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전거로 떠난

전기자전거로 떠난
신안 천도천색 천리길

 

명사십리 해변은 길이가 3.6㎞로 단단한 사질로 간조 때는 해변 라이딩이 가능하다

 

그곳에서는 요트와 전기자전거로 이어지는 편안함과 즐거움이 함께하는 고품격 낭만 여행이 가능했다. 업힐과 다운힐로 이어지는 섬 라이딩은 전기자전거이기에 더욱 즐거운 여행이 되었다. 연일 이어지는 30도 이상의 폭염 속에서도 아름다운 섬의 정취를 두 배로 즐길 수 있었고, 힘들어 하는 라이더의 등을 밀어 줄 수 있었고, 더 많은 물을 가지고 다니며 목마른 자의 목을 축여 줄 수 있었다. 
업힐에서도 한손으로는 핸들을, 한손은 셔터를 누르며 하나 둘 모은 추억은 이번 투어의 둘도 없는 기념품이다. 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진기하고 싱싱한 해산물들로 만든 매 끼니 역시 여행의 묘미다. 운이 좋으면 귀한 생선을, 아니라면 그저 그런 평범한 생선이 올라오는 식탁을 바라보며 하루의 운을 점쳐 보는 것도 즐거움을 더했다.
필자가 경험한 신안천도천색천리길 투어를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글·사진 예민수 벨로스타 대표

 

 

아침 7시에 목포항 대합실에 모여서 본지 여행의 첫 목적지인 도초도에 대해서 이윤기 이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목포항의 아침 해무 때문에 일행을 실은 쾌속선은 2시간 늦게 출항했다

 

도초항에 도착해서 100m 거리의 숙소에 짐을 풀고 식사를 마친 후 바로 라이딩을 시작했다. 해무 때문에 일정이 취소되면 어쩌나 마음 졸이다가 그나마 출항해서 스케줄에 2시간이 늦어지게 되었지만 모두들 신났다. 연일 30도 중반의 폭염으로 라이딩이 녹록하지 않았다

 

도초도 염전지대

 

촬영을 마치고 번개처럼 따라 붙고 다시 선두에 서야 하는 팀 라이딩 리더에게는 전기자전거가 필수이다

 

비금도 도착. 근처에 위치한 인증센터에서 앱을 설치하고 큐알코드를 스캔하면 자동인증이 된다

 

 

비금도 하누넘 해안은 하트해변으로 알려진 비금도 최고의 풍광을 보여준다. 긴 업힐 뒤에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하트모양의 하누넘 해안선

 

해무에 산꼭대기만 살짝 보인다

 

첫날 숙소로 돌아오는 마지막 업힐구간에서 힘들어 하는 일행의 등을 젊은 동생이 밀어주고 있다. 힘든 업힐에서는 누가 살짝 밀어만 줘도 엄청난 힘이 된다. 80㎞가 넘는 하루 라이딩을 무사히 마쳤다. 모두들 녹초가 되었다. 너무도 더운 날이었다

 

둘째 날 아침 도초항에 해무가 가득하다. 가시거리가 100m도 안 된다. 일행을 태우고 우이도로 데려다줄 요트가 와야 하는데 슬슬 걱정이 되었다. 이날 목포항 연안여객선 모두가 결항되었다. 그런데, 이 날씨에 예약한 ‘천도천색’호가 안개를 뚫고 정시에 도초항에 도착했다. 선장님 이야기가 목포항 여객선 결항으로 바다는 텅텅 비어있어 최신장비로 무장한 관용선이라 정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정시에 일행들을 태운 요트는 자욱한 해무 속에서 다음 목적지 ‘우이도’로 향했다. 사진은 1층 선실 휴게공간이다. 대형 TV와 노래방기계, 커피와 와인파티가 가능하다. 처음 타본 요트에서 맛있는 커피 한잔의 여유와 모두들 요트 구경하느라 바빴다. 첫날 라이딩 후 펑크 난 두 사람만 빼고…

 

날 라이딩 후 둘째날 아침에 펑크를 발견한 자전거가 2대. 그중에 한 대가 필자의 자전거였다. 지난 1년 동안 1만㎞ 가까이 달렸는데 펑크 한번 안 나더니, 몹시도 무더운 날 새벽에 꺼낸 자전거에서 펑크를 발견했다. 필자는 서바이벌 키트로 간단히 수리를 했다. 나머지 한대도 요트에 세면대가 있어서 펑크수리가 어렵지 않았다

 

요트 아래로 내려오면 주방과 침실, 샤워부스, 화장실등등 특급호텔 수준의 편의시설을 갖추었다

 

일행을 태운 요트는 한시간 가량 항해로 도초도에서 우이도에 도착했다. 당일 짙은 해무로 우이도에는 천도천색호 단 한대만 입항했다. 천도천색호는 절경을 자랑하는 우이도 항에서 일행을 기다리며 3명의 선원들과 함께 하룻밤 정박한다. 이때 배는 일일 노래방이 되기도 하고 ‘고품격 와인 바’가 되기도 한다

 

우이도 진리항에 내리면 <표해시말>을 지은 홍어장수 문순덕 동상이 있다. 필자와 일행이 묵은 펜션의 문종옥 이장님이 이 동상의 주인공 후손이라고 한다

 

둘째날 기온이 33도를 넘었다. 우이도 탐방코스는 약 13㎞ 인데 초입에 잠시 라이딩하고 진리고개부터는 싱글코스로 로드에 익숙한 고령의 라이더들에게는 어려운 코스라 자전거를 두고 트레킹 모드로 전환했다. 고가의 자전거를 몇 시간 버려두고 가는 트레킹 코스를 부담스러워 했다. 섬의 특성상 자전거 도난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당일 들어온 배가 천도천색호 한척이었고 나가는 배도 없었다. 그리고 이 섬에는 고급자전거가 필요가 없다

 

소의 귀 모양처럼 생긴 우이도 상산봉 정상정복을 위한 정예 대원 5명만 차출되었다. 나머지 트레킹 대원보다 약 4㎞를 더 걸어야 해서 비교적 젊은 인원이 동반했다. 상산봉 부근에서 뱀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는데, 정말로 뱀이 보였다. 일행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 그 뱀을 누군가 잡은 것은 비밀이다

 

돈목마을 펜션에 마련된 점심식사 그날 잡아온 민어매운탕이 일품이었다. 게장도 참 맛나게 먹었다. 요트 투어는 힐링에 맛 기행을 결합한 상품이었다. 오전에 긴 산행 후에 먹는 푸짐한 점심은 행복이었다. 이날 먹다 남긴 민어매운탕이 생각나는 것은 필자뿐이 아닐 것이다

 

돈목해변을 지나 멀리 모래사구가 보인다. 마치 산사태가 난 것처럼 보이는 것이 모래언덕이다. 산처럼 쌓인 모래라고 산태라고 불렀는데 전문용어로 ‘풍성사구’라고 한다

 

성촌해변을 지나서 모래사구 뒤쪽으로 올라간다

 

반대편 성촌해변에서 올라가면 수직고도 50m, 32도 경사면이 150m나 되는 거대한 모래사구는 보호지역이라 출입이 통제되어 아래까지만 가볼 수 있다

 

영화에서나 볼만한 아름다운 사막 장면이 연출된다

 

우이도 13㎞ 트레킹 투어를 마쳤다. 다시 돌아온 진리마을 숙소에서 성대한 만찬이 이어졌다. 섬에는 그날 잡은 수확물이 밥상에 올라온다. 구이도 그날 잡은 생선으로 요리한다. 운이 좋으면 아주 귀한 음식을 먹고 갈 수도 있다

 

다음날 복귀하는 요트의 풍경. 2층 조타실, 항해사와 선장님이 근무하는 곳이다. 레이더와 GPS장치, 2개의 엔진을 컨트롤 하는 곳이다. 잔잔한 바다에서 선장님의 요트 키를 잡아볼 수 있는 시간도 주어진다

 

돌아오는 3시간반 동안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차를 마시고 쉬거나, 낮잠, 일광욕, 타이타닉 놀이 등 다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목포항으로 돌아오는 요트위에서 신안 앞바다의 아름다운 섬들을 조망할 수 있다

 

목포항으로 들어가는 천도천색호에서 바라본 목포대교
목포항 도착. 천도천색호 선원들과 아쉬운 작별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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