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딩을 위한 준비

오랜만에 야외 라이딩을 하면 많은 것이 달라져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겨우내 운동을 소홀히 했다면 체력은 바닥 나 있어 훈련을 열심히 한 동료와 큰 격차를 느끼게 된다. 몸뿐 아니라 자전거와 장비도 세심하게 점검해야 봄철 많이 일어나는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잠깐! 자전거 정비는 하고 나오셨나요?
잠깐! 자전거 정비는 하고 나오셨나요?

 

이제 곧 봄이다. 지난겨울은 추운 날이 많고 눈도 자주 내린데다 집합금지 조치로 그 어느 때보다 답답한 시간이었다. 해마다 이맘때면 PC 앞에 앉아 올해의 라이딩, 투어, 대회참가 계획을 세우느라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 줄도 모르고 보냈던 기억이 아련하다. 자전거가 우리에게 얼마나 친숙하고 계획적이며 발전적인 것인지 이번 시기를 통해 새삼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각종 이벤트가 줄줄이 취소되고, 모임도 조심스러워져 혼자 라이딩하는 사례가 늘었다. 그래도 다시 봄은 오고 클럽활동을 통한 단체 라이딩은 이어질 것이다. 올해는 조심스럽게 각종 이벤트 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일단 계획을 잡고 상황에 따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이맘때면 매번 느끼지만, 3월부터 4, 5월까지 이어지는 자전거 안전사고 소식에 마음이 불편해진다. 겨우내 야외에서 자전거를 타지 못하다가 날이 풀리면서 갑작스럽게 단체 라이딩에 참여하면서 사고 소식이 함께 전해지곤 한다. 마음은 설레지만 안전을 위해 지금부터 라이딩 준비를 차근차근 해보자.

 

1. 체력을 키워가자
운동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재개하게 되면 일어나는 현상은 어렵게 설명하지 않아도 자명하다. 대부분의 단체 라이딩 중 사고는 체력적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 즉, 무리하게 따라가려고 애를 쓰다가 대열에서 이탈하거나 낙오하면 후속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외 라이딩 전에는 실내 훈련은 물론 혼자만의 야외 라이딩을 더 많이 할 것을 권장한다.
실내 훈련은 실외에서 하지 못하는 기상여건에 따라 최소 60분 이상 지속적인 트레이닝을 해야 한다. 실제 야외 라이딩은 그보다 더 긴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최소한 이 정도는 타면서 적응해줘야 한다. 주 3회 이상 시행하고, 더 많이 할수록 효과는 좋다.
최근에는 전문적인 인도어트레이닝 교실과 훈련장이 많아지고 있어 이곳에서 정규수업을 받는 라이더가 점점 늘고 있다. 이들은 겨우내 엄청난 체력을 쌓아 그렇지 않은 라이더와 어마어마한 체력차이를 보이게 된다. 이렇게 체력 수준이 각기 다른 구성원들이 함께 라이딩을 하게 되면 실제 생각하는 것 이상의 간극을 느끼게 된다.
정규적인 교육센터에서 실내 훈련과정을 이수했다면 체력적인 부분만큼은 걱정되지 않는다. 다만 야외에서의 자전거를 컨트롤 하는 능력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의심하게 된다. 특히 고정형 롤러만 이용해 트레이닝을 했다면 이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평롤러로 훈련한 라이더는 그나마 균형감각의 안정성은 어느 정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야외 라이딩과는 거리가 있기에 단체 라이딩을 바로 시작하기보다는 먼저 혼자 라이딩을 시도해보기 바란다.

‌언제쯤 다시 이렇게 모여서 운동할 수 있을까
‌언제쯤 다시 이렇게 모여서 운동할 수 있을까

 

2. 제어 능력을 기르자
오랜만에 라이딩을 하게 되면 그동안 답답했던 실내 운동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아직 일반 공도나 자전거도로에는 겨울의 흔적이 남아 있다. 특히 공도는 겨우내 차가운 기운과 폭설, 제설용 염화칼슘 등의 영향으로 아스팔트가 깨지거나 천공(포트홀)이 생겨 중대한 위험요소가 된다. 그래서 익숙한 자전거도로를 이용하고 시간을 점차 늘려가는 것이 좋다. 자전거도로도 겨울철에 보수공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 오랜만에 나선 길이라면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혼자 달리더라도 머릿속에 대열을 꾸려간다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 도움이 된다. 내 뒤에 누군가 따라온다는 생각으로 전방에 장애물이 나타나면 뒷사람에게 수신호를 해주는 동작도 해본다. 시즌 중에는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도 오랜만에 하려면 어색해서 잘 되지 않을 수 있다.
전방에 다른 라이더가 나타나면 잠시 그와 비슷하게 속도를 맞춰 대열에 합류해 달리는 느낌을 가져본다.
특히 이번 겨울에 자전거를 새로 바꾸었거나 휠셋을 새로운 제품으로 교체했다면 적응할 시간을 더욱 가져야 한다. 야외 라이딩 기회를 더 확보하고 브레이킹 강도에 따른 제동거리의 감각을 익힌다. 
안장이 바뀌어도 처음에는 상당히 어색하거나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유사한 종류나 동일한 브랜드라면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독특한 형태의 안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면 실내에서 적응기가 필요하고 기회가 된다면 이 역시 혼자 라이딩을 통해 적응해가야 한다.
아직은 두꺼운 장갑과 두툼한 겨울 유니폼을 챙겨 입어야 해서 어색함이 많을 것이다. 낮 기온이 올라 금방 더워지면 땀이 많이 나면서 체온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에 얇은 옷을 여러 겹 입고 필요할 때 벗는 것이 좋다. 그래서 유니폼의 뒷주머니가 좀 넉넉한 것을 선택한다.
TT용 U바를 처음 사용해본다면 그룹 라이딩에는 사용하지 말고 익숙한 코스에서 혼자 연습해봐야 한다. 전방 시야 확보가 확실하고 돌발 상황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코스에서 TT바를 잡고 주행해야 한다. TT바 잡기가 아직 서툴다면 고정롤러 위에서 자세 연습이 필요하다. 평롤러 도전이 가능하다면 한번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 자꾸 연습할수록 자연스럽게 될 것이다.

‌TT바를 처음 사용한다면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사진제공 : 의정부 바이크닥터)
‌TT바를 처음 사용한다면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사진제공 : 의정부 바이크닥터)

 

3. 라이딩 장비를 점검하자

브레이크와 구동계  
가장 먼저 브레이크 패드를 살펴봐야 한다. 패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모되고 있고 습기와 뒤엉킨 이물질에 의해 빠르게 닳는다. 지난겨울 실내에서 주로 운동했다면 거의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므로 최근에 언제 교체했는지, 그리고 지금의 상태는 어떤지 살펴야 한다.
그리고 브레이크 케이블의 장력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실내에 주로 있던 자전거가 야외로 나오게 되면 우리가 모르는 변화가 생긴다. 금속은 냉기에 의해 수축되고 노출된 오일은 건조한 한기에서 빠르게 말라버린다. 체인오일이 대표적으로 노출된 오일이다. 유압 디스크브레이크라면 오일 양이 충분한지, 공기가 들어간 건 아닌지 점검하고, 블리딩이 필요하다면 가까운 정비샵을 통해 손봐야 한다.
체인과 구동계의 관리도 필요하다. 체인은 오일이 말라 있는 경우가 많다. 이전에 먼지가 많이 묻은 거라면 오염된 상태도 장시간 방치되어 성능이 저하될 수 있다. 체인 및 구동계를 잘 닦아내고 새로 오일을 발라줘야 한다.

‌마모가 심각한 디스크브레이크 패드(위)와 V브레이크 고무 패드 (사진제공 : 의정부 바이크닥터)
‌마모가 심각한 디스크브레이크 패드(위)와 V브레이크 고무 패드 (사진제공 : 의정부 바이크닥터)

 

타이어 공기압
겨우내 실내 트레이닝을 했다면 중간 중간 타이어 공기압을 점검해서 크게 문제되지 않았겠지만 자전거를 방치하듯 거의 타지 않았다면 공기압이 줄었거나 완전히 빠져있을 것이다. 튜브 제조사들은 자연적인 바람 빠짐이라고 설명한다. 다시 공기를 주입하고 한참을 관찰해 바로 빠지면 튜브를 교체해야 한다(튜블러 타이어는 완전 탈거 후 신품으로 교체). 특히 튜브리스 사용자가 늘고 있어 관리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

갈라짐이 심할 정도로 관리가 안 된 타이어(사진제공 : 의정부 바이크닥터)
갈라짐이 심할 정도로 관리가 안 된 타이어(사진제공 : 의정부 바이크닥터)
 심하게 훼손된 안장 레일
 심하게 훼손된 안장 레일
레일이 휘면서 이탈된 안장(사진제공 : 잠실 임닥터)
레일이 휘면서 이탈된 안장(사진제공 : 잠실 임닥터)

 

안장
겨울에 실내 트레이닝을 하는 동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안장이 틀어지는 사례를 여러 번 목격했다. 야외에서 타거나 넘어진 일이 없는데 안장이 틀어지는 현상은 고정롤러에서 자주 일어난다. 자전거는 일단 완전 고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인터벌 훈련과 같은 강도 높은 훈련을 하는 사이에 안장에 많은 압박을 주게 되는데 이때 안장의 틀어짐이 발생할 수 있다. 토크렌치로 규정값대로 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힘을 주게 되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원통형 시트포스트는 좌우 틀어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에어로 형태의 시트포스트는 좌우로 비틀어질 염려는 없으니 이 부분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다음으로 안장 레일이 밀리거나(대부분 뒤로 밀려남) 레일의 변형으로 한쪽으로 주저앉는 사례도 있다. 카본 레일은 크랙이 나기 때문에 삐걱대는 소리가 나서 즉시 알 수 있지만 금속과 비금속 소재의 레일은 찌그러짐이 생겨 어느 한쪽이 서서히 내려앉을 수 있다.
여름철 장시간 태양광이 내리쬐는 테라스(베란다)에 한쪽 면으로 계속 새워 둔 경우, 반대로 한쪽은 차가운 냉기에 계속 노출된 상태로 안장을 기대어 압박이 가는 경우에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카본 안장도 변형에 주의해야 하니 잘 관찰해보자.

유니폼
작년한해 동안 많이 입은 바지(타이즈)의 패드를 살펴보자. 패드는 스펀지와 같은 폼(form) 형태의 재료를 사용한다. 많이 입다 보면 이 폼에 변형이 일어나는데 주요 변형은 납작해지는 것이다. 유니폼을 처음 입었을 때는 푹신함이 느껴지고 장시간 라이딩을 해도 안장통이 덜한 것은 폼 덕분이다. 그만큼 폼에는 압박이 많이 가해지고 세탁세제에 의해서도 형질이 변하게 된다. 바지의 수명은 사실상 이 패드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니폼을 한쪽에 마구 구겨서 보관했다면 이미 패드는 어느 한쪽으로 틀어져 변형이 생겼을 확률이 높다.
여기서 바지 세탁에 대한 필자만의 팁을 한 가지 소개한다. 손세탁이든 세탁기를 사용하든 바지는 단독으로 하는 것이 좋다. 세탁시간은 탈수를 포함해서 20분을 넘지 않는다. 세제와 함께 손으로 먼저 세탁해서 오염물을 빼내고 세탁기는 헹굼과 탈수만을 사용한다. 이후 뒤집어서 패드가 바깥으로 나오게 해서 건조한다. 
빕(bib) 타이즈는 어깨끈(멜빵)이 늘어나지 않게 바지 아랫단을 집게로 집고 거꾸로 뒤집어 건조하면 패드의 변형과 어깨끈의 늘어짐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방바닥에 온돌이 된다면 패드가 바깥으로 나오게 뒤집은 상태로 길게 쭉 펴서 건조하면 바지원단의 신축성(일명 쫄쫄이 원단의 느낌)의 변형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은 여름에는 할 수 없으니 빨래건조대를 넓게 펴서 패드를 중심으로 걸쳐 놓으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바지를 거꾸로 뒤집어 펴서 평평한 곳에서 말린다
‌바지를 거꾸로 뒤집어 펴서 평평한 곳에서 말린다

 

헬멧과 고글
가장 중요한 안전장비인 헬멧을 살펴보자. 헬멧도 핵심 재질은 폼(form) 형태의 스티로폼을 사용하고 있다. 외부는 제조사마다 다양한 재질을 사용해 디자인하지만 헬멧의 가장 중요한 핵심기능인 머리 보호를 위해서는 이 스티로폼에 이상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
겉으로 봐서는 이상 없는 것 같지만 내부를 잘 살펴보면 크랙이 나 있는 경우가 있다. 어떠한 충격도 없었는데 크랙이 보이는 것은 사용한지 오래된 제품일 경우 눌림이나 작은 충격에도 생길 수 있다.
이 역시 온도에 민감하므로 뜨거운 여름 장시간 차안에 둬도 발생하고, 반대로 추운 겨울 냉기에 오래 두었다가 갑자기 더운 곳으로 가면 변형이 일어날 수 있다. 물론 고가의 제품들은 이런 변형이 쉽게 일어나지 않지만 오래 사용했다면 예외가 될 수 없다.
특히 땀에 의한 재질의 변형은 실로 무섭기까지 하다. 실내 트레이닝을 하는 동안 땀에 의해 자전거의 금속부분이 부식된다고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다. 이 땀은 유니폼의 원단을 빠르게 노화시키고 바지 패드의 스펀지에 변형을 주게 된다. 땀을 많이 흘리는 머리를 감싸는 헬멧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
땀을 많이 흘린 후 통기가 안 되는 공간에 헬멧을 그대로 밀폐시키면 안 된다. 이렇게 관리가  안 되고 오래 사용한 헬멧을 다시 꺼내들 때는 반드시 내부에 금이 간 곳이 없는지, 무언가에 의해 패인 곳은 없는지 잘 살펴야 한다. 자주 운동하는 경우라면 2년 이상은 사용하지 않는 것을 권장한다. 헬멧의 기능이 땀에 의해 빨리 상실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애용하는 선글라스(고글)도 렌즈 표면 코팅에 수명이 있기 때문에 오래된 것은 렌즈를 교체하거나 새로 구입하는 것이 좋다. 특히 지난여름 차량 실내의 대시보드에 오래 방치되었거나 뜨거운 곳에 장시간 두었다면 코팅 수명은 얼마가지 못해 다하게 되므로 평소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오래된 헬멧은 내부에 작은 균열이 발생하므로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오래된 헬멧은 내부에 작은 균열이 발생하므로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땀이 묻은 상태에서 차량 내의 고온에 장시간 방치되어 변형된 렌즈
땀이 묻은 상태에서 차량 내의 고온에 장시간 방치되어 변형된 렌즈

 

속도계 등 전자기기
오랜만에 자전거를 꺼내 들었을 때 난감한 것이 바로 속도계나 파워미터가 잡히지 않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다. 좀 전까지 잘 된 것 같고 작년까지 아무 이상 없이 잘 사용했던 것 같은데 라이딩을 시작하면서부터 먹통인 경우가 있다.
낮은 기온에서는 배터리 수명이 극도로 줄어들고, 땀에 의한 센서의 고장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수신기(본체)와 센서의 배터리는 동시에 같이 교체하는 것이 좋다. 송수신 강도가 서로 일정하고 균형이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자기기 인만큼 장시간 높은 온도나 낮은 온도, 높은 습도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속도계나 파워미터의 배터리를 작년 한해 교체하지 않았다면 미리 교체하는 것이 좋다(위). 접속부의 전극에 녹이 슬거나 훼손되지 않았는지도 살핀다
‌속도계나 파워미터의 배터리를 작년 한해 교체하지 않았다면 미리 교체하는 것이 좋다(위). 접속부의 전극에 녹이 슬거나 훼손되지 않았는지도 살핀다

 

다가오는 봄철 라이딩을 위한 체력관리와 장비점검, 안전점검에 대해 살펴보았다. 마음도 설레고 클럽의 라이딩 공지도 기대되겠지만 시국이 시국인 만큼 다수보다는 소수 인원이 함께하며 안전하고 즐거운 라이딩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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