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출입금지… 갈 곳이 줄어드는 두 바퀴

추위가 시작되면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시간이 급감하고 있다. 게다가 자전거의 출입을 막는 곳도 이상하게 늘어난다. 어디로 가야 하나. 그나마 조금 포근한 날, 아라뱃길에서 정처 없이 빈둥거린다

아라뱃길의 서단, 633km 국토종주길 출발 아치. 녹슬고 빛이 바래 있어 안타깝다
아라뱃길의 서단, 633km 국토종주길 출발 아치. 녹슬고 빛이 바래 있어 안타깝다

 

얼마 전 원고 교정을 위해 본지를 찾은 뽈락님(김태진 전 코렉스스포츠 대표)은 중랑구 자택에서 사무실(강서구)까지 30km를 자전거로 왔다. 하필 그날은 영하 10도까지 내려간 혹한의 날씨였는데 맞바람인 서풍을 뚫고 온 것이다. 중무장을 하긴 했지만 사무실에 들어선 그는 한동안 말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얼어 있었다. 
이런 날까지 자전거를 타는 뽈락님의 열정에 감탄했지만 나는 스카이블루로 산뜻하게 도색한 그의 자전거 ‘바다미’를 쓰다듬으면서 “주인 잘 못 만나 이 추위에 고생 많다”고 위로했다. 뽈락님은 “그러고 보니 바다미에게 미안하네. 좀 추웠지?”하고 껄껄 웃었다. 
겨울 속 포근한 날 바라기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내 생각에 영하의 날씨는 아무래도 라이딩은 무리다. 최소한 기온이 영상은 되어야 하고, 어느 정도 쾌적하려면 영상 3도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경험상의 결론이다. 
겨울이라고 아예 라이딩을 포기하는 ‘시즌오프’는 요즘 같이 장비가 좋고 길이 잘 되어 있으며, 코로나가 기승인 때는 너무 아깝다. 겨울이라도 늘 혹한은 아니기에 포근한 날을 골라 잘 아는 길 위주로 라이딩을 즐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 겨울철 초행길은 빙판 같은 위험 구간을 만날 수 있으므로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낮기온이 영상이던 어느 날, 수없이 다녀서 눈 감고도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아라뱃길을 찾았다. 딱히 목표도 없이 빛 좋은 북로를 따라 여기저기를 들락거렸다. 잠시 물가에 앉아 따뜻한 커피에 기댄다. 커피 한잔의 열기가 몸을 녹여주고 휴식을 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저편으로 산악자전거로 누비고 다니던 산줄기를 바라보면서 한숨을 내쉰다. 점프하다 넘어져 다치기도 한 곳이지만 내게는 뱃길의 자전거도로와 함께 오랫동안 도피처이자 쉼터가 되어온 곳이다. 

이 좁은 땅에서 갈 곳은 점점 줄어들고 
결국 일이 터졌다. 등산객과 마찰을 빚어 근교 산 일원에는 산악자전거 출입금지 현수막이나 표지판이 오래 전부터 나붙었는데 법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 최근에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약칭 산림휴양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20년 12월 10일부터 산악자전거의 입산을 규제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숲길관리청(산림청, 지자체)에서 산악자전거의 출입을 금하는 구간을 정하고 고시해야 하는 과정이 남아 있으나 보행자가 많은 등산로, 특히 도시 근교의 산은 진입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도시의 공원이나 산책로도 자전거 출입을 금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식물원은 유료입장인 온실을 제외하면 무료 개방된 대규모 시민공원이지만 자전거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이 정도 규모의 시민공원에 자전거 출입이 금지된 곳은 드물다. 때문에 자전거와 킥보드 등을 타고 노는 아이들을 볼 수 없는 이상한 공원이 되었다. 김포한강신도시 호수공원을 끼고 흐르는 가마지천도 산책로가 잘 되어 있지만 자전거는 출입금지여서 길을 따라 라이딩 하다 갑자기 나타나는 출입금지 표지판에 어디로 가야할지 당황하게 된다.    
이유는 보행자 보호, 안전 때문이라는데 한강이나 여의도공원처럼 자전거도로를 별도로 지정하면 될 문제다. 코로나시대에 건강과 개인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많이 활용하고 있는 이때 이런 출입금지 조치들은 기껏 살아난 부흥의 기미에 찬물을 끼얹고 맥을 뺀다. 

자전거가 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산악자전거의 입산이 제한되고, 자전거 출입을 막는 곳도 적지 않다
자전거가 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산악자전거의 입산이 제한되고, 자전거 출입을 막는 곳도 적지 않다

 

추위에도 거뜬한 배터리 
스마트폰이나 전기자전거에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는 추위에 극히 약해서 금방 전력이 떨어지고 만다. 때문에 겨울철이 되면 전기자전거의 활동반경은 대폭 축소된다. 전기자전거 전문가인 벨로스타 예민수 대표는 배터리에 핫팩을 붙이거나 보온용 덮개를 씌우라고 조언하는데, 히든 브롬톤은 별로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 배터리를 포함한 키트 전체가 2.6kg 밖에 되지 않아서 배터리가 방전되어도 페달링에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심리적으로도, 실제로도 대단히 유용하고 라이딩에 자유를 더해준다.  
추위 때문에 일부러 땀이라도 내려고 어시스트를 낮추고 페달링을 많이 했더니 30km 정도를 탔는데도 배터리는 조금 밖에 줄지 않았다. 
오늘도 낮기온이 영하 4도의 강추위여서 실내에 갇혀 있지만 일기예보를 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이틀만 지나면 영상 3도로 올라간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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