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기의 사이클링연구소

자전거를 좋아해서 즐겁게 타지만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양면성이 있기 마련이고, 자전거 역시 항상 즐겁고 유익할 수만은 없다. 오늘은 자전거가 주는 즐거움과 스트레스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갑자기 높아진 기온으로 봄을 느껴볼 여유도 없이 바로 여름으로 넘어온 것 같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홀로 라이딩’에 대한 열망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바꾸어 놓았다고 할 정도로 우리 주변은 점점 변해가고 있다.
자전거는 그나마 변화의 역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인간이 존재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건강과 여가활동이라는 차원은 변함없는 것 같다. 자전거는 여전히 우리 삶에 녹아 있고 어떠한 모습으로 변하더라도 항상 인간의 활동영역에 함께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펜데믹 시대에 자전거가 다시 각광을 받게 된 것은 비대면으로 이동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개인적 이동수단인 퍼스널모빌리티 시대가 도래해 대중교통과 자가용 사이에서 틈새를 공략하는 이동수단은 계속 변하고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그중 자전거는 핵심이 될 것이다. 전기자전거로의 변화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인간에게 자전거 타기는 즐거움과 함께 다양한 스트레스로도 작용할 수도 있다. 이번에는 자전거를 오랫동안 즐기며 타온 필자의 경험과 관찰,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자전거는 영원히 살아남을 것 
단순한 교통수단으로 시작된 자전거의 역사와 그동안의 흐름을 통찰해보면 인간과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좀 더 멀리 가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더욱 가볍고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새로운 소재를 찾고 특별한 설계를 하게 만든다. 구름저항을 최소화하여 마찰저항을 줄이고, 공기역학적인 설계로 감각적 디자인을 극대화하고 있다. 전자식 변속장비와 컴퓨터시스템, GPS를 통한 코스정보까지 더해져 자전거는 점점 첨단화를 더해가고 있고 지금도 발전하고 있다. 어떤 산업에서 지속적인 개발과 발전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뜻이 된다. 자전거도 그런 한 분야로서 지속적인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자전거를 타면 인간은 기분이 좋아지고 건강해지며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여기에 인간의 욕망과 신기술이 더해져 더 많고 새로운 것을 계속 만들어낼 것이다. ‘더 가볍게, 더 튼튼하게, 더 빠르게’는 인간이 자전거를 버리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다. 
최근에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인간의 힘만으로 전진하는 자전거와 더불어 보다 편안하게 즐길 수 있기 위해 전기의 힘을 빌린 전기자전거가 새로운 카테고리로 자리 잡고 있는 점이다.

 

라이딩의 즐거움 VS 스트레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사이클쇼를 참관하기 위해 공항에서 내려 시내를 지나다 보니 원동기 오토바이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분명 외형은 오토바이지만 옆을 지날 때면 매우 조용한 것을 보고 전기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았다. 환경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였다. 화석연료의 사용을 점차 줄여 온실가스를 감소시켜야 지구가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으니 후손에게 안전한 환경을 물려주어야 하는 것은 절체절명의 선택이 되었다.
자전거를 타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공존하는 다른 내연기관 이동수단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내연기관을 버리고 친환경동력을 사용해야 자전거 타는 환경도 더욱 좋아질 거라는 기대를 해보게 된다. 시원하게 뚫린 공도를 달릴 때의 기쁨은 잠시, 차량들이 내뿜는 매연은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복잡하고 예측불가능한 상황이 많은 도로의 가장자리를 달려야 하는 위험도 자전거에게는 큰 스트레스가 되는 것은 물론이다.  분명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이용하는 개개인이지만 어느 하나는 교통약자가 되어 그 위험과 스트레스를 온전히 받아야 한다.
모처럼 장거리 라이딩을 나왔다가 운전자와 실랑이가 생겨 기분을 상한 적이 있을 것이다. 나도 분명 차량을 운전하는 운전자일 때도 있고, 자전거를 타는 라이더가 될 때가 있다. 나를 위협하는 운전자들은 자신의 교통흐름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서 경적을 울리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이 잠시 후 추월할 거라는 신호로 경적을 울리는 경우도 있다. 이 모두 자전거에게는 위협이고 스트레스가 된다.
반대로 도로의 가장자리를 달려야 하는 자전거가 중앙선 가까이 들어오고 2열 주행으로 전체 교통흐름을 방해한다면 이 또한 운전자들에게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 그래서 서로 상대의 입장을 생각해야 하지만 반드시 자신이 지켜야 할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자전거의 즐거움은 늘 타기 전과 타는 중에 느껴진다. 이번 주는 어디로 가볼까 하는 코스 설계와 함께 인근의 맛집, 차분하게 차 한 잔 할 만한 곳을 찾아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이자 행복이다.
자전거를 정비해두고 스페어 부품이나 튜브를 확인하면서 CO2와 실란트, 공구를 챙기는 과정, 행동식으로 뭐가 좋을까, 물통은 잘 세척했는지, 무슨 색깔의 물통을 쓸까, 무슨 코드의 유니폼을 입을까 하는 고민도 분명 즐거움이자 설레는 과정이다.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라이딩을 마무리했다면 그 즐거움은 배가될 것이다. 하지만 겪고 싶지 않은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걱정은 라이딩 내내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앞서 이야기한 차량과의 문제는 스트레스와 더불어 위험까지 더해지게 된다.
자전거도로에서는 마주 오는 주행자의 과도한 추월로 인한 역주행, 앞 주행자의 갑작스런 방향전환이나 정차, 나를 추월하는 주행자의 무례하거나 무리한 주행도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예상치 못한 기재 고장은 라이딩의 흐름을 끊어버린다. 빠르게 복구되면 다행이지만 노후된 부품의 파손은 라이딩을 아예 포기하고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이용해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미리미리 정비를 잘 해 두어야 함은 누구나 알지만 예상 밖의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클럽활동의 즐거움 VS 스트레스
동호회의 라이딩 공지 또는 번개를 통해 모집된 라이딩에서 가끔 느끼는 스트레스를 살펴보겠다. 우선 운영자나 리더의 모임 독려가 스트레스로 작용할 때가 있다. 일명 ‘흥벙’을 유도하고 싶은 욕심으로 더 많은 참가자가 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공지 이후에도 개인 채팅이나 단체방 채팅을 통한 지속적인 참가요구는 스트레스가 된다.
한편으로는 라이딩에 참가하는 회원의 일탈행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있다. 단체 주행에서는 개인의 일탈행동이 얼마나 위험한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대다수 라이더들은 모임 주최자의 코스 브리핑이나 라이딩 수칙을 주의 깊게 듣고 따르지만 그렇지 않은 일부 참가자의 행동은 나머지 대다수를 불쾌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참가자가 많은 클럽일수록 시간엄수에 대한 논란도 많다. 약속시간을 넘겼어도 “거의 다 와가요”라는 그 한마디에 전체 그룹은 출발을 하지 못한다. 그냥 출발하면 야박하다고 할 것이고 한참 전부터 미리 와있는 회원은 그 나름대로 또 불만일 것이다.
사람이 많이 모일수록 이러한 현상은 많아진다. 그래서 라이딩 모임의 형태가 ‘아무나 다 나오세요’에서 실력별 편성, 성별 편성, 코스별 편성 등으로 세분화해 분산시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실력별 편성이 안될 경우, 실력이 높은 라이더와 낮은 라이더 간의 속도 차이 때문에 생기는 스트레스가 있다. 좀 탈 만하면 뒤에서 못 쫓아와서 가다 쉬고 가다 쉬기를 반복해서 불만, 앞에서 달리는 사람들이 너무 빨라 쫓아가기 힘든데 자꾸 따라오라고만 하니 이 또한 불만이다.
한편으로는 선두와 후미의 속도 조절을 잘 조율하는 리더도 있다.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불만을 최소화 하려고 노력하는 리더다. 이 리더도 나름 스트레스를 받고 있겠지만 클럽 운영의 사명감이 더 크기 때문에 모두 극복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회원수가 많은 것이 최고의 동호회라는 지표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소수정예 형태의 군소 클럽들이 많아지고 있다. 나름의 경력과 실력을 갖추고  ‘마음이 맞는’ 이들끼리 소수화하여 클럽을 형성하고 있다. 그만큼 사람이 많아질수록 즐거움보다는 스트레스가 더 많아지게 되니 스트레스를 회피하기 위한 방책이다.
회원수가 많은 동호회일수록 업무와 같은 성격의 일이 생겨나게 된다. 일처리를 위해 구성원들이 역할 분담을 하게 되고 본업이 아닌 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즐거움이지만 시간이 지나 회원들의 요구나 불만, 마찰, 그에 따른 중재 과정에서 처음 생각했던 즐거움보다는 스트레스가 더 많아지게 된다.
특히 돈과 관련된 일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단체 유니폼 맞춤 제작을 꼽을 수 있다. 클럽과 팀을 상징하는 독보적인 디자인을 선별하는 과정, 유니폼의 원부자재, 업체선정 및 제작 후 제품에 대한 평가에 따라 이를 추진한 운영진에 대한 칭찬과 질타는 또 다른 긍정, 부정의 영향력으로 작용하고 이를 감수해야 하는 운영진 또한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 필자는 이 모든 것을 다 경험해본 입장에서, 당시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이 또한 보람으로 기억된다.
내가 즐기는 일이기에 기꺼이 하는 일이지만 본업을 침범하거나 가족, 친지의 애경사를 소홀히 하는 경우도 있었다. 뭐든지 과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교훈을 주는 대목이다. 남들이 부러워하고 우리 클럽에 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지게 하는 일은 분명 동호회 활동의 중요한 요소다. 클럽 운영자라면 중립, 중도, 삶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자전거의 선택과 사후 관리
자전거는 우리에게 늘 선택의 고민을 안겨 주지만 그 선택 과정에서의 즐거움은 무엇과도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설레고 흥분되는 일이다. 한두 푼도 아닌 고가의 장비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듣고 본 모든 정보를 종합하고 나만의 드림 바이크를 꿈꾸고 구상하게 된다. 프레임은 어디 것에 부속은 어디 무슨 등급, 컬러는 이런저런 조합으로 전체 컬러 톤과 코드를 이리저리 맞추는 상상을 하게 된다. 바퀴는 이 정도 두께의 프로파일로 된 어느 브랜드를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전체 자전거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산악자전거의 경우 서스펜션 선택은 매우 중요하므로 이런 저런 브랜드의 어떤 등급의 제품을 선택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게 된다.
그전에 우리가 고민하는 것은 전체 무게일 것이다. 대략 무게는 이쯤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램은 결국 예산을 더욱 높이게 한다. 가성비를 찾는 실속파들에게는 요즘 중저가 제품들이 많아져 그 어느 때보다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남들 타는 걸 선택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남들이 선택하지 않는 미지의 제품을 선택하는 극소수 매니아도 있다. 아주 독특하고 특별한 제품만 선택하는 이들은 나름 전문가가 되어 ‘나는 일반인들과 차원이 달라’라는 자부심을 갖기도 한다.

 

물론 처음 시작하거나 아직 장비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주변의 추천을 받아 구매하기도 한다. 특히 전문샵에서 추천하는 제품을 사는 경우도 많다.
이런저런 방식으로 제품을 구매하고 라이딩을 시작했지만 다행히 자전거에 큰 문제없이 순탄하다면 괜찮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사례도 있다.
제품의 불량인지 자신의 관리소홀 또는 사용상 부주의인지 판별하기 힘든 사례를 이야기해보겠다. 구매 며칠 후 자전거에서 이상한 소리가 자꾸 나는데 도저히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 판매를 한 샵과 구매자 모두 스트레스를 겪는다. 분해를 해보니 어느 부분에서 크랙이 간 것이 확인되는데 그 원인을 규명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유통사에서 책임지고 교환을 해주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소비자가 직접 원인 규명을 해야 한다면 매우 곤란하게 될 것이다. 각종 분쟁에 휘말려 판매자, 구매자 모두에게 스트레스가 되는 이런 경우가 온라인커뮤니티에 왕왕 올라오곤 한다. 책임 떠넘기기에 시달리는 구매자는 여러 채널을 통해 하소연을 해보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즐거운 마음으로 구매한 자전거나 부품이 사용 중 발생하는 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누군가는 양보하거나 손해를 보는 수가 있다. 필자의 경험상 중고나 저가 제품의 경우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이 그리 많지 않지만 유명 브랜드의 경우 작은 문제가 발생해도 논란거리가 된다.
더욱이 이 문제가 인명사고로 이어질 경우 더욱 심각한 상태가 되고 여론은 들끓게 된다. 여론 악화를 가속화 시키는 것은 대부분 수입사, 판매업체의 태도 때문이다. 책임을 소비자가에 전가하는 태도가 대표적인 예다. 수입업체와 판매업체의 입장에서 이해될 만한 사유가 있지만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한 고객의 입장에서는 판매자(수입업체 및 샵)의 책임 있는 태도를 바라고 있다.
자전거산업의 생태도 여느 산업의 형태와 다르지 않다. 자전거를 타고 즐기는 소비자는 곧 라이더가 되고, 라이더는 환경과 안전이라는 문제와 늘 함께 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주말에 라이딩을 하는 라이더가 더 이상은 자전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한다. 자전거의 선택, 사후관리와 유지, 라이딩 그 모두가 즐거움으로 가득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바램이다.
이번호의 주제가 ‘자전거의 즐거움 VS 스트레스’라고 했지만 스트레스는 일종의 ‘불만’에서부터 시작된 것일 수 있다. 이 불만은 잘 다스리면 앞으로 올 즐거움을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지만 과도하면 자전거의 즐거움을 감소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결국 우리 스스로가 받아들이는 태도 역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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