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본 프레임의 속살을 보다
카본 프레임 절단 비교
유기자의 자덕 Life
진면목은 속에 있다!
카본 프레임의 속살을 보다
유려한 디자인의 카본 프레임들. 예술적인 페인팅과 반짝거리는 표면으로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 녀석들의 속살은 어떻게 생겼을까. 그들의 이너뷰티를 확인해보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기자의 호기심을 위해 그들은 숭고한(?)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는 카본 프레임이지만 그 진면목을 파악하려면 속을 보아야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글·사진 유병훈 기자
이리보고 저리 봐도 예쁘기만 한 카본 프레임들. 그런데 그 안쪽은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이 있는가? 많은 제조사들이 카본 프레임을 얼마나 완벽하게 만들어 내는지 홍보하고 있는데 아무리 시트포스트를 빼내고 안쪽을 유심히 살펴봐도 어두운 공간속에 숨어있는 그 모습을 우리는 볼 수가 없었다. 분명 독자 중에도 카본 프레임의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제 그 궁금증을 풀어 보자.
이번 궁금증의 해결을 위해서 총 5대의 프레임이 동원됐다. 메리다의 초경량 프레임 스컬트라 9000, 후지의 에어로 올라운드 SST 1.0, 비앙키 올트레 XR.2, 위아위스 어쎄신, 피나렐로 도그마 65.1이 그 주인공이다. 스컬트라, 올트레, 어쎄신의 경우 수입사 측에서 교육, 전시의 목적을 위해 이미 부분적으로 절단이 된 프레임을 제공 받았고 후지 SST와 피나렐로 도그마는 절단되지 않은 프레임을 제공받았다.
프레임을 절단(!) 하다
이미 절단되어 도착한 프레임은 바로 내부를 살펴보면 되지만 온전한 상태로 제공된 프레임은 기자가 직접 절단을 해야 했다. 그리하여 절단을 해줄 곳을 찾았는데 서울 신정동에 위치한 카본119의 대표님이 시원하게 절단해주셨다. 일면식도 없는 기자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신 카본119 대표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사실 기자는 카본 프레임 절단이 매우 간단해서 쉽게 끝날 줄 알고 염치없이 부탁했던 것인데 프레임 두 개를 절단하는데 2시간30분가량이 소요됐다. 프레임 안쪽으로 BB나 시트튜브 보강재가 깊게 자리하고 있어 그라인더 날이 잘 닿지 않았고 때문에 작업이 길어진 것이다. 만약 독자 중에도 자신의 카본 프레임의 안쪽이 궁금해 직접 절단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계신 분이 있다면 그냥 참자. 기자가 대신 했으니 책으로 보는 것이 정신과 신체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 이런 거 대신하라고 독자분들이 자전거생활을 사보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게 카본119 사장님이 프레임을 아까워하며 두 개의 프레임 절단을 마무리 했다. 이제 절단된 프레임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메리다
스컬트라 9000
스컬트라 9000은 메리다의 기함 프레임으로 완성차 무게 4.5㎏을 자랑하는 초경량 프레임이다. 겉보기에는 다른 프레임들과 비슷한데 어떻게 이렇게 가벼울 수 있는지 안쪽을 살펴보면 이해가 간다.
절단된 스컬트라 9000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는 부분이 바로 프레임의 벽 두께다. 이번에 확인한 프레임 중 가장 얇은 두께를 자랑하는데 그 때문에 680g이라는 매우 가벼운 무게가 가능했다. 또한 다섯 개의 프레임 중 내부 표면이 가장 매끈한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AWS 주름방지 시스템으로 특수 몰드 인서트를 삽입했다는 메리다의 설명을 확인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를 통해서 최소한의 레진만을 사용해 프레임 제조가 가능하고 초경량을 달성했다고 보인다.
후지
SST 1.0
후지 SST 1.0은 에어로 성향의 올라운드 프레임이다. 제작년도는 2012년으로 이번에 소개되는 프레임 중에 가장 오래되었다. 절단된 프레임에서 가장 독특한 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는데 우선 RIB 기술 적용으로 다운튜브를 수직으로 나누는 격벽이 있어 뒤틀림 강성을 높인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체인스테이와 시트스테이가 BB, 시트튜브와 결합하는 방식이 다른 프레임과 달랐다. 두 개의 스테이 모두 우선 하나로 합쳐진 이후에 BB, 시트튜브와 넓은 범위에 걸쳐서 결합되는 방식이다. 끼워 넣는 방식과 비교해 더 견고하게 고정될 것으로 생각된다.
비앙키
올트레 XR.2
2013년 말에 공개된 비앙키의 올트레 XR.2는 비앙키의 에어로 바이크 플래그십이었다. 에어로 성능과 경량을 모두 만족시키는 프레임으로 큰 인기를 얻었고 얼마전 XR.4가 나오기 전까지 최고의 프레임으로 군림해왔다. 내부를 살펴보니 체인스테이와 BB와의 결합이 프레임 중 가장 오차가 없이 잘 맞아 떨어졌으며 BB의 체인스테이 부분에 수평방향의 격벽이 세워져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위아위스
어쎄신
위아위스 어쎄신은 이번에 살펴보는 프레임들 중에서 유일하게 러그방식이다. 전통적인 자전거 제조방식으로 많이 쓰이던 러그방식은 초기 카본 프레임 제작에 많이 사용되었는데 콜나고의 C60이 대표적이다. 위아위스의 클래식 카본 바이크 어쎄신은 나노 카본을 사용해 매우 단단하고 실제로 기자가 타봤을 때 아무리 강하게 흔들어도 프레임이 완전하게 받쳐주는 기분 좋은 프레임이었다. 그런데 역시나 내부를 보자 그 이유를 알게 됐다. 반으로 잘린 상태에서도 매우 단단하고 표면이 치밀하다. 하지만 프레임 제조과정에서 전통적인 스틸 프레임을 만들 때처럼 튜브 마이터링(튜브끼리 빈틈없이 맞닿게 가공함)을 하지 않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튜브의 가장 짧은 부위에 맞춰서 수직으로 재단을 하고 러그에 끼워 넣는 방식으로 제작비용과 시간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
피나렐로
도그마 65.1
피나렐로 도그마 65.1은 피나렐로의 플래그십 모델로 2014년 F8이 나오기 전까지 피나렐로의 최상위를 지켜왔다. 미국에서 제작된 한 동영상에서 프레임 내부가 지저분하다고 지적되며 굴욕을 겪기도 했던 프레임이라 기자가 직접 확인해 보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직접 잘라본 도그마 65.1은 좀 억울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프레임 내부는 매우 말끔했고 많은 신경을 써서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든다.
겉보기로는 알 수 없는 속내용
이렇게 다섯 개의 프레임 내부를 살펴봤다. 모든 프레임이 시트포스트가 삽입되는 부위에 보강재를 삽입했고 헤드튜브와 같이 충격을 많이 받는 부분과 구멍이 뚫려있는 부분, 부품이 체결되는 부분에 3K 평직 원단으로 보강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내부에 격벽을 만들어 뒤틀림 강성을 높이거나 폼을 카본 층 사이에 삽입해 강도와 충격흡수 능력을 높이는 프레임도 확인했다.
카본프레임의 제작방식은 러그 방식에서 점차 모노코크 방식으로 넘어오는데, 2012년에 생산된 후지 SST의 경우 다운튜브도 따로 생산한 후 BB셸에 끼워 넣은 반면 최근 프레임인 도그마나 스컬트라의 경우엔 앞 삼각을 한 번에 만드는 것도 확인할 수 있는 차이다. 만약 전체를 한 번에 모노코크로 제작하는 치폴리니와 같은 프레임도 절단을 해볼 수 있었다면 좋았겠으나 멀쩡한 프레임을 막 잘라버릴 수는 없으니 이후에 기회가 되면 따로 다뤄보겠다.
오늘 확인한 내용들 중 제조사에서 소비자에게 밝히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제조사에서 알려주는 부분도 실제로 그러한지 확인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며 그렇지 않은 부분을 알아내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소비자 대신에 이러한 역할을 대신 해주는 것이 본지의 역할이 아닐까.
혹시라도 직접 프레임을 잘라보고 싶은 분이 있다면 다시 한 번 말리고 싶다. 카본 분진이 건강에도 안 좋을 뿐더러 처리도 힘들고 장비가 없다면 위험하기까지 하다. 만약 궁금한 것이 있다면 직접 하는 것보다 본지에 요청하면 기자들은 언제나 독자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설 준비가 되어있다.
마지막으로 민감한 주제임에도 프레임을 제공해준 오디바이크, 신기바이크, 대진인터내셔널, 위아위스, 루비워크샵 그리고 프레임을 절단하느라 수고하신 카본119 대표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