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 다운과 착한 다운의 등장
겨울철 필수 의류인 다운재킷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른바 ‘재생 다운’(Recycled down), 또는 ‘착한 다운(Traceable down)’ 등을 충전재로 사용해 생태계나 환경에 대한 부담을 덜겠다는 제조사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다운재킷은 세탁과 관리에 따라 수명이 큰 차이가 나므로 올바른 관리요령도 소개한다  
글 김민수(본지 객원기자)

 

겨울이 절정으로 치달으며 다운재킷을 즐겨 입는 이들이 늘고 있다. 추위에 맞서기 위해 인간이 사용하는 충전재 중 보온성과 복원력 측면에서 대체재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우수한 게 바로 다운이다. 
하지만 다운은 천연 소재라는 이유로 가격도 만만치 않고, 관리 또한 쉽지 않다. 살아 있는 동물에서 원료를 채취하는 게 일반적이라 동물 학대의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일반적으로 거위 한 마리에서 채취할 수 있는 다운의 양을 20g 정도로 본다. 300g의 다운이 충전된 재킷의 경우 계산상 15마리의 거위가 털을 뜯겨야 한다고 보면 된다. 

재생 다운’ ‘착한 다운
습기에 약한 기존 다운의 약점을 보완한 하이드로포빅 다운(1월호 기사 참고)까지 선보이며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다운 시장이지만, 이런 흐름과 조금 다른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이른바 ‘재생 다운’(Recycled down), 또는 ‘착한 다운(Traceable down)’ 등을 충전재로 사용해 생태계나 환경에 대한 부담을 덜겠다는 제조사들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재생 다운이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우모 이불이나 베개 등에서 채취한 다운을 다시 상품화할 수 있는 상태로 가공해 충전재로 활용한 제품을 말한다. 착한 다운은 거위나 오리가 사육되는 환경과 고기를 얻기 위해 도축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하나의 체인으로 묶고, 추적 가능한 시스템으로 관리해 비인도적인 사육 환경과 방식으로 인한 가금류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노력한 결과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고급 식재료인 푸아그라를 얻고자 좁은 철장 속에 갇힌 거위에게 관을 삽입해 강제로 간을 살찌우고 있다. 양털처럼 기계로 밀 경우 다운의 품질이 저하된다는 이유로 살아 있는 상태에서 인간의 손에 털을 뜯기는 거위나 오리의 동영상은 약간의 검색이면 누구나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횡행하는 일이다. 착한 다운을 사용하는 제조사들은 도축이 끝난 가금류의 털만 채취해 충전재로 활용한다. 고무적인 건 이런 시도에 동참하는 제조사가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르는 만큼 관리도 중요한 다운재킷   
추운 겨울이면 하루가 멀다 하고 찾게 되는 다운재킷은 잘 고르는 것만큼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고심 끝에 장만한 물건이라도 시일이 지나며 관심과 애정은 식을 수밖에 없지만, 자칫 소홀하면 애써 구입한 물건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버려야할지 모른다. 가벼운 무게를 위해 얇은 원단을 사용한 경량다운이나 아웃도어용 다운재킷이라면 마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끝이 날카로운 물체가 즐비한 곳이나 잡목이나 가시가 우거진 숲을 지날 때 주의하지 않으면 첫눈마냥 쏟아지는 값비싼 다운을 하염없이 바라봐야 할지 모른다. 또 다운재킷들은 화기(火氣)에 무척 취약하다. 온기에 이끌려 무심결에 불을 쬐다보면 작은 불티에도 겉감에 구멍이 송송 뚫리기 일쑤다.  
‘가급적 세탁을 하지 않는 게 수명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건 소비자들 사이에 알려진 다운 제품 관련 대표적인 속설 중 하나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는 완전히 틀린 말도, 그렇다고 완전히 맞는 말도 아니다. 우선 지나치게 자주 세탁을 하게 되면 다운이 갖고 있는 고유의 유분이 사라져 재킷 성능이 저하된다. 반대로 자주 입어서 오염된 겉감과 땀과 인체의 기름기로 더럽혀진 안감을 방치하면 재킷이 제 기능을 다 못하고 수명 또한 단축된다. 
평소 다운의류 취급에 유의하되 한 시즌이 끝났을 때는 세탁 후 보관하는 걸 추천한다. 물론 사용 빈도가 현저히 낮았거나 눈에 띄는 오염이 없을 때는 예외로 친다. 다운 제품을 세탁할 때 중성세제를 사용해야 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중성세제란 오염 정도가 심하지 않거나 우모나 양모, 비단처럼 손상 혹은 자극을 받기 쉬운 세탁물을 위해 고안된 세제로, 계면활성제가 들어 있지 않거나 있더라도 화학적 성분이 아닌 인체나 세탁물에 영향이 적은 식물성이 함유된 걸 뜻한다. 흔히 가정에서 사용하는 일반 가루와 액상 세제는 알칼리성이며, 산성을 띄는 우모와 동물성 섬유를 손상시킬 수 있기에 절대 사용해선 안 된다. 

다운재킷 세탁 요령    
다운 제품의 관리는 수분과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한 제조사의 고민도 마찬가지여서 기능성을 내세운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겉감과 안감에 발수성, 즉 물이 스며들지 않는 성질의 원단을 사용해 충전재 보호에 신경을 쓰고 있다. 문제는 이들 발수성을 가진 다운재킷의 경우 세탁을 위해 물에 젖게 하는 과정 자체가 어렵다는 것인데, 여기서 아웃도어 전용 중성세제가 등장한다. 우모 전문 브랜드 랩(Rab)과 발수 처리된 하이드로포빅 다운을 공동 개발한 닉왁스(NIKWAX)나 리바이브 엑스(REVIVE X) 등이 대표적인 브랜드로, 발수 처리 원단에도 세제물이 쉽게 스밀 수 있는 작용을 해 손쉽게 세정이 가능하고, 원단과 충전재를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 
겉감이나 안감에 가벼운 오염이 생겼다면 전체 세탁보다는 중성세제와 부드러운 솔 등을 이용한 부분 세탁이 좋다. 세탁 후 원단이나 내부 기능성 필름 등이 상할 수 있는 열풍 건조는 금물이다. 옷걸이나 빨래 건조대에 너는 건 무게중심이 아래로 쏠려 충전재 뭉침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피하고,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한 곳에서 말린다. 다운 제품 세탁은 습하지 않고 기온이 적당히 높은 4~5월이 좋다. 완전히 건조된 후 빈 페트병이나 플라스틱 방망이 등으로 가볍게 두드려주면 복원력이 회복된다. 
 
천차만별 가격대현명한 선택을 
이번 겨울 시즌 시장에서는 10만원 이하, 심지어 채 5만원이 되지 않는 경량 다운재킷이 불티나게 팔려나간 바 있다. 성능의 차별성을 내세운 고가 라인의 가격은 문자 그대로 천정부지라서 100만원에 육박하거나 심지어 넘어가는 제품도 여럿 볼 수 있다. 이제 이른 봄을 준비하는 판매점들은 벌써 ‘시즌종료’ 문구를 내걸고 다운재킷 세일에 들어간 모습이다. 하지만 머잖아 다시 겨울은 돌아올 것이고, 또 한 번 ‘다운재킷 전쟁’은 시작될 것이다. 
시중에 나온 많은 제품들 중 어떤 것을 고를지는 온전히 소비자의 몫이다. 시즌에 맞춰 출시되는 수많은 상품과 그에 발맞춰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이제 구매자 역시 조금은 ‘똑똑해져야’ 한다. 중요한 건 제품의 기능과 용도별 특성보다 유행이나 디자인에 편승해 물건을 구입하는데서 탈피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하고, 그에 맞게 관리하며 오래도록 사용하는 현명한 소비가 포인트다. 

뉴트리노 엔듀런스 재킷
               Neutrino Endurance Jacket

우모 제품 전문 브랜드 랩(Rab)이 선보이는 
프랑스의 발랑드레(Valandre), 미국의 웨스턴 마운티니어링(Western Mountaineering)과 더불어 세계 3대 우모 브랜드로 손꼽히는 랩에서 내놓은 800 필파워 구스 다운. 우수한 복원력과 보온성으로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아웃도어 환경에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재킷과 일체형인 모자를 착용한 채 지퍼를 끝까지 올리면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감싸주는 포근함이 장점. 손목 부위의 벨크로와 허리춤에 있는 당김줄 등을 이용해 신체 사이즈에 맞게 조절하면 따뜻함이 배가된다. 
겉감에는 100% 방풍 기능과 습기에 강한 특징을 가진 퍼텍스 엔듀런스, 안감에는 가볍고 통기성이 우수하며 수분 침투를 막아주는 퍼텍스 퀀텀 원단을 사용했다. 과하지  않은 부피와 660g이라는 가벼운 무게 대비 뛰어난 보온 성능을 보이는 제품으로, 간절기보다는 본격적인 겨울철에 어울리는 제품이다.

이랜드리테일 SAP 경량 다운재킷
               E : Goosedown Jacket

양질의 제품과 저렴한 가격으로 눈도장 쾅! 
이랜드리테일이 지난해 9월부터 시장에 내놓은 ‘E-Goose Down’ 남성용 재킷. SAP은 고객과 시장의 특성 및 성향에 맞춰 개발한 이랜드리테일 자체 브랜드(PB·Private Brand)로, 이번 겨울 시즌을 겨냥해 선보인 이구스다운 제품은 총 21개 브랜드, 각기 다른 183가지의 디자인으로 구성됐다. 
출시 50일 만에 23만장이라는 높은 판매고를 기록한 이구스다운은 일상생활에 포인트를 둔 제품들로, 외투 속에 겹쳐 입거나 실내에서 착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타사 대비 저렴한 아동용 구스다운과 조끼, 다양하고 심플한 디자인의 제품에 적절한 보온성을 더한 여성용 다운 제품으로 한창 성장기 자녀를 둔 부모들과 두터운 다운 제품에 거부감을 갖고 있던 여성 고객들까지 사로잡았다.

몽벨  헤비 구스다운 모레인 재킷
                   Moraine Jacket

보온성과 패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주목! 
이번 겨울 시즌 인기몰이에 성공한 사파리형 헤비다운으로 가벼운 무게 대신 거부감 없는 디자인과 보온성으로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남녀 구분 없이 주로 젊은 층들이 선호했으며, 내구성 있는 겉감이 외부 마찰로부터 재킷과 충전재를 보호해준다. 라쿤 털이 풍성하게 들어간 넉넉한 사이즈의 모자도 포인트. 어지간한 추위와 강풍에도 마음까지 훈훈하다. 
  몽벨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 고객층이 40대 중후반이었던 아웃도어 시장을 탈피해 올해를 정점으로 젊은 세대로의 수요층 이동에 성공했다. 또한 브랜드 인지도와 위상 역시 제고하는데 성공했다.

리버서블 비비 다운 베스트
               Reversible Bivy Down Vest

환경과 생태계에 대한 고민을 제품에 담는 기업 파타고니아
‘100% 재생 다운 사용’이라는 택 문구가 눈에 띄는 제품.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의 선두 주자로 비인도적인 가금류 사육과 다운 생산에 반대하는 파타고니아가 출시했다. 600 필파워 덕다운을 보온재로 사용했고, 뒤집었을 때 다른 컬러로 양면 사용이 가능하다. 
  파타고니아에서 사용하고 있는 ‘착한 다운’ 제도는 알에서 새끼가 부화하는 순간부터 성체가 되어 도축되기까지 모든 과정을 사육 농가와 함께 관리한다. 또 이를 시민단체나 동물보호기구와 같은 제3자와 검증하는 절차도 거친다. 소비한 재화로 제품 고유의 디자인과 기능을 누림과 동시에 환경과 생태계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할 수 있는 제품. 이외에도 파타고니아는 다운 소재를 원치 않는 소비자들을 위해 동물성 소재가 아닌 인공 충전재를 활용한 패딩재킷도 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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