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기거나 혹은 분리하거나

전기자전거인지 알아볼 수가 없다! 
숨기거나 혹은 분리하거나

올해 유로바이크는 전기자전거 발전사에서 획기적인 전기가 되었다. 일반자전거를 압도하는 수많은 전기자전거 제품이 등장한 것은 물론, 대부분의 브랜드가 전기자전거에 뛰어든 것까지는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마침내 전기자전거라고 알아보기 힘든 제품이 등장했다. ‘숨김과 분리’로 전기자전거의 새로운 차원을 선도하고 있는 두 모델을 집중 분석한다
글·사진 예민수(벨로스타 대표)

 

 

 

숨기거나
비박스(Vivax) 어시스트

지금까지 생산된 대부분의 전기자전거는 모터와 배터리가 외부에 노출되어 있어 누가 봐도 이건 전기자전거라고 금방 알 수 있었다. 이 문제 때문에 꼭 필요한데도 전기자전거를 탄다는 것을 드러내기 꺼리는 사람들에게 보급하는데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배터리는 모양을 변경해서 물통형태나 시트포스트, 프레임 속에 숨겨서 위장이 가능했지만, 둥근 모양의 큼직한 모터는 어디에도 숨기기 힘들었다. 

 

기계도핑으로 유명해진 비박스(Vivax) 자전거

 

 

전기자전거임을 숨기고 대회에 출전?!
그런데, 키트를 장착하고 대회에 나가도 쉽게 눈치 채기 어려울 정도의 초소형에 티 안 나는 전기자전거 시스템이 있다. 실제로 이 고가의 초소형 전기자전거 키트를 장착한 자전거로 시합에 출전해서 경기도중 발생한 낙차 사고로 넘어진 자전거 바퀴가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 기계도핑으로 실격당한 사례가 있었다. 선수는 자격을 박탈당했지만, 기계도핑에 사용했던 전동키트와 제작회사를 전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 회사가 바로 비박스(vivax)이다.

2017년 현존하는 전기자전거 양산 키트 중에 표시가 나지 않고 가장 가벼운 것이 비박스의 구동시스템이다. 노출되어 있는 것은 작은 안장 가방 속 배터리 팩과 손닿는데 있는 작동 스위치 하나 뿐으로 배터리 포함 총무게가 1.8kg에 불과하다. 

비박스 구동시스템은 시트튜브 내경 31.6㎜의 철이나 알루미늄 프레임에 최적화되어 있다.
기존 BB를 통째로 들어내고 바벨기어가 장착된 전용 BB를 삽입해야 하며, 모터를 고정하기 위해 시트튜브에 구멍을 내야하고 추가적인 설치공구가 기본적으로 3개나 필요해서 교육받은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야 한다. 전기자전거 구성품 중에 배터리를 제외한 모든 전기자전거 시스템이 시트포스트 내부로 들어갔다.
시트튜브에 모터와 컨트롤러가 들어가고, 물통이나 안장가방형 배터리에서 전원을 공급받는다. 핸들바 위의 스위치 하나가 라이더가 조작할 수 있는 유일한 조작부분으로 모터를 작동시키고 스톱시킨다. 이렇게 전기자전거 시스템을 모두 갖추고도 1.8kg 밖에 되지 않는다(33.6V  6Ah 일반 배터리, 산악용 대용량은 33.6V 9Ah). 2017년 기준 상용제품 중에서 가장 가볍고 외부로 표가 안 나는 전동키트다.  

국내에서 개발해 한때 세계에서 가장 가볍고 초소형 키트로 알려진 히든파워 대비 0.8kg 가볍다. 전기자전거가 무거워서 못 타겠다고 하시는 분들에게 고급자전거에 이 키트를 장착하면 일반 MTB보다 가벼운 12kg 이하의 가벼운 전기자전거가 나올 수 있어 전기자전거 무겁다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그러나 실제로 가벼운 전기자전거는 그 가격에 놀라지만 비용 대비 나오는 퍼포먼스는 크지 않다. 

모터의 제한된 크기로 인해 출력은 200W인데 인간의 ‘휴먼엔진’ 상시출력이 150W 수준이라 어시스트용 전기자전거로는 부족함이 없다. 이 제품은 정식교육을 받은 비박스 미캐닉이 장착 작업을 하며 장착비용을 포함한 가격은 2699유로(한화 약 365만원)로 고가의 가벼운 자전거를 제외한 ‘부품비+장착공임’이 상당하다.
31.6㎜ 규격 시트튜브로 설계된 자전거에만 장착가능한 한계가 있어 비박스 전용 프레임도 판매하고 있다.

 

비박스의 내부구조. 시트튜브 안에 배터리가 완벽하게 수납된다

 

비박스의 작동구조. 배터리는 시트튜브에 들어 있고 아랫부분의 모터가 크랭크축을 직접 돌려준다

 

 

[ 업체의 설명 ]
모터가 작동하지 않은 일반자전거로 사용해도 거의 저항 없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기존의 안장가방에 리튬이온 배터리로 60분(33.6V 6Ah) 또는 90분(33.6V 9Ah) 동안 모터동력을 지원할 수 있다. 구동장치의 특수 설계로 인해 필요한 시트튜브의 내경이 31.6㎜가 주력으로 자전거 프레임 속에 내장할 수 있어 자전거 외관으로는 구별이 어렵다.  

세계최경량 전기자전거로 자유를! 
비박스에도 단점이 있다. 모터가 작동될 때 라이더는 쉬지 않고 모터와 같이 페달링을 해야 한다.
구조적으로 모터가 작동 중일 때 라이더가 스위치를 한번 더 눌러서 오프하지 않는 한 배터리가 끝날 때까지 계속 크랭크를 돌리게 된다. 비싼 가격,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장착 등 여러 단점이 있지만 전체 무게와 외관이 일반자전거 같은 전기자전거 컨셉으로 마니아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비박스 시스템은 하나의 자전거로 일반 자전거와 전기자전거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추구하는 제품이다.
모터가 페달링을 돕는 경우 모터 회전수에 따른 일정속도를 유지할 수 있고 모터가 작동하지 않을 때 비박스의 프리휠 기어는 사실상 저항이 거의 없어 일반 자전거와 전기자전거 두 장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비박스 전기자전거는 때로는 체력의 한계를 넘어 장거리 투어나 더 어려운 지형에 도전해 볼 수도 있다. 또한 재활치료의 수단으로 전기자전거 타기를 처방하기도 한다. 전기자전거는 수영처럼 몸에 무리를 주지 않고 운동이 가능하다. 무게 부담이 없는 가벼운 전기자전거는 라이더가 운동강도를 조절할 수 있어 유용한 재활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비박스는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전기자전거를 타고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힘들 때 순간적인 스위치 조작으로 모터의 도움을 받으면 체력적인 부담을 줄일 수 있어 더 자주 더 오래 라이딩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체력과 힘이 생겨 모터 사용을 줄이고 같은 용량의 배터리로 주행가능 거리가 점점 길어지게 된다. 장시간 라이딩이 가능한 비박스 시스템은 경량으로 전기지원 없이 일반 자전거로 타는데 문제가 없다. 

단점이라면… 
카본이나 프레임 모양에 따라 장착이 제한적이어서 교육받은 전문업체에서 설치해야 한다. 고가의 가벼운 자전거 제외 키트비용이 장착비 포함 한화 약 370만원으로 비용이 많이 든다.
모터 작동 시 크랭크가 같이 돌아 페달링을 계속 같이 해야 한다. 넘어져도 스위치를 꺼지 않는 한 배터리가 바닥날 때까지 계속 돌게 된다.

비박스의 장점
일반적으로 외관만 보면 전기자전거임을 알 수 없다. 기계적 저항이 적어서 일반 자전거로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고 필요시 전기자전거로 활용할 수 있다.
초경량 전기자전거 키트로 리튬이온배터리(33.6V 6Ah) 포함 무게 1.8kg으로 자전거 경량화에 투자하면 10kg 정도의 초경량 전기 MTB도 만들 수 있다.
가벼우면서 전기자전거라고 알아보기 힘든 제품을 찾는 트렌드를 잘 반영한 제품이다. 

 

비박스에 대한 높은 관심

 

많은 관심을 끈 비박스 부스

 

비박스 구동시스템을 적용한 티타늄 자전거

 

비박스 이전에 세계최경량이던 국산 히든파워 시스템

 

 

분리하거나
전동 브롬톤

양산 자전거 중에 바퀴 사이즈 대비 가장 작게 접을 수 있는 명품 미니벨로의 대명사가 브롬톤이다. 오랜 기간 검증을 거쳐 왔고 감성품질이 뛰어나서 전세계 마니아층이 두텁게 형성되어 있다. 이미 특허가 다 풀렸지만 브롬톤의 감성품질에 대적할만한 짝퉁이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 고가의 명품 미니벨로를 누가 사는지 나라별 판매대수를 알아보면 놀랄법한 내용이 있다. 전세계 물량의 10% 가까이 수입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본고장 영국 다음으로 많은 유저가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실제로 한강에 나가보면 단일 차종으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자전거가 브롬톤이다.

16인치의 작은 바퀴에 ‘이 보다 더 아름답고 작게 접을 수 없다’는 컨셉에 서양인들의 키와 몸무게를 견딜 수 있는 자전거는 철로 만든 브롬톤 말고는 떠오르는 제품이 없다. 브롬톤이란 명품이 철옹성처럼 딱 버티고 있어 타 브랜드가 근접하기 어려운 특이한 16인치 접이식 자전거 시장이다.

그런데 이 명품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작은 바퀴의 주행안정성이 떨어지는 핸디캡을 휠베이스를 늘려서 잡았지만, 구름성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작은 바퀴의 숙명이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전동 브롬톤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올해 처음으로 브롬톤에서 전동 모델을 내놓기 전에 이미 전세계의 상당수 마니아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전동 브롬톤을 만들어서 사용중인 것을 인터넷을 통해 쉽게 검색할 수 있다.   

오래 전부터 준비했고 출시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2017년 유로바이크 쇼에서 시제품을 내놓은 전동 브롬톤에 대해 좀 더 알아본다.

250W 출력의 전륜허브 모터로 총중량은 16.6kg(배터리 2.9kg)이다. 원터치로 배터리와 컨트롤러가 장착된 가방을 분리할 수 있다. 어디서나 휴대해서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브롬톤의 컨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벼운 전동자전거를 내놓았다. 

36V 8.8Ah로 300Wh급 배터리는 한번 충전으로 시속 24km로 40~80km(라이더의 엔진 성능에 따라 달라짐) 주행이 가능하다. ‘Brompton Electric 아이폰 앱’을 사용해 등록하면 마일리지와 서비스 내역을 조회할 수 있다.
 

전동 브롬톤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전동 브롬톤과 접은 모습, 배터리 가방

 

배터리 가방 속에 컨트롤러가 일체형으로 들어있다

 

전동 브롬톤은 일반 브롬톤과 설계부터 다르다

 

브롬톤 전용 전륜 허브모터는 포크에 맞게 설계되었다. 출력은 250W

 

배터리를 분리한 모습. 마운트와 전륜모터 외에는 기존제품과 차이가 크지 않다

 

배터리 아랫부분의 접접을 통해 배터리와 컨트롤러 단자가 원터치로 탈착된다

 

 

배터리와 컨트롤러 가방 떼내면 일반 자전거로 
지금은 사이트를 통해 영국에서만 예약판매가 진행 중인데 모델이나 컬러선택이 아니라 일단 구매의사를 밝히고 예약금을 낸 다음 내년 상반기에 인수하는 방식이다. 한국시장은 2018년 하반기로 예상하고 있다. 가격은 400만 원대 초반. 

전동 브롬톤은 안전기준에 맞게 전동부분을 다시 설계한 것이라 전동부품을 구해서 기존 브롬톤을 전동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전동 브롬톤을 좀 더 살펴보면 브롬톤의 명맥을 이어가는 개발 컨셉이 엿보인다. 모터와 배터리 추가로 무게만 조금 늘어났을 뿐 기존 일반 브롬톤의 접이방식과 사이즈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작고 가볍고 튼튼하고 간편하게…. 배터리와 컨트롤러가 같이 분리되어 별도로 휴대가 가능하고 분리 상태에서는 일반 자전거처럼 이용할 수 있다. 전륜에 대부분의 전기장치가 모여 있어서 배터리 팩 가방만 제거하면 일반 자전거와의 이질감이 적다. 가방은 작은 표준가방(1.5L)과 대용량 가방(20L)이 옵션으로 제공된다.

전동 브롬톤은 크랭크축 BB 속에 장착된 비접촉식 토크센서와 케이던스 센서가 페달링 파워와 속도를 감지해서 이질감을 최소화한 모터지원으로 자연스런 라이딩을 도와준다. 일반 자전거모드(0)부터 3단계 파워 어시스트 레벨까지 총 4가지 모드 중 선택할 수 있다. 전동 브롬톤의 컨셉은 작고 빠르고 편리한 자전거로, 도시속의 이동 트렌드의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설계 되었다.
  

지난 10년간의 일취월장, 다음 10년 후에는?! 
이번 호에서 살펴 본 두 가지 모델은 2017년 현재와 미래의 전기자전거 트렌드를 잘 보여주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전기자전거를 점점 더 소형화·경량화 시켜 일반 자전거와의 갭을 줄여줄 것이다. 지금의 트렌드는 숨기거나 분리하는 정도이지만, 미래의 전기자전거는 숨기거나 분리할 필요조차 없는 또 다른 획기적인 제품이 나올지 예측불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전기자전거는 납배터리 포함 40kg 가까운 무게로 30km 정도 주행 가능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무거운 탈것이었다. 10년 만에 엄청난 기술개발과 경량화로 리튬이온배터리는 같은 용량의 납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를 8배(36V 10Ah 기준 12kg→1.5kg) 높였다. 

아마도 10년 뒤에는 안장 아래에 핸드폰만한 배터리 하나로 하루 종일 배터리 방전 걱정 없이 즐겁게 라이딩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과거 10년 대비 급변하는 트렌드를 보면 10년 뒤 전기자전거의 미래는 어떤 변화로 다가올지 우리가 상상한 그 이상일 수도 있다. 즐거운 상상이 현실로 다가 올 수 있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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