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말고 타고 싶다!

모든 운동이 그렇지만 자전거 역시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장시간 통증 없이 라이딩을 즐기려면 제대로된 자세를 익혀야 한다. 처음 자전거를 ‘대충’ 배워서 오래 타다보면 이 자세가 몸에 익어 올바른 자세를 취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프레임 사이즈와 안장높이가 적절하다면 로드바이크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핸들을 잡는 자세다  

 

봄꽃이 언제 피었다 졌는지 모르게 시간은 벌써 5월로 달려왔다. 올해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4개월이 지났고 본격적인 라이딩의 꽃도 피기 시작했다. 답답했던 미세먼지와 황사도 다소 줄어들고 기온은 이제 반팔을 입고 타야 할 만큼 제법 더워지고 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이번에는 실제 라이딩 자세를 통해 통증을 유발하는 경로를 파악해보고자 한다. 필자에게 교육받은 라이더 중 상당수는 기초 자세를 배우지 못하고 혼자 라이딩을 오래 하여 쉽게 변화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다수였다. 처음 스포츠 자전거를 탈 때부터 좀 더 주의 깊게 올바른 자세를 교육받거나 관심 있게 자료를 보고 따라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올바른 자세로 라이딩 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피팅이 선행되어야 한다. 전문적인 피팅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적절한 사이즈의 프레임 선택, 안장높이만 맞추어도 통증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 근육은 알고 있다
우리가 일정한 동작을 할 때는 수많은 근육이 신경에 의해 움직이게 된다. 이완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근육생리학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자율신경계에 의한 심장근육, 호흡 등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신체유지를 위해 뇌에서 알아서 작동하게 한다. 이를 바탕으로 내가 움직이고자 하는 방향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다.
근육이 기억을 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보다는 우리의 뇌가 그동안의 동작을 모두 기억하고 있고 다시 그러한 일이 반복되면 기억력을 되살려 다시 할 수 있게 된다. 처음 자전거를 탔을 때 어떤 자세를 취했는지 기억하지 못해도 뇌의 저장장치에 숨어 있다가 몇 년 만에 다시 자전거를 타게 되면 처음보다 더 능숙하게 탈 수 있다. 그래서 뭔가를 배울 때는 처음부터 올바르게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필자는 골프를 처음 배울 때 동네 스크린연습장에서 지인들과 삼삼오오 모여 ‘대충’ 배웠다. 이후 좀 더 기량을 늘리려고 레슨을 받아도 처음 ‘대충’ 배웠던 그 자세가 나도 모르게 나오는 것을 보고 뭐든 정석대로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것을 새삼 절감했다.

자전거도 마찬가지다. 별것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자전거는 어린 시절 아빠나 형에게 처음 배워서 그냥 페달을 굴려 넘어지지 않고 나아가고, 브레이크를 잡아 멈추는 것이 다였다. 그 시간 이후부터 자전거는 그냥 타는 것이었다.
성인이 되어 건강과 취미를 위해 자전거를 선택했고 큰마음을 먹고 만만치 않은 가격의 자전거와 액세서리를 갖추었다. 어디서 본 것은 있어서 헬멧과 멋진 선글라스를 구입하고 부푼 마음으로 라이딩에 나섰지만 라이딩 자세는 자신은 물론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점점 더 멀리, 더 빠르게 달리고 싶은 욕구 충족을 위해 이전보다 더 힘들게 페달을 밟고, 가쁜 호흡과 땀을 흘리며 라이딩의 매력에 점차 빠져 들게 된다. 
구입한 자전거가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인지, 안장높이는 적절한지, 핸들의 높이와 안장과의 거리는 적절한지는 알 길이 없다.
간혹 동호회 라이딩에 참가하여 선배들의 말을 듣고 조금씩 이런저런 것을 고쳐보지만 오랜 시간 굳어버린 자신의 라이딩 자세나 피팅(거의 대부분 잘못된 피팅)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우리의 뇌와 근육은 오래전 기억을 더듬어 그 때의 자세를 자꾸 고수하려 한다. 쉽게 변화시키기 힘들다는 것이다. 
통증도 대부분 잘못된 자세의 반복과 과사용에 의해 발생한다. 또는 자전거와 무관한 이전의 통증(사고, 장애 등)이 자전거를 통해 더욱 악화되는 사례도 있다. 사실 병원을 찾아 이래 저래서 아프다고 하면 의사는 “아프면 하지 말고 쉬면 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통증이 발생하는 그 동작을 하지 않으면 통증은 대부분 멈추게 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통증 없이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을 마음껏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헬스클럽(피트니스센터)을 찾아가면 전문 트레이너와 마주하게 된다. 이들을 통해 운동을 배워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듯이 올바른 자세를 가장 중요하게 가르친다. 자세가 잘못되면 부상은 물론 원하는 힘을 키우지 못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다. 올바른 자세를 익힌 후 점점 더 높은 강도를 요구하게 되고 그 중간 중간에도 자세를 계속 지적한다.

자전거도 처음에는 잘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기어비가 무거워 페달에 가하는 힘이 높아지는 시점(큰 체인링을 사용하거나 오르막을 오르는 상황)에서는 자세가 무너져 엉거주춤한 폼이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무리한 장거리 라이딩, 그란폰도나 TT 같은 경쟁 레이스에서 경기 후반 자신이 찍힌 사진을 보면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전문 선수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자세에 대한 기본기를 더욱 다지고 있다. 격한 투어경기에서도 선수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누가 보더라도 멋진 자세를 유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 올바른 핸들 잡기부터
자전거도로에 라이딩을 나가보면 다양한 사람들의 라이딩 자세를 볼 수 있다. 그냥 넘어가지 말고 이번 기회에 다른 사람들의 라이딩 자세를 관찰해보면 좋을 것이다.
오른쪽 사진과 같이 로드바이크의 경우 드롭(아래로 둥글게 휘어진 부분)을 잡고 라이딩 하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필자의 생각과 경험에 의하면, 로드바이크를 탄다는 이미지를 떠올리면 이렇게 드롭을 잡고 타는 것이 강하게 뇌리에 박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교육생들에게 왜 거기를 잡느냐고 물어보면 “싸이클은 이렇게 잡고 타는 거 아닌가요?”라고 한다. ‘싸이클’은 틀린 표기이고 ‘사이클(cycle)’이라고 해야 한다. 엄밀히 말해 사이클은 자전거를 대표하는 명사이고 로드바이크와 마운틴바이크를 포괄하는 말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사이클’은 관례적으로 로드바이크를 지칭하며, 로드바이크의 핸들은 다양한 잡기가 가능한 드롭 형태의 핸들바가 특징이다.
아마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 로드바이크 영상이나 이미지를 접했을 때 그런 모습을 가장 많이 봐서 ‘사이클’ 하면 드롭을 잡고 타는 것이라는 인상이 각인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자신도 그렇게 잡고 타야 하는가 보다 하고 별 생각 없이 드롭을 잡고 타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실제 엘리트 경기에서는 다양한 핸들 포지션이 등장하며 선수 개인마다 잡는 위치가 모두 다르다. 드롭을 잡는 자세는 보다 공격적인 에어로 포지션이나 내리막 등에서 무게중심을 앞으로 더 쏠리게 하여 가속증가효과를 줄 때, 골라인에 접근하며 폭발적인 파워를 발휘할 때 가장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장시간 이 포지션을 잡고 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부분을 잡게 되면 자연스럽게 상체가 그만큼 더 숙여져 에어로 효과는 볼 수 있지만 상체가 많이 숙여진만큼 안장통은 물론 어깨와 팔, 손목에 많은 부담을 주게 된다. 즉, 통증 유발의 여지가 많은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엘리트 선수들 같이 훈련에 의해 숙달되지 않은 일반 동호인들에게는 이 자세는 보기에는 멋있을지 몰라도 장시간 해보라면 얼마 못 가 팔을 펴고 허리를 들게 된다. 

앞서 남자 라이더의 자세를 교정한다면 오른쪽과 같은 모습이 된다. 아까 와는 확연히 다른 자세가 된 것을 볼 수 있다. 상체는 깊게 숙여지고 그에 맞춰 팔도 45도 정도 굽혀지며, 그에 맞게 손목도 드롭의 중심에 가게 된다.
이 자세는 먼저 설명한 바와 같이 상체가 많이 굽혀지다 보니 허리와 어깨, 팔목의 통증이 발생될 확률이 높다. 코어(복부부위)의 힘이 충분해야 하기 때문에 별도의 코어 운동을 더 해줄 필요가 있다. 최근 트레이닝 클래스에서 팔굽혀펴기와 같이 팔꿈치를 지면에 대고 장시간 버티기를 하는 일명 ‘플랭크’를 많이 권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어의 힘이 강해야 다른 부위의 지탱, 균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위 사진은 드롭이 아닌 핸들의 상단인 일명 후드(hood, 변속 및 제동 레버의 상단)를 잡고 편안하게 라이딩 하는 모습이다. 이 부위를 잡고 타야 장시간 편안하게 라이딩 할 수 있다. 적당한 에어로 포지션이 되며 팔은 서스펜션과 같은 완충효과를 낼 수 있도록 살짝 굽혀지게 되고 그에 맞게 상체가 적절하게 위치하게 된다. 역시 손가락은 언제든 제동할 수 있도록 브레이크 레버에 위치해야 한다. 가장 장시간 편안하게 라이딩 할 수 있는 포지션이고 통증 유발이 가장 적은 자세라고 할 수 있다.

◆ 대표적인 잘못 된 자세의 예

 

결국 우리는 통증 유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올바른 자세를 갖춰야 하고, 별도의 근력운동을 통해 강화시킨다면 통증 없이 즐거운 라이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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