비친 스스로를 보며 웃거나 벽과 대화할 줄 알았다. 다행히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 걱정이라면 쌀통에 쌀이 거의 떨어졌다는 점이다. 익숙하게 배달 어플을 통해 주문하니 1시간 정도 걸려 배달이 왔다. 이제 격리가 끝날 때까지 먹거리로 걱정할 일은 없다.
중국은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음식이나 각종 생필품을 구매하는 인프라가 굉장히 잘 구축되어 중국인들의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인터넷 결제 시스템이 큰 몫을 했는데 현금이나 카드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본인의 계좌와 연동된 핸드폰 앱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결제를 할 수 있다. 1년을 기준으로 입출금  한도를 넘으면 수수료가 발생하지만 큰돈이 오갈 때는 주거래 은행의 인터넷뱅킹을 사용하고, 생활비 정도여서 거의 모든 사람이 사용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심지어 재래시장에서도 더디지만 핸드폰으로 결제하는 노인들도 쉽게 볼 수 있다.
편리함만을 보면 진보된 기술일 수 있으나 예상치 못한 불편함이 있다. 중국에 현금을 들고 오는 관광객들에게는 큰 걸림돌이다. 특히나 그 나라 화폐의 가장 큰 단위만 들고 오는 초보 여행객은 택시를 타도 잔돈이 부족해 주변 상점에서 바꿔오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그렇다고 외국인이 인터넷 결제 시스템을 등록하고 사용하기도 쉽지 않다. 먼저 중국내 은행에서 정식으로 발급된 계좌가 있어야만 앱과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데 현재 중국에서도 보이스피싱의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단기간 체류하는 외국인에게는 계좌발급을 해주지 않는다. 코웃음이 나는 상황이지만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외국인을 위한 결제 상품도 출시되어 있다.
오늘 하루도 커피 한잔과 독서 그리고 드라마 시청으로 무료함을 달랜다.

 

커피한잔 마시며 기자가 키우는 다육식물과 함께 광합성을 즐기는 일과는 필수가 되었다
중국 전체를 뒤집어 놓은 사진. 격리 중인 우한시민들에게 지급되는 식자재를 쓰레기 청소용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격리 9일차 
상상 이상의 충격을 주는 나라
뉴스를 보니 나쁜 소식만 들린다. 드디어 WHO가 팬데믹을 선언했으며 유럽의 상황이 점점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한다. 이 사태가 진정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지인으로부터 몇 장의 사진을 전달받았다. 처음에는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살펴봤다. 격리병동이나 병원에서 나오는 위험폐기물을 일반쓰레기 수거차량으로 허술하게 옮기는 사진인가 싶었다. 사실은 단체격리 중인 우한의 한 지역에 보급되는 식자재임을 알게 되어 충격을 받았다. 중국의 위생개념이 엉망인 줄 알지만 정말 무엇을 생각하든 항상 그 이상의 충격을 안겨주는 나라다.
오늘도 커피와 독서 그리고 드라마 시청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후 며칠간의 이야기가 더 있지만 별다른 내용이 없어 이쯤에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사실 천진 이야기를 연재하기 위해 한국에서 자전거를 가져오려 했으나 수리 부속이 없어 못가져 온 것을 굉장히 후회하고 있다. 이렇게 격리되는데 집에 자전거와 트레이너가 있었다면 기간이 한달이라도 기쁜 마음으로 신나게 트레이닝에 집중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본다면 기자는 다행히 문제없이 격리가 끝나고 자유롭게 자전거를 타러 나갔을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상으로 기자의 중국에서의 격리일지를 마치며 하루빨리 전 세계에 퍼져있는 코로나19가 사라지고 독자 여러분에게도 큰 피해가 없길 바란다. 

 


이상윤 기자  yooni097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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