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체’와 ‘기함’이 달린다!

동호회 라이딩 동행 취재

‘기체’와 ‘기함’이 달린다!
스마트모빌리티 동호회 라이딩 동행 취재

점점 늘어나는 스마트모빌리티 라이더의 숫자만큼이나 새로운 문화 역시 생겨나고 있다. 혼자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서 다 같이 즐기며 스마트모빌리티를 이용한 단체 라이딩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글·사진 이상윤 기자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거리에는 외발휠, 양발형 등 다양한 종류의 PM 제품을 볼 수 있었다면 최근에는 전동킥보드가 주를 이루고 있다. 전동킥보드 제품 안에서도 경량을 중시하는 경량제품과 출력을 중시하는 고속제품 등 세분된 라인업으로 속속 출시되고 있다.
전동킥보드 유저들이 늘어나는 만큼 예전보다는 길 위에서 발견할 수 있고, 한강을 제외한 각종 자전거도로에서도 심심치 않게 단체라이딩을 즐기는 이들을 마주칠 수 있다. 이들 동호회는 평소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궁금했던 기자가 단체 라이딩에 동행해 보았다.

 

 

 

 

단체 라이딩의 시작, 동호회 찾기
이미 활성화된 자전거 동호회와 같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두 가지 방법을 통해 스마트모빌리티 동호회에 가입할 수 있다. 사진처럼 유명 포털사이트와 모임 어플을 검색해보면 생각보다 많은 동호회가 검색된다. 각 동호회마다 모임 횟수와 라이딩 방식이 모두 다르다. 일부 동호회는 고출력 제품들만 가입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는 곳도 있으며 각종 튜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동호회도 존재한다.
이번에 기자가 참가한 라이딩은 샵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초보자들을 위한 안전 라이딩이 테마이다. 빠른 속도보다는 다 같이 즐기는 것이 목적인 동호회로 입문자에게 적합하다.

준비과정과 실제 라이딩
이날 진행된 라이딩은 전철 5호선 양평역부터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백운호수까지 왕복 54㎞의 장거리다. 라이더들은 모임어플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출발 시각 약 1시간 전부터 샵에 모여 간단한 정비를 하거나 라이딩에 필요한 장비를 점검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기자의 눈에 신기하게 비친 것은 샵에 도착하면 자연스럽게 가방에서 충전기를 꺼내 충전하는 모습이다. 나중에 이유를 물어보니 대용량 배터리가 아닌 제품은 장거리 라이딩을 하다가 배터리 문제로 곤란한 상황을 맞게 되므로 미리미리 충전하는 습관이 들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기자가 놀란 것은 개인안전 장구에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쓴다는 점이다. 자전거동호회의 경우 헬멧과 고글, 장갑 정도를 챙기지만 이번 라이딩에 참가한 사람들을 살펴보니 헬멧과 고글은 기본이고 팔꿈치와 무릎보호대를 착용한 이들도 많았다. 초보자들만 처음에 착용하는 경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1년이 넘은 라이더도 더운 날씨지만 안전을 위해 꼭 착용하고 있었다. 심지어 고출력 제품을 사용하는 라이더들은 다운힐이나 모터바이크에서나 쓰는 풀 스페이스 헬멧을 쓰기도 한다. 한 가지 더 자전거동호회와 다른 점은, 복장이 상당히 자유스럽다는 것이다. 샌들을 신거나 반바지를 입는 등 가장 편안한 복장으로 라이딩을 즐긴다.
 

출발 전 간단한 정비를 배우거나 공기압 등을 체크하며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도착하자마자 배터리를 충전하는 동호인

 

 

모든 라이더의 출발준비가 완료되면 그날 모임의 리더가 간단한 브리핑을 한다. 브리핑의 내용은 그날의 목적지, 비상연락망, 규정 속도 준수, 선두 추월 금지, 선두와 후미 담당 선정 등 안전에 관한 항목을 특별히 짚고 넘어간다. 준비가 완료되면 출발한다.
처음 참가한 라이더를 위해 헷갈릴만한 길목에서 기다리며, 모든 라이더가 준비되면 다시 라이딩을 진행한다

 

안전장구에 신경을 많이 쓴 라이더

 


날이 어두워지자 안전을 위해 전조등과 후미등을 켰다. 제품에 기본으로 장착된 라이트 외에도 많은 라이더들이 핸들바에 추가로 라이트를 장착한다. 특히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발판의 조명이었다. 현란하게 빛나 정신을 빼놓는 전광판 같은 불빛이 아니라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역할을 해내는 라이트의 한 종류로 이해하면 편하다. 불빛이 과해 눈이 아프지 않고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하면서도 야간 운행의 안전성을 높여 거부감은 없었다.

 

한번 더 길을 체크하는 리더와 후미를 기다리는 참가자들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일렬로 주행한다

 

추월을 할 때는 앞사람과 충분한 거리를 두고 마주 오는 차량이 있는지 확인 후 진행한다

 

속도가 낮은 모델은 자연스럽게 앞서나가는 팩과 멀어지지만, 곧 합류한다. 만약 속도가 너무 맞지 않으면 먼저 출발하기도 한다

 

 

해가 떨어지고 나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전동킥보드를 타고 20㎞가 넘는 거리를 처음 운행해보니 생각보다 편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먼저 작은 바퀴와 핸들바가 주는 민감한 조향에 신경 쓰다 보니 풍경을 제대로 구경할 여유가 없었다. 장갑을 착용하지 않은 기자는 노면으로부터 올라오는 진동을 그대로 손목이 받아내 불편함을 느꼈으며, 앉지 못하고 서서 주행하다 보니 몸에 쌓이는 피로도가 높았다. 물론 첫 라이딩이다 보니 좀 더 적응이 필요한 것 같다.
식사 후 간단히 기념촬영을 하고 복귀했다.  복귀 도중 저용량 배터리를 장착한 제품들은 배터리가 다 닳아서 끝내 택시를 타고 돌아왔다. 다행히 기자는 이브이샵 영등포점의 배려로 배터리가 충분해 끝까지 라이딩 할 수 있었다.

 

야간라이딩을 끝내고 마침내 백운호수 인근의 한 식당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충전기를 꺼내 충전하는 모습

 

 

 

 

< 베테랑 라이더 인터뷰 >
 “20km 정도를 달리고, 제품 성능에 따라 기체와 기함이라고 부른다” 


단 한 번의 라이딩 참여로 어떻게 모든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같이 라이딩을 즐기는 올드 유저에게 평소 궁금한 점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 제품을 지칭하는 단어가 있는가?
“기체라고 부르며, 50㎞가 넘어가는 제품이나 최고등급의 기체는 기함이라고 말한다.”

- 보통 몇 킬로 정도 라이딩 하는지?
“기체의 배터리 용량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0㎞ 내외를 라이딩 코스로 잡는다. 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약속지점에서 만나 복귀하는 경우도 많다.”

- 얼마나 자주 라이딩 하는가?
“1주일에 한번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비가 오지 않는다면 일주일에 3~4번 정도 타기도 한다. 출퇴근용도로 사용하는 경우 매일 사용하기도 한다.”

- 기체 트러블로 먼저 복귀하는 경우도 있는지?
“많다. 대부분이 펑크로 인해 택시를 이용해 복귀하는 경우가 많다. 펑크수리 키트를 가지고 다니지만, 생각보다 정비하기가 어려워 숙련자를 제외하고는 수리가 쉽지 않다.”

- 혹시 스마트모빌리티 유저들이 자주 모이는 집합장소가 있나?
“정해진 곳은 없다. 고속으로 주행하는 기체들은 대부분 미개통 도로 등에 모여 속도를 즐긴다. 이외에 적정 속도를 즐기는 라이더들은 카페나 맛집에서 모인다.”

- 다들 식사할 때 충전기를 꺼내 배터리를 충전하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조금이라도 충전을 해놓으면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할 수가 있어 항상 충전기를 가지고 다닌다. 기체마다 배터리가 달라 충전기가 호환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본인 충전기는 본인이 챙겨야 한다.”

- 모임을 하면 어떤 대화를 주로 하나?
“사는 이야기를 할 때도 있고 기체, 아이템, 새로운 코스, 튜닝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중에서도 전동법 이야기가 가장 핫하다.”

- 한강에서 실제 단속이 진행되고 있는가?
“많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주행하다가 단속에 걸려 과태료를 낸다.”

- 현실적으로 자전거도로를 이용 못 하면 제약이 많지 않은가?
“그렇다. 50㎞ 이상의 속도를 내는 기함급 기체들은 도로주행을 하는 것도 불안한데 8월부터 시행된 전동법의 규제를 받는 25㎞ 미만의 제품들은 정말 목숨의 위협을 느낀다. 그렇다고 자전거도로로 들어가면 단속 대상이니 정말 답답하다. 하루빨리 자전거와 각종 스마트모빌리티가 공존할 수 있는 명확한 법안이 발표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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