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걸려 두 딸과 함께 탈 수 있는 탠덤 완성

오영준의 여행 이야기 ③
4개월 걸려 두 딸과 함께 탈 수 있는 탠덤 완성 

이제는 실제로 여행을 떠날 때 필요한 자전거다. 아이들과 함께 탈 수 있는 탠덤 리컴번트는 세계적으로 4개 회사밖에 만들지 않는다. 가격도 상당해서 가장 저렴한 제품을 구입해 나머지 부품은 DIY로 만들기로 했다. 회사일을 마치고 틈날 때 만드느라 무려 4개월이 걸렸지만 두 딸과 함께 탈 수 있는 나만의 탠덤 리컴번트를 완성했다 
글·사진 오영준(자전거 여행가, 일본 거주)

 

하세 피노. 세미 탠덤 리컴번트의 표준이라 할 정도로 세계의 많은 이들이 애용하는 모델이다
 


이제 어느 정도 여행에 대한 윤곽이 잡혔을 것이다. 그럼 회사에 휴가를 내거나 주말을 이용해서 여행을 떠나면 될 것이다. 
필자는 지금까지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아이들과 2번 다녀왔다. 첫 여행은 2016년 겨울로 준비에만 근 반년이 걸렸다.

탠덤 리컴번트 고르기 
인생을 살아가며 한번쯤은 해보고 싶었던 연인과의 탠덤 리컴번트 자전거 여행.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거의 잊었던 그러한 꿈이 어느날 들린 자전거 여행자 한 사람에 의해 다시 불붙기 시작해서 연인 혹은 아내를 태울 앞자리에 아이를 태울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세미 리컴번트 자전거를 생산하는 회사와 그 모델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 보았다. 세계적으로 세미 탠덤 리컴번트를 만드는 회사는 단 4곳이다. 각각의 회사는 모두 한 가지 모델만을 제작하고 있다. 모델 사이즈가 한가지뿐이어서 다양한 체격의 사람을 태우기 위해 핸들과 안장, 전방 탑승자를 위한 페달은 상당히 유연하게 조절된다. 하지만 자신의 신체 사이즈에 맞추어 구매할 수 있는 일반 자전거에 비해 몸에 맞지 않는 불편함은 어쩔 수 없다.

 

빌렌키 뷰포인트. 주문식 수제작 방식으로 생산되며 크롬몰리의 가느다란 프레임이 클래식한 멋을 가졌다

  

1. 독일 하세(HASE) 사의 피노(Pino)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고 다른 회사의 기본이 되었으며 사용자의 편의를 돕는 많은 옵션을 자랑한다. 다리로 정상적인 페달링을 할 수 없는 장애인을 위한 서포트도 하고 있는 점 등은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생산을 시작한 지는 20년 정도. 그간 여러 번의 디자인 변동이 있었다.  세미 탠덤으로 세계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70~80%가 이 모델을 사용할 정도다.
어린이를 위한 옵션도 있다. 가격은 4개 회사 제품 중 가장 고가이다. 아이와의 자전거 여행을 염두에 둔다면 600~7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독일 현지 가격이니 한국의 대리점 가격은 더 오를 것이다).
정밀기계의 강국인 독일제품답게 섬세하게 디자인된 부품들은 품질이 뛰어나다. 단지 탠덤 자전거의 가장 큰 문제점인 커다란 차체를 간단하게 분해할 수 있도록 몇 년 전에 채용된 분리형 프레임은 무거운 짐을 달고 험지를 달려야 하는 장거리 여행자에게는 적지 않은 문제를 야기시키는 티끌 같은 단점이 있다.

2. ‌미국 빌렌키 사이클 웍스(Bilenky Cycle Works) 사의 뷰포인트(Viewpoint) 
주문식 모델이다. 고객의 요청에 따라 미국에서 수제작 방식으로 생산되어 옵션에 따라 소요시간과 금액이 같이 올라간다. 가격은 독일 제품과 비슷하며 주문에서 수령까지 반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 
독일 피노 제품을 기본으로 발전한 다른 회사와는 달리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전거로 낼 수 있는 최고속도 경쟁의 노력으로 탄생된 미국 특유의 리컴번트 역사의 연장선에 포함되는 모델이다. 시대에 약간 뒤떨어진 듯한 자전거 두 대를 이어붙인 것 같은 클래식한 디자인이지만 오랫동안 미국에서 사랑받고 있다.
전방의 탑승자를 위한 별도의 기어가 달려있는 것이 다른 제품과 차별되는 특징이다. 

3. 영국 써시 사이클(Circe Cycles) 사의 모피어스(Morpheus) 
탠덤 리컴번트의 다양한 활용을 컨셉으로 하고 있는 제품이다. 가격은 피노 모델에 비해 약간 저렴하다. 아이들을 위한 자전거여행이라면 피노 모델보다 좀 더 다양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아이 둘을 앞뒤에 태우거나 갓난아기를 전방에 장착되는 요람에 태우는 것 등이다.
앞바퀴와 뒷바퀴 모두 20인치 휠세트를 채용한 점은 저중심과 휠세트 트러블에 대한 안정성은 높일 수 있겠지만 주행속도가 나오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4. 대만 퍼포머(Performer) 사의 패밀리 탠덤(Family Tandem) 
주로 미국을 대상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의 리컴번트 모델을 주력으로 삼는 회사다. 가격에 장점이 있으나 기본 구성이 가벼운 로드용 탠덤 리컴번트로 개발되어 많은 짐을 실어야 하는 여행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가격은 200만원 선으로 가장 저렴하지만 다른 회사에서 제공할수 있는 여러 옵션이 전혀 없다. 미국이나 유럽 대리점이 직접 프론트 랙이나 전기자전거 키트를 제작해서 판매하고 있다.

 

써시 사이클 모피어스. 영국 회사로 다양한 아이디어로 실생활에서 세미 탠덤 리컴번트를 활용할 수 있게 노력하는 점은 칭찬해주고 싶다. 아이들용 의자를 만들고 보니 이 회사에서 판매하는 카고랙과 비슷한 모양이 되었다

 


대만 모델을 선택하고 개조하면서 세운 원칙
오랜 기간 동안 독일회사의 제품만을 바라보고 군침을 삼키고 있었으나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독일 내에서의 중고도 알아보고 제품의 가격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몇 년을 보내던 중 우연이 알게 된 대만회사 제품은 바로 주문을 위해 전화를 들만큼 매력적이었다.
한달여의 기다림 끝에 배송된 제품은 섬세하게 고객을 위해 디자인된 독일제품에 비하면 많이 부족했지만 도리어 개조를 통해 우리 가족만을 위한 자전거로 만들 수 있다는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자전거를 개조하며 지킨 원칙은 두 가지다.
1.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가족이 다 같이 세계여행을 몇 년 간 해도 문제없을 만큼 튼튼히 만들 것.
2. ‌딸이 성장해서 혹시나 연인과 함께 자전거 세계여행을 하고 싶다고 할 때 걱정없이 탈 수 있게 1020년 뒤에도 수리가 가능하게 만들 것.

탠덤 자전거는 오랫동안 자전거여행을 했던 필자로서도 생소한 분야다. 다른 회사 제품의 옵션과 인터넷에 있는 여행자들의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부품을 선정했다. 탠덤 자전거여행을 생각하는 독자를 위해 간략히 소개한다.

1. 뒷바퀴 휠세트
텐덤 자전거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는 트러블은 뒷바퀴 휠세트이다. 두 사람의 몸무게에 두 사람분의 짐, 두 사람의 페달링에 따른 모든 부하가 뒷바퀴로 쏠린다. 여행중 휠세트의 트러블은 바로 여행 중단으로 이어진다. 허락하는 한 가장 튼튼한 구성을 하는 것이 심신에 좋다. (어린아이를 태우는 여행이라면 어른 2명이 떠나는 여행보다는 어느 정도 각 부품의 내구성에 여유가 생기기는 한다)
32홀 700C의 기존제품 → 40홀 4크로스 사핌(Sapim) 2×2.3 스트롱 스포크와 미국 벨로시티(Velocity) 디스크 허브와 처커(Chukker) 700C 림
48홀 4크로스라는 극단적으로 튼튼한 구성도 가능하나 차후 문제가 발생 시 부품수급이 힘들다. 40홀도 드물기는 하지만 10년 전까지 탠덤 자전거의 표준이던 48홀 휠세트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많은 대형 메이커가 40홀을 표준으로 채택하고 있어 그나마 물량이 있는 편이다.
디스크 허브는 산업용 범용 카트리지 베어링을 사용해 10년 후라도 쉽게 수리가 가능하다. 4크로스 구성은 18년을 자전거로 여행했던 한 여행자의 적극적인 추천에 따른 것이다. 스프라켓은 기본으로 들어있던 스램 9단을 그대로 사용했다.

2. 앞바퀴 휠세트
32홀 20인치 기존제품 → 36홀 3크로스 사핌 2×2.3 스트롱 스포크와 미국 벨로시티 디스크 허브, 선링레(SunRingle) Sun Rhyno Lite 20" 림
트러블이 많은 뒷바퀴에 비해 인치가 작고 강성이 높아 앞바퀴에서 큰 문제를 겪은 여행자는 별로 없다. 일단은 뒷바퀴와 비슷한 구성을 유지한다. 림은 BMX용으로 저렴하고 튼튼해 수많은 자전거 여행자들이 극찬하는 제품이다.
원래 여행자들은 자가발전 다이나모 허브를 많이 선택하지만 가격 문제와 정비성을 고려해 포기했다. 다이나모 허브는 전자제품을 많이 쓰는 여행자들에게는 필수 선택으로 고성능의 독일 제품과 저렴하나 수리 불가능의 대만 제품이 많이 이용된다. (다이나모 허브를 이용한 배터리 충전 키트는 아직 발전단계로 충전기기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스포크는 한 세트를 사서 인터넷에 나온 계산식에 의거해 커팅을 하고 저렴한 스포크 나사선 가공기로 가공했다. 휠빌딩은 여러 번 해봐도 어려운 분야. 가공된 스포크와 다른 부품을 들고 도시로 나가 대형샵에 휠빌딩을 맡겼다. 
40홀 관련 제품은 자전거 강국 일본에도 흔치 않다. 미국의 아마존을 통해 허브와 휠을 구입했다.

 

호잔 스포크 나사선 가공기. 휠 빌딩을 개인적으로 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구입하는 가장 저렴한 수동 가공기. 사핌 스포크가 튼튼하다 보니 손이 아프도록 며칠간 핸들을 돌려야 했다

  

탠덤 자전거는 짐과 자전거 자체의 무게로 인해 자전거를 세워놓을 때 넘어지기 쉽다. 잠금장치가 있는 BMX용 디아콤페(Dia-Compe) Tech77을 장착했다

  


3. 브레이크 레버
탠덤 자전거는 짐과 자전거 자체의 무게로 인해 자전거를 세워놓을 때 약간의 경사에도 저절로 굴러가 넘어지는 경우가 많다. 장거리 여행자들은 찢어진 고무튜브로 브레이크 레버를 묶어두는 방법을 많이 쓴다. 그러한 선배들의 조언을 얻어 BMX용의 잠금장치가 있는 디아콤페(Dia-Compe) Tech77을 장착했다.

4. 아이용 크랭크 개조
튼튼한 어린이용 크랭크는 그다지 종류가 많지 않고 어린이용 자전거에 장착되는 작은 사이즈가 많아서 일반 자전거에 잘 맞지도 않는다. (대기업 제품에는 붙어 나오기는 하나 별도 판매는 되지 않는다)
큰딸의 신장은 120cm. 165㎜ 어른용 크랭크는 아이의 페달링과 맞지 않는다. 크랭크의 사이즈를 줄이는 아답터가 있기는 한데 가격이 저렴하지 않다. 그냥 크랭크를 1/4 정도 절단하고 드릴과 자전거 페달 탭을 사서 나사선을 새로 만들었다. 구멍은 두개를 만들어서 차후 아이가 커지는 것에 대비했다.

5. 아이들용 시트
큰 아이를 어른용 시트에 앉혀보니 다리가 페달에 닿지 않는다. 집안에 굴러다니는 의자 하나를 뜯어서 임시로 가공한 다음 앉혀보니 라이더와 큰아이 사이의 공간이 상당히 크다. 원래 뒤쪽에 붙여서 사용하던 작은아이용 시트를 그 공간에 올려놓아 보니 얼추 맞을 것 같다.
대형 철물점에서 DIY용 파이프를 사서 레일을 만들고 직접 스텐리스 용접을 해서 만든 받침대를 사이에 끼우니 튼튼한 시트 2개가 만들어졌다.
시트를 튼튼하게 만들다 보니 무게가 꽤 많이 나간다. 자전거 자체 무게만 25kg은 되는 탠덤 자전거에 무게를 줄인다고 비싼 재료를 사봐야 사치일 뿐이다. 아이들 사고가 나지 않게 튼튼하게 만드는 게 우선 사항이다.

6. 프론트 랙
10년을 넘게 사용하고 있는 패니어 가방 치수에 맞춰 스텐리스 봉을 자르고 용접해서 아이들 시트 받침대로 사용되는 파이프에 연결시켜 만들었다. 시트와 프론트 랙은 회사일 끝나고 틈틈이 재료를 사다가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만들다 보니 완성까지 4개월 정도가 걸렸다.

 

일본 대형 철물상 핸즈맨. 집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DIY전문 철물상. 일본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자재를 구비하고 있어서 전문가들도 애용한다. 자전거 개조에 필요한 자재는 대부분 이곳에서 구입했다

  

크랭크를 1/4 정도 절단하고 드릴과 자전거 페달 탭을 사서 나사선을 새로 만들었다. 구멍은 두개를 만들어서 차후 아이가 커지는 것에 대비했다. 사진은 호잔 페달 탭

  

전방 라이더용 독립페달 시스템. 현재는 뒷바퀴 기어와 일체형이 표준인 프리휠은 과거에는 앞기어에 장착되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BMX에서만 쓰이게 된 이 방식을 전기자전거 개조회사들이 모터와 함께 판매하고 있어서 활용했다

  

자작으로 만든 프론트 랙. 스텐리스 소재를 용접해서 만들었다

  

전방의 큰딸을 위한 바람막이는 일본 마마차리(여성용 생활자전거) 바람막이를 개조해 만들었다

 

 
필자가 사용한 용접기

  

여행중 간판집에서 프론트랙 용접. 정식으로 배운 용접이 아니다 보니 마무리가 허술해서 한국 여행중에 모서리가 떨어져 나갔다. 공업사 사장님에게 부탁드려 재용접했다

  

먹을것과 인형을 보관할 수 있게 주머니를 만들어줘 직접 관리하게 했다

 


7. 전방 라이더용 독립페달 시스템
아이와의 탠덤 자전거 여행에 상당히 중요한 장비다. 탠덤 자전거는 기본적으로 두 명이 동시에 페달을 굴려 하나의 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두 명의 페달링은 체인을 통해 하나의 뒷바퀴 프리휠 허브에 연결되므로 두 사람이 같은 속도로 페달을 돌려야 하며 한명이 힘들다고 페달링을 그만둘 수 없다. 어른 두 명이라면 어느 정도 페이스를 맞춰가며 동시 페달링이 가능하지만 아이는 동승자인 어른과 체력도 전혀 다르고 장거리 여행 중에는 도중에 잠드는 경우가 많은 것이 큰 문제다. 
아이가 체력이 고갈되고 잠드는 상황에서도 페달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를 생각해 고급 탠덤자전거는 대부분 앞좌석용 페달에 프리휠을 하나 더 달아서 뒷좌석 라이더가 페달링을 하는 도중에도 앞 페달을 멈출 수 있다. 
저렴한 제품에는 이런 장비가 없다. 첫 여행에서는 독립페달 시스템 없이 출발했다가 큰딸이 여행 중 지쳐 자면서도 다리는 페달링을 하는 놀라운 적응력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자다가 다리가 페달에서 떨어지면 앞바퀴 스포크에 말려들 수도 있는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두번째 여행에서는 일반 자전거를 전기자전거로 개조하는 장비에 쓰이는 프리휠 스프라켓을 구해서 장착했다. 이 역시 독일의 정식 제품을 참고해 부품을 깎고 다듬어 만들었다.

8. 그 외 몇 가지
전방의 큰딸을 위한 바람막이는 일본 마마차리(여성용 생활자전거) 용 바람막이를 개조해 만들었다. 비오는 날을 대비한 아이들용 비닐지붕은 집에서 텃밭 만들 때 쓰이는 농사용 비닐과 쫄대를 사용해 만들었다.
아이들 주위에는 먹을것과 인형을 보관할 수 있게 다수의 주머니를 만들어줘 직접 관리하게 했다. 큰딸은 커다란 나침반과 속도계, 지도를 보며 내비게이션을 담당하게 했다. 작은딸은 이중으로 바람막이를 해서 체온을 보존하도록 했다. 

이제 실제 여행기는 다음호로 넘기겠다. 다음호에서는 연재 마지막으로 일본과 한국에서의 실제 가족 여행기를 소개한다.

 

DIY용 파이프로 자작한 의자 고정용 레일. 본드와 파이프 절단기로 초보자가 손쉽게 실생활에 쓰이는 여러 도구를 만들 수 있는 파이프를 사용했다. 나중에 위에다가 나무궤짝을 얹어서 집에서 재배한 야채를 싣고 팔러 다녀볼까도 생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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